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茶 이모저모

꽃차 100배 즐기려면 “차 한잔의 여유 찾으면 문화가 보여요”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15. 21:43

 

   입안이 `花`~ 찻잔 가득 꽃이 피었네

 

 

[헤럴드경제 2005-04-15 11:53]

 

춘곤증도 날리는 건강 `꽃茶`

 

매화 갈증ㆍ숙취 훌훌 장미 변비해소 척척 물망초 가려움증 싸악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 그리고 맛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는 없을까. `꽃차`가 해답이다. 올봄에는 찻잔에 꽃을 피워보자. 눈으로, 코로, 입으로 마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꽃차에는 봄철 불청객인 황사 스트레스도, 나른한 춘곤증도 털어버릴 수 있는 여유가 들어 있다. 혈액 순환, 스트레스ㆍ우울증 해소, 숙취 제거, 기침 및 가래 다스리기 등 기능성 건강차로도 손색없다는 게 차 전문가인 김광률 사장(커피&차 쇼핑몰 코코비아 대표)의 귀띔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봄을 누리지 못하는 대신, 향긋한 봄내음도 맡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꽃차 속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꽃차는 꽃잎 자체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도 그렇거니와, 향기가 우리 몸에 미치는 이완 작용이 매우 신비하다.

 

좋은 향기는 혈관을 확장시켜 수많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심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우울증에도 도움을 준다. 꽃차를 만들어 마시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상쾌해지고 슬픔까지도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른 봄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흰 눈과 함께 피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화는 봄이 왔음을 일깨워주는 봄의 전령이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매화를 `회춘화`라고 불렀다.

 

매화차는 갈증을 해소하고 숙취를 없애며 기침, 구토 증세를 다스려준다. 신경과민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목 안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에 효과가 있다.

 

5월이 되면 전국의 산야를 구석구석 연한 홍색으로 또는 하얗게 수놓는 눈부신 꽃, 한국의 토종 장미 찔레꽃도 차로 만들어 마시면 좋다. 찔레꽃차는 당뇨와 이뇨 작용에 도움을 준다. 찔레꽃은 꽃 자체의 향이 좋아 향수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꽃이라면 빠지지 않는 장미꽃도 차로 마신다. 예쁜 꽃만큼이나 효과도 좋고, 색깔과 향기가 뛰어나다. 장미에 들어 있는 비타민C는 레몬의 17배나 된다. 장미꽃차는 몸 안의 활성산소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소해주며, 공복에 마시면 변비에 효과적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는 그 의미만큼이나 상징적인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물망초차의 민트와 녹차는 식후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고, 피부염이나 가려움증에도 도움이 된다.

 

자외선, 황사 등으로 인해 지친 피부에는 루이보스차가 효과적이다. 루이보스는 각종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SOD라는 유해 산소를 제거하는 효능 성분으로 유해 산소에 의한 각종 피부 질병(특히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다.

 

雪이슬차는 우리나라 고산(高山)지대에서 자생하던 수국과의 차로서 아침이슬의 깨끗함과 달콤함을 즐길 수 있는 차다. 雪이슬차는 당 성분은 전혀 없지만 천연적으로 잎이 달고 몸에 좋은 차로서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식품과 당을 많이 섭취하고 피부가 노쇠하기 쉬운 현대인의 식생활에 꼭 필요한 웰빙차다.

 

`비타민의 보고`라고 불리는 마테차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유럽에서 건강 보조식품으로 분류할 정도이다. 고급 녹차보다 맛이 월등해 마신 후 입 안의 상쾌함이 오래 간다.

 

두뇌를 활발하게 하여 지적 활동에 효과가 있으며, 이뇨와 발한을 촉진해 활력과 원기를 준다. 또 무기질에 의해 여러 가지 생리적인 기능성을 부여하는 건강음료다.

