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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곡부,2500여년 숨결’中태산·곡부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21. 21:41

 

          2500여년 숨결’中태산·곡부

태산 도교성지 벽하사

곡부(曲阜)에 있는 공자마을 ‘공부(孔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 규모에 우선 놀란다. 공자와 그 후손이 산 공부는 황제가 산 자금성에 비유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 우선 그 위용과 규모에 압도당한다.

 

“집무실인 대성전에는 용의 형상을 새긴 기둥이 10개나 있습니다. 황제가 이곳에서 제를 지내러 오면 용무늬 기둥을 붉은 천으로 가렸다고 합니다. 자칫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곡부는 중국 속의 작은 왕국이었다. 공자의 역대 종손들은 ‘연성군’으로 봉해져 곡부를 통치한 것.

 

오히려 황제보다 더한 존경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그 후손들은 이곳을 다스렸을 것이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말이 ‘민생미유(民生未有)’. 사람이 세상에 나온 이래로 공자만 한 위대한 성인은 없었다는 뜻.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정상까지 7,412개 돌계단… 3시간 걸려

 

곡부와 태산은 2500여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방인을 먼저 반긴 것은 자욱한 황사와 메스꺼운 공해였다. 가히 여행의 설렘을 앗아갈 정도.

 

그래도 ‘민생미유’라는 공자의 발자취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도(古都) 곡부에 들어서자 공해쯤은 까마득히 잊혀졌다. 영웅호걸들과 황제들이 다녀간 태산, 호연지기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발길을 더욱 재촉했다.

 

그래서 곡부와 태산은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마음이 혼탁한 이들이 한번쯤 다녀갈 만한 곳이라 하겠다.

 

지난(濟南)에서 하루를 묵고 태산(泰山)에 올랐다. 태산은 지난에서 버스로 1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있다. 오래전부터 시인묵객이나 영웅호걸들이 즐겨 화제로 삼은 산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는 조선 선조 때 양사언이 지었다. 태산에 가면 누구나 이 시를 한번쯤 흥얼거리게 한다. 태산에서 60㎞ 정도 떨어진 곡부의 공자도 태산에 올라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 보인다”고 했다.

 

두보 또한 “태산에 오르면 다른 산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도 태산에 올라 제를 지냈다.

 

그래서 태산에 붙여진 이름이 ‘오악독존(五岳獨存)’이다. 화산과 황산 등 중국의 오악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힌다. 산세는 다른 산에 비해 떨어지지만 태산의 역사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정상인 옥황봉 바로 밑에는 ‘五岳獨存’이라는 비석이 서 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명당’이다.

 

태산은 중국인들뿐 아니라 공자의 사상적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오르고 싶은 산이다. 높이는 해발 1,545m에 불과하지만 주변의 평지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그 정기를 더욱 느끼게 한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경주 남산처럼 온 산이 역사의 흔적으로 새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선이 산다는 도교의 성산. 옥황봉 아래에는 도교의 성지인 벽하사(碧霞祠)가 있다. 태산에는 사찰만 57개에 이른다.

 

계단으로 이뤄진 태산 오르는 길


정상인 옥황봉까지 가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걸어서 7,412개의 돌계단을 오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돌계단으로 3시간은 족히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번쯤 등정의 기쁨을 누릴 만하다. 하지만 도전을 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자칫 호기를 부리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1,460m의 남천문까지 간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다소 여유를 갖고 주변 산세를 조망하면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등산 코스를 택하든 케이블카 코스로 가든 생수는 필수적. 또 산 아래보다 온도가 3~4도 낮고 바람이 불기 때문에 여름을 제외하고는 이를 감안해 옷을 입어야 한다. 태산은 현재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공자마을 ‘공부’규모 자금성 못지않아

 

태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곡부로 향하면 그곳에는 ‘만세사표(萬世師表)’로 존경받는 공자를 만날 수 있다. 공자가 73세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정신은 2,50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곡부는 그야말로 ‘공자의 왕국’과 같은 곳. 공자를 기리는 공묘(孔廟)와 공자와 그 후손들의 집무실과 거처인 공부, 공자와 후손들이 잠들어 있는 거대한 가족묘지인 공림(孔林) 등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부는 공자의 직계 장손들이 2500년 동안 거주하던 관저다. 송나라 때 공자의 종손을 ‘연성군’으로 봉한 후 곡부를 다스리던 관청이자 거주지인 셈. 역대 황제들이 증축과 재건축을 거쳐서 자금성에 견줄 만할 정도로 위용을 자랑한다.

 

본청인 대성전(大成殿) 등은 자금성에만 있는 황금기와로 돼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공자가를 이른바 ‘천하제일가문’으로 보호해왔던 것이다. 현재에도 공부는 자금성과 비슷한 규모의 성벽으로 4면을 보호하고 있다.

 

성벽 앞에는 땅을 파서 인공적으로 강을 만든 해자(垓子)도 있다. 이는 공자 가문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 황제가 살던 자금성과 같이 공부를 보호했던 것이다.

 

공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족들이 거처하는 내채 입구에 있는 벽화. 거울 대신에 만든 이 벽화는 곡부의 통치자이자 공자의 직계 장손이 아침마다 대성전으로 집무를 보러 나서면서 벽화를 음미하면서 마음을 추슬렀던 곳이다.

 

탐욕을 상징하는 동물이 태양마저 삼키려 하는 이 그림을 보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했다고 한다. 곡부를 다스린 공자의 후손들은 마음수련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족묘지인 공묘는 20ha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로 공씨 후손들만 묻힐 수 있는 ‘성역’이다.

 

‘공부’ 대성전

공자는 당시에 혼탁한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주유천하를 했다. 하지만 세상을 다스릴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혼탁한 세상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세상사는 어쩌면 혼탁하기 때문에 공자와 같은 성인이 더욱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길잡이

 

인천공항에서 산둥성 지난시로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이 1주 2회(월·금) 운항한다. 여객선은 평택에서 일조(日照)로 가는 황해훼리가 있다. 18시간 걸린다.

 

유쉘컴(02-755-6500)은 페리를 이용한 알뜰상품을 판매중이다.

태산과 곡부, 맹자묘를 돌아보는 코스는 4박5일부터 7박8일까지 다양하다.

 

4박5일 코스는 평택~일조항~추성~곡부~태산~일조~평택항으로 32만9천원.

 

7박8일 코스는 평택~일조~청두~석두(장보고유적지)~봉래(팔선구관광지)~라이주(무술학교)~치박(고차박물관)~태산~곡부~몽산~임기(황희지유적지)~일조~평택. 45만원. 비자는 별도. 단기비자는 4만원. 3박4일(주말제외) 걸린다. 단체비자(2만원)와 선상비자는 20달러. 여행객이 많을 때는 선상비자 처리가 곤란할 때가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중국 태안·곡부|글·사진 최효찬기자〉

 

[경향신문 2006-03-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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