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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그 신비를 벗긴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5. 7. 19:32

 

          캄보디아 그 신비를 벗긴다
 
ⓒ2006 강인춘
ⓒ2006 강인춘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못사는 나라.
영화 '킬링필드'로 유명해진 나라.
지뢰를 조심해야하는 나라.
우리나라 관광객이 작년 한해 20만 명이 넘게 갔다 온 나라.
인간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나라.

▲ 앙코르 와트의 전경.
ⓒ2006 강인춘
이 중에서 제일 끌리는 말은 마지막 줄의 '인간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나라'라는 것 때문에 '쌕'에다 몇 가지 세면도구만 집어넣고 무조건 비행기에 올랐다.

캄보디아의 '앙코르(ANGKOR)'를 보기 위해서다. 정말로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까? 그리고 그 유네스코에선 무너져 가는 유적지를 왜 포기했다는 것인지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인도차이나반도 서남쪽에 위치한 캄보디아의 씨엠립. 이 도시는 캄보디아의 3대 도시 중의 하나.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고대 도읍지이다. 거대한 밀림 곳곳에는 고대 앙코르 왕조의 유적들이 널려 있었다.

▲ 400여년을 밀림속에 숨어 있다 드디어 얼굴을 보인 앙코르 와트.
ⓒ2006 강인춘
9∼15세기 왕조가 융성하던 시절에 만들어졌다가 그 왕조가 멸망하면서 400여 년간을 밀림 속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그 뒤 19세기 초 유럽의 어느 곤충학자에 의해서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 앙코르 와트는 그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프놈바켕, 바이욘 사원, 앙코르톰, 톤레삽 호수 등 모두가 경이스런 모습들로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앙코르 와트는 유럽의 석조문화 못잖은 크메르 건축예술의 극치를 이룬 역사적인 예술품 그대로였다. 구성, 균형, 설계기술, 조각과 부조. 이 모두 완벽하다. 세 겹으로 쌓인 회랑에는 각종 신화와 역사적 사실들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다. 앙코르 와트가 지니는 건축적 의미를 알아본다.

▲ 앙코르 와트의 위용들
ⓒ2006 강인춘
앙코르 와트는 원래는 '제도(帝都)의 탑'이라는 뜻이었으나 앙코르제국 멸망이후 16세기 상좌부 불교사원으로 사용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초에는 수르야바르만 2세의 묘로 지어졌다는 설도 유력하다. 약 3만 명의 숙련된 석공들이 30여 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동서 1.3km, 남북 1.5km의 직사각형의 모양이다. 이 건축물은 3개의 회랑이 중첩되어 있다.

▲ 쌓아올린 석조 표면에 새겨진 그림들
ⓒ2006 강인춘
▲ 그 조각된 형상의 테크닉은 현대사람이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2006 강인춘
▲ 조각된 그림중 일부를 복원하던 프랑스인들이 잘라 본국으로 가져갔다
ⓒ2006 강인춘
바깥 회랑의 벽면에는 인도 힌두교의 서사시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었고 두 번째 회랑 안에는 1560여 개의 여신상이 제각기 모습으로 새겨져 있었다. 중앙사단으로 향하는 마지막 40계단은 75도의 가파른 경사로 마치 암벽을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3층 중앙탑이 있는 곳은 천상계, 2층은 인간계, 1층은 축생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 상단의 조각상들은 하단(오른쪽그림)의 하나의 돌덩이에 조각하여 (한단 왼쪽 붉은 선)쌓아 놓은 것이다
ⓒ2006 강인춘
이제부터 그 석조예술품에 하나씩 빠져 보자. 돌칼로 쪼아 조각하기에 좋은 사암(砂岩)이라는 돌이 있다. 이 돌들을 제각기 네모난 형태로 잘라 지그재그로 쌓아놓고 돌 하나 하나에 갖가지의 형상을 조각한 것이다.

물론 돌과 돌 사이의 이음새가 표시 났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거대한 조각품이었다. 바로 이 자체가 현대의 기술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 수록 신비스럽고 경이스럽다.

거대하고 광대하다.
끈질기고 정교하다.
도대체 이 많은 돌은 어디에서부터 가지고 왔을까?
어떻게 운반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해답은 없다. 그들은 유물이란 문화가 없었다. 사람이 죽어 땅에 묻혀야 혹시라도 그 속에 유물찌꺼기라도 남는 게 있어 그 근원을 파악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그들은 죽으면 그대로 화장을 해버렸다. 그래서 오늘에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은 다만 설(說)뿐이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오늘의 인간들로 해서도 조금씩 허물어져 내리지만 식물들의 침식으로, 또는 자연현상으로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에서도 두손 들고 포기한다는 것은 바로 건축물을 잠식하는 식물들의 자연침식이다.

 
석조건축물들은 거대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의 몸체에 의해 점점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식물들을 잘라 없애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럴 것 같다.

나무들을 잘라내기도 안타깝고, 그렇다고 자를 않을 수도 없고, 그냥 그대로 놔둘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그것 역시 자연현상
그대로이니까….(계속)
[오마이뉴스 2006-05-04 13:56]    
[오마이뉴스 강인춘 기자]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