 

허브차는 몸과 마음에 두루 좋은데, 향기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마음을 느슨하게 해준다. 100% 허브로만 구성된 허브차에서 탈피하여 과일조각이 들어가 더욱 맛있어진 과일 허브차는 카페인과 탄닌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 마실 수 있다.

 

특히 위타드 서머스트로베리 과일 허브차에는 상큼한 맛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하이비스커스가 40.8%나 함유돼 있다. 하이비스커스는 유기산으로 비타민C가 풍부하고 무기질로는 철,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들어 있다.

문호진 기자(mhj@heraldm.com)

 

 

 

 

               꽃차 100배 즐기려면…

 

[헤럴드경제 2005-04-15 11:53]

 

2~3번 우릴 수 있는 꽃 맛ㆍ향ㆍ색 3박자 갖춰야

 

꽃차를 집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꽃이 우러나면서 피는지 잘 알아보고 구입해야 한다. 찔레꽃이나 매화꽃, 국화꽃은 맛과 향이 있고, 색이 있어 좋다.

 

그러나 향이 안 나는 꽃차가 있으니 주의해서 골라야 한다. 예쁜 꽃이라 하여 무조건 우린다고 꽃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꽃은 예쁘지만 향과 맛이 없는 차는 화(花)차로서 의미가 없다.

 

꽃차는 2~3번까지 우려 마실 수 있는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더욱 잘 우러난다. 워머 위에서 온도를 떨어뜨리지 말고 데우면서 우리면 더욱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다.

 

 

티포트를 들어 올려 아래에서 봤을 때 꽃차가 우러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꼭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꽃 피는 모습을 다 보기를 권한다. 잎녹차와 달리 거름망이 따로 필요하지 않으므로 눈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좀 넉넉한 크기의 티포트를 구입하는 게 좋다. 아름다운 꽃차를 감상하기에는 유리 재질의 티포트가 제격이다.

 

커피와 차 쇼핑몰 코코비아(www.cocobia.co.kr)의 경우 꽃차를 더욱 향기롭게 마실 수 있는 티포트와 찻잔, 그리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사탕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중국 푸젠성(福建省) 녹차에 국화꽃과 재스민꽃을 포함해 손으로 만든 수제차 `녹차에 꽃이 피면 가향화차`는 재탕을 해도 처음의 맛과 향을 유지한다.

 

코코비아는 장미차, 국화차, 물망초차를 1만원, 루이보스티 베이비 프리미엄(티백 20개)을 9700원, 마테차를 9500원에 판매한다.

 

차이야기 다담상(www.cha-table.com))도 꽃차 선물세트를 2만원, 마시는 꽃 장미차(50g)를 1만800원에 판다.

 

티전문몰 티앤톡(www.teantalk.co.kr)은 이슬차(25g)가 1만9000원이다.

다섯지기(www.5zigi.com)),

허브향기(www.sweetherb.co.kr) 등에서도 각종 꽃차를 판매한다.

 

도움말=코코비아 박지은 과장 (02)325-4603 문호진 기자(mhj@heraldm.com)

 

 

 

 

   “차 한잔의 여유 찾으면 문화가 보여요”

 

[주간조선 2006-03-15 09:32]

 


‘홍차 선생님’ 공은숙
테이블 세팅부터 물 온도까지 전통차 만큼 복잡...
 
3년째 케이크·홍차 강좌
 

서울 청담동엔 ‘홍차 선생님’이라 불리는 이가 있다. 이곳에서 ‘슈크레(Sucree·달콤한)’라는 케이크&티 전문점을 운영하는 공은숙(孔銀淑·50)씨다.

 

그는 이곳에서 3년째 매일같이 쿠킹 클래스를 열어 케이크 만드는 법과 홍차 마시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이름난 파티셰(케이크 전문가) 학원에서 3년 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케이크 사범 자격증을 딴 파티셰다.

 

초보자도 있지만 그를 찾아오는 수강생 중엔 프랑스 요리학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까지 다닌 요리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데도 지인들은 그를 ‘홍차 선생님’이라 부른다.

