터키 카쉬
지중해의 도시 카쉬로 가는 길
어제 밤 내가 떠난다고 짐을 들고 나설 때 함디와 포도주를 함께 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차로
오토갈(터키의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준다고 난리였다. 고작 100m 거리에 있는 터미널인데 꼭 자신의 차로 데려다 줘야 한다며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짧은 길을 돌아 터미널에 날 내려주고 아쉬움의 포옹을 하고서야 헤어질 수 있었다.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환경이나 사람에 대한 관성의 법칙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떤 때는 그 헤어짐이 쓰라려 먼저
마음을 닫아버리고 거리를 둘 때도 있다.
'그래. 카쉬(Kaş)에 가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야.'
새벽에 안탈랴에 도착했다. 터키의 최대의 휴양지답게 휴가를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은 버스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카쉬로 향했다. 안탈랴에서 지중해를 따라 동쪽으로 네 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도시 카쉬는 조그만 휴양지이다.
카쉬를 향해 달리는 버스는 지중해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저 짙게 푸른 바다가
지중해구나.'
지도에서만 보고 온갖 매체에서 말로만 듣던 지중해를 보니 기분이 새롭다. 깎아질 듯한 절벽 옆 해안 도로로 버스는
곡예 운전을 하고 그 옆으로는 지중해가 보인다. 네 시간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절벽 아래 바다는 햇빛을 받아 총천연색을 뿜어낸다.
카쉬의
오토갈에서 내렸을 때 엄습해오는 더위는 사람의 기운을 빼앗아버렸다. 카파도키아는 건조해서 아무리 햇빛이 강해도 상쾌했다. 하지만 바닷가인 이곳은
전혀 아니었다.
▲ 카쉬 항에는 다이빙 보트로 항상 복잡하다.
ⓒ2006 김동희
'내가 왜 오렌지 주스 한잔을 사주지 못했을까? 함께
저녁이라도 먹자고 할 걸….'
더위에 지친 내 머리와 마음이 움직이지 못한 것일까? 후회가 된다. 나도 그 학생처럼 혼자 여행을
다닐 때 돈을 아끼며 생활하는 나에게 선뜻 밥을 사준 사람들, 혼자인 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들, 함께 놀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니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조그만 이 도시는 이미 휴가를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항구에는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온 배들이 촘촘히 정박해 있고 바닷가를 따라 줄줄이
자리 잡고 있는 음식점은 노천에 예쁜 테이블을 내놓고 손님을 맞느라 정신이 없다.
▲ 카쉬의 밤 거리
ⓒ2006 김동희
"무슨 일이예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중이에요. 이 지역 팀이 골을 넣었나
보네요."
2002 월드컵 때 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역시나 터키도 축구에 열광하고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경기장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 하나에 함께 열광하는 모습은 이제 나에게도 익숙한 광경이다.
▲ 깜깜한 밤의 카쉬 항구
ⓒ2006 김동희
'아마 카파도키아에 대한 아쉬움도 점점 사라질 거야. 내일 바다로
나가면.'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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