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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메고 떠나는 동남아 '기차여행'

향기男 피스톨金 2006. 4. 7. 21:01

 

   배낭 메고 떠나는 동남아 '기차여행'

 


낭만 싣고 달려갑니다
 

[조선일보 유나니기자]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동남아 3개국을 기차 타고 한꺼번에 돌았다. 싱가포르를 출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둘러보고 태국의 핫야이, 푸껫에서 잠시 쉬다가 방콕에서 신나게 놀고 치앙마이로 가서 트레킹까지 하는 여행 상품의 이름은 ‘싱마타이’. 마음먹기 따라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까지도 기차 타고 갈 수 있다.

 

여행사 ‘엔투어’(www.ntour.co.kr)가 내놓은 인천-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핫야이-푸껫-방콕-치앙마이-인천 코스 상품은 ‘싱마타이 종단 디럭스’(15일). 취재 일정상 핫야이와 푸껫을 건너뛰고 여행을 7박 9일로 줄였다. 이처럼 원하는 대로 날짜를 조정할 수도 있다. 자유여행이니까.


 

1~3일 싱가포르


 

첫날 밤 9시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덥지만 나무가 많아 싱그럽다. 열대과일 두리안 모양의 문화공간 에스플러네이드, 싱가포르 상징인 멀라이언 파크를 지나 강변의 카페거리 클락키로 갔다.

 

색색깔 지붕 아래서 대게요리 ‘페퍼크랩’(약 1만5000원)으로 포식. 다음날 아랍스트리트-리틀인디아-차이나타운을 돌며 다민족 국가임을 실감했다.

 

아랍스트리트의 ‘암브로시아’란 식당에서 물담배 쉬사(Sheesa)를 즐기는 여행객이 눈에 띄었다. 쇼핑의 거리 오차드 로드 니안시티백화점 3층에는 아시아 최대 서점이 있다.


드디어 기차에 올랐다. 기차여행, 이름 자체가 낭만이다. ‘폼 좀 잡아야지.’ 시집 한 권과 노트, MP3플레이어를 챙겼다.

 

쿠알라룸푸르행 기차는 탄종파가 역 밤 10시 15분 발. 출발 시각이 가까워지자 배낭여행객들이 속속 들어선다.

 

에스토니아에서 14명의 일행과 함께 왔다는 수잔 베릅손(31) 씨는 “아시아의 후끈한 열기 속에서 밤 기차를 타다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냐”며 한껏 들떴다.

 

엄밀히 말하면 싱가포르 기차는 없고 말레이시아 기차가 싱가포르부터 운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차를 타기 전에 말레이시아 입국 수속을 밟고 40분쯤 달리다 다시 우드랜드역에 우르르 내려서 싱가포르 출국 수속을 밟는다.

‘럭셔리 익스프레스’를 기대했다면 실망이 크겠다. 기차 내부는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 급. 1등석에는 샤워부스까지 딸려 있지만 배낭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2등석에는 차량 사이 좁은 화장실 옆에 공동 세면대만 있다.

 

1, 2층에 각 20개씩 침대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데 침대마다 커튼이 처져 있고 개인 조명이 있다. 하지만 커튼을 치면 덥다. 하루종일 땀에 절은 배낭객이라면 탑승 전 숙소에서 샤워를 해결하자.

 

“그럴 줄 알고 물티슈를 준비했지” 하며 누군가 자랑을 했다. 베개 맡 흐릿한 조명 아래 호젓한 나만의 공간을 즐겼다. 쿠알라룸푸르 역에는 새벽 6시30분쯤 도착. 달리는 내내 밤이어서 창 밖 풍경은 까맣다.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 역에 오전 6시30분쯤 도착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가까이서 올려다보니 장관이다. 동굴 사원에 갔다가 스콜(열대성 집중호우)을 만났다. 야자에 빨대 꽂고 돌아다녔다(취재 일정상 태국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다).


 


5~6일 태국 방콕


 

배낭여행자들의 집합소인 카오산 로드. 한인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에 들러 새우와 생선을 듬뿍 먹고 여행 정보를 챙겼다. 거리 전체가 불야성이다. 새벽 3시, 상점들이 드디어 문을 닫자 여행객들은 길바닥에 앉아 노래하고 술 마셨다.


 

저녁 7시40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후알람퐁 역 대합실에 들어서자 입이 딱 벌어졌다. 실내가 치앙마이행 기차를 타려는 배낭객들로 새까맣게 뒤덮였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요기를 하는가 하면 역사 안 샤워부스(이용료 약 300원)에서 미리 씻는 이도 있었다.


 

‘밤 기차에 몸을 싣는다’는 생각에 모두 설렌 표정이다. 기차 수준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행 보다 조금 나은 편. 그러나 이번에도 기차는 역시 ‘럭셔리’는 아니다. 공동 화장실과 세면대로 버텨야 한다.

 

기차가 출발하자 차장이 돌아다니며 일일이 침대를 펴주었다. 짐칸처럼 접혀올라 있는 선반을 내리자 2층 침대가 생겼고, 접힌 의자를 당기자 1층 침대가 된다. 여행자들은 간이 테이블을 놓고 삼삼오오 모이기도 했다.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식사나 맥주 주문을 받았다. 시끌벅적,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일찌감치 식당차에 자리 잡은 이들도 있었다. 식당차는 화려한 조명과 쿵쿵거리는 음악으로 바(bar)를 연출했다. 창문이 열려 선선한 밤공기도 쐴 수 있다. “우린 캐나다, 그쪽은 어디죠?” “오스트리아요!” 각각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녀 일행들이 금세 한데 어울렸다. 자정무렵 식당 문을 닫을 때까지 이야기 꽃이 피었다.


 

침대칸은 에어컨 때문에 무척 춥다. 모직코트가 그리울 정도. 몸무게가 80㎏은 족히 돼 보이는 여성이 힘겹게 2층으로 오르며 ‘좁다’고 투덜거렸다. 2층이 더 좁아서 1층보다 가격도 싸다. 다음날 아침 7시쯤 해가 밝아오자 창 밖으로 시골 풍경이 보였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들판을 달렸다. 오전 10시. 치앙마이다.


 

7~9일 태국 치앙마이


 

코끼리 타기-뗏목 타기-고산족 마을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뗏목은 팔뚝만한 굵기의 나무 10개를 엮어 만든 것인데, 타고 가다 보면 어린 뱃사공의 장난에 물에 흠뻑 젖는다. 출국 공항이용료 500바트를 내야 하니 현금을 꼭 남겨둘 것. 기내1박. 인천에 도착하면 9일째 아침이다.

(글·사진=유나니기자 nani@chosun.com )

 




 


[조선일보 2006-04-06 17:12]    

 

 

JennyFlute(젤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