 

일본에서 ‘홍차 아카데미’ 6개월 과정을 수료한 뒤 그에게 ‘홍차 전문가’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는 백화점이나 생활 전문잡지에서 운영하는 문화 강좌에서 ‘홍차 아카데미’의 강사로도 일한다.

 

홍차와 중국 차의 차이, 홍차와 물, 티 파티 테이블 세팅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2월 28일 오전, 압구정동에 있는 ‘슈크레’를 찾아갔다. 이곳은 그에게 카페라기보다는 강의실이나 주방 같은 공간이다. 공씨가 10년 가까이 사 모은 40~50개의 티 포트와 찻잔, 티 박스들이 한쪽 벽면의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서 손님들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맛보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 있는 주방에선 달걀 흰자를 거품 내고, 밀가루를 섞는 케이크 쿠킹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의 메뉴는 화이트 치즈 케이크와 야채 시폰 케이크. 완성된 케이크를 잘라내 접시에 담아낸 뒤 홍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왔다.

 

공씨는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라고 했다.

케이크를 만드는 법이야 그렇다 치고 홍차를 마시는 데에 무엇을 가르칠 게 있을까. 사람들도 그에게 “홍차 마실 때도 전통차 마실 때처럼 다도(茶道)가 따로 있느냐”며 고개부터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공씨는 “홍차 마시는 데에도 방법이 있고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의 홍차 강의를 들어보자. 일단 물의 온도, 찻잎을 우려내는 시간, 물의 양 등 세 박자가 제일 중요하다. 우선 150~220㏄의 물엔 작은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3g) 정도 되는 찻잎이 적당하다. 끓는 물을 넣어 우려내는 데엔 2분30초~3분 사이가 적당하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떫은 맛이 강해져 차의 본래 맛을 느낄 수 없단다. 이왕이면 3분짜리 모래시계를 테이블에 놓고 시간을 재보자. 편리할 뿐 아니라 차 마시는 운치도 난다고 한다. 공씨는 “너무 우려내 쓴맛이 많이 나는 건 좋지 않다”며 “한번 우려낸 찻잎은 다시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차와 중국 차, 홍차의 차이점을 늘어놓았다. “한국 차는 찻잎을 찌거나 볶은 것으로 발효시키지 않은 것이죠. 이럴 때엔 물 온도를 70도 정도로 해줘야 해요. 끓는 물을 부으면 차의 맛이 사라지죠.” 우롱차 같은 중국 차는 절반만 발효시킨 것이고, 홍차는 생잎을 완전 발효시켜 제조한 것이라고 한다.

 

홍차는 찻잎의 배합에 따라 스트레이트, 블렌디, 플레이버로 크게 나뉜다. 스트레이트는 한 가지 찻잎을 쓴 것이고, 블렌디는 두세 가지 찻잎을 섞은 것이다.

 

플레이버는 꽃이나 과일 열매를 말려 찻잎과 섞어 만든다고 한다. 흔히 알려진 다질링, 애프터눈, 블랙퍼스트, 얼 그레이 등은 찻잎이 다른 게 아니라 향에 따라 분류한 것이라 했다.

 

공씨는 “지금은 너도 나도 커피 전문점을 찾지만 ‘커피의 시대’가 지나가면 곧 홍차가 부흥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홍차는 카페인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떫은 맛을 내는 카데킨 성분 덕분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지금이야 ‘홍차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막상 홍차를 배울 땐 그리 재미있진 않았었다고 한다. “홍차의 발효 방식, 찻잎의 등급을 가리는 법 등을 꼼꼼히 배워야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하루 종일 바삐 지내다가도 잠자리에 들기 전엔 홍차 관련한 책을 집어야 마음이 편안해져요.”(웃음)

 

차 한잔을 마실 때에도 그 문화에 흠뻑 취해보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차는 마시고 먹는 게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티 테이블 세팅 법도 따로 있어요.

 

가로·세로가 25㎝인 작은 냅킨, 향기 없는 꽃을 놓고 케이크 접시와 찻잔을 세트로 놓아야 하죠. 삼단 접시엔 아래에서부터 샌드위치, 스콘, 쿠키를 놓고요.” 그는 홍차 강의를 할 때면 사람들에게 ‘차 한잔을 마실 여유부터 찾으시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금이야 ‘케이크 선생님’ ‘홍차 선생님’으로 통하지만 공씨는 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왔다. 현재 ㈜풍산에서 상무로 있는 남편 권오종씨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30년 넘게 군인생활을 했었다.

 

그러다가 1997년 남편 권씨가 주일 한국대사관의 무관으로 일본에 가게 됐다. 한 달이면 최소 50~60명 되는 손님을 치러야 했다. “한번 집에 오셨던 분에게 다음 번에 똑같은 메뉴를 내놓을 수 없죠.

 

그래서 식사가 끝나면 날짜, 인원 수, 메뉴 등을 기록으로 남겨 관리했어요.” 공씨는 어느 날 ‘아예 전문적으로 나서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서울 근교에 빵 가게와 찻집을 열어야지라고 생각했죠.”

 

처음엔 도쿄에 있는 ‘에가미’라는 요리학원에 들어갔다. 그는 일본어도 ‘요리 용어’ 중심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섞는다’ ‘볶는다’ ‘걸러낸다’ 같은 단어들은 요리 학원에서 자연스럽게 익혔다. “수업을 시작하기 30분 전에 가서 레시피를 받아 모르는 단어를 사전에서 얼른 찾아보고 시작했죠.”

 

그런 다음엔 ‘Il pleut sur la seine’(센강에 비가 내린다)란 이름의 프렌치 파티셰 학원에 들어갔다. 3년간의 전문 파티셰 과정이었다.

 

세계 각국의 요리와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고 나니, 커피나 차도 배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브루크 본드’라는 홍차 아카데미 과정을 밟게 됐다. 강의 과목은 ‘홍차 성분’ ‘홍차 & 물’ ‘홍차의 역사’ ‘홍차를 고르는 법’ ‘티 파티 여는 방법’ ‘중국차와 홍차의 다른 점’ 이런 식이었다.

 

요즘 그에겐 “어떻게 티 전문점, 케이크 전문점을 낼 수 있겠느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그는 “몇 가지 메뉴만 갖추고 쉽게 전문점을 열기보다는, 시시때때로 바뀌는 트렌드를 읽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그는 요즘도 해외여행을 가면 새로 나온 케이크를 맛보고, 새로 나온 홍차 종류를 공부하느라 바쁘다.

 

공씨는 케이크를 팔아 돈을 벌 욕심이 없다.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홍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케이크를 팔 생각이었다면 쿠킹 클래스를 열지 않았겠죠. 빵을 만들 때, 차 얘기를 할 때보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보여요.”

 

그는 요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울한 날이면 꽃 향기가 나는 허브티 한잔을, 마른 가을 날이면 습관처럼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다질링 티 한잔을 마신다.

 

“친구 중엔 ‘다들 정신없이 바삐 사는데 너 혼자 여유 부리는구나’ 하는 애들도 있어요. 여유가 어디 부리는 건가요, 찾는 거죠. 오늘 오후, 홍차 한잔 마셔보는 게 어떨까요.”

 

황성혜 주간조선 기자(coby0729@chosun.com)

 

 

 

 

 

              맛으로 보는 세상 -

 

       봄을 담은 꽃차 한 잔의 여유

 

[매경이코노미 2006-03-15 10:53]

 

쉬익 쉬익’ 화롯불에서 찻물 익는 소리는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마냥 청명하기 그지 없다.

 

다실에 걸려있는 족자에 쓰여있는 ‘차나 한 잔 마시게 ’라는 조주선사(당나라의 명승)의 문구는 여운을 남기며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이렇게 평화롭기만 한 다회(茶會) 풍경은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과의 단절이요, 내 안의 나와 소통하는 여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귀로는 솔바람 같은 찻물 끓는 소리를, 코로는 향기로운 차향을, 눈으로는 검박한 다구(茶具)를, 입으로는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차 맛을, 손끝으로는 도예가의 기운 이 느껴지는 찻잔의 감촉을 평온한 마음으로 느껴보시라. 마음으로 먹는다는 차 한 잔의 온전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겠다.

 

필자의 경우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손발이 부산할 때는 일부러라도 일회용 인스턴 트 커피나, 티백으로 만든 녹차를 과감히 팽개치곤 한다. 대신 갓 볶은 커피를 갈 아다 핸드드립식으로 내려 마신다던가, 꽁꽁 봉해놓은 찻잎을 꺼내 차를 우려내는 일을 감행한다.

 

일종의 자기위안이나 최면과도 같은 의식이라고 할까. 어찌보면 후 루룩 마셔버린 차 한 잔과 같이 덧없는 시도일지라도 복잡한 장문의 쉼표처럼 짧은 숨 고르기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위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웰빙 바람 때문인지 근자에 부쩍 차에 관심 이 많아진 것 같다. 녹차전문점이라는 것도 생겨났고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미용도구, 생활용품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으니 그리 생경한 일도 아니지만 그 동안 커피나 탄산음료에 밀려 뒷전이다가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 새삼스럽기도 하다.

 

찻잎을 우려 마시는 차는 일견 단순해 보이기는 하나 제조하는 방법에 따라 백차, 녹차, 홍차, 우롱차, 흑차(보이차 종류), 가향차 등 수백가지다. 채취하는 시기나 방법, 색깔, 형태 등에 따라 달라지고 토질과 기후에 따라서도 다르다.

 

혹자는 복 잡다난하고 오묘한 와인과도 같다고 하나, 도와 예를 함께 담아 마시니 더 심오하 다 해도 과하지 않겠다.

 

차 마시는 시기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다만 겨울이면 하얀 첫눈을 퍼다 찻물을 우 려 마시는 설차(雪茶)의 풍류처럼, 봄에는 싱그러운 화차(花茶) 한 잔이 어떨까 싶 다. 목련차, 개나리차, 벚꽃차, 매화차, 아카시아차 등 이름만 들어도 봄내음이 가 득할 것만 같지 않은가.

 

꽃잎색 따라 노란색, 빨간색, 푸른색으로 물드는 수색은 봄 처녀의 설레는 맘처럼 곱디곱다. 어디 그뿐인가. 연하면서 그윽한 맛은 부드러 운 봄 햇살마냥 서서히 목을 타고 가슴으로 녹아드니 어느새 온몸에 봄 기운이 스 르르 배게 된다.

 

우리나라 사방에서 나는 야생 꽃으로 만든 꽃차도 좋겠고, 손으로 엮어 꽃 모양을 그대로 살린 중국의 꽃차 티앙팡도 이런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그만이겠다. 천 지사방에 꿈틀거리는 생명의 소리와 함께 싱그러운 꽃차 한 잔을 고요한 마음으로 즐겨 보시길 바란다.

 

 

【차 마시기 좋은 곳】

 

▶차 마시는 뜰:삼청동 언덕 위 100년 된 고옥을 다듬어 만든 찻집이다. 주인장이 수십년 동안 모아온 각종 다기들이 전시돼 있고 삼청동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차는 물론 중국차와 봄이 느껴지는 꽃차들이 준비돼 있다.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시루떡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다. (02-722-7006)

 

▶티앙팡: 이대 정문 앞에 위치한 홍차 전문점으로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온 홍차 종류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차는 물론 중국 수예꽃차 티앙팡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다. 언제나 친절하게 차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고 해주는 곳으로 처음 차를 접해 보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는 집이다. (02-364-4196)

 

[이유진 푸드컬쳐 칼럼니스트]

 

 

***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