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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 ‘귀족의 섬’ 브리오니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14. 10:47

 

            상류사회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

 

                 ‘귀족의 섬’ 브리오니

 
자네, 여름 휴가 계획은 세웠는가? 혹시 브리오니(Brioni)를 아는지? 이탈리아 동북부의 아드리아 해 건너편 섬인데, 이번에 내가 그곳을 다녀왔네. 한국 사람으로는 첫 방문이라기에 ‘이때 아니면 언제 가랴’싶어 욕심을 내봤다네.

 

브리오니는 크로아티아 서북 최남단 풀라(Pula) 군도 밑에 있는 섬이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60마일 거리인 이 섬은 14개의 섬으로 이뤄진 크로아티아 국립공원이지.

 

보기엔 빤한데 가기 만만치 않은 지역이어서 적어도 일주일 휴가를 내야 할 걸세. 오가는 데만 4일이 걸리거든. 인천공항에서 점심 때 떠나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탔지.

 

밀라노에 도착하니 밤 11시. 공항 근처 호텔에서 눈을 붙인 뒤 오전 11시에 밀라노 공항에서 크로아티아 풀라 군도로 가는 35인승 비행기를 탔지. 방문객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뜨는 개인 비행기라네. 프로펠러만 돌린 후 활주도 없이 곧바로 뜨는 경비행기였어.

 

1시간 15분 후 1960년대 우리나라 공항 같은 곳에 내렸지. 다시 버스를 타고 20분을 가니 화자나(Fasana) 항구에 브리오니 섬으로 가는 배가 기다리더군.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배는 브리오니 섬 호텔 투숙객의 경우 하루 몇 번을 타든 무료야.

 

오후 4시. 배를 탄 지 20분 만에 섬에 도착했어.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이틀이 걸렸네. 풀라에서 오후 4시에 밀라노로 오는 경비행기를 탔는데, 밀라노 공항에서 입국심사로 한참이나 시간을 끌더군.

 

결국 밀라노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다음날 낮 비행기로 귀국했네. 참으로 긴 여행길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며칠은 소중했네.

 

큰맘 먹지 않는 이상 2~3년 내에 다시 가게 될 것 같지 않기에 더 큰 추억으로 남는 듯하네.

브리오니 섬에는 왜 갔냐구?

 

세계적인 남성복 전문 제작업체 브리오니에서 7월 초 ‘브리오니 폴로 클래식’을 주최했는데 미국, 프랑스, 영국, 두바이, 일본 한국 등 10여 개국에서 1백20명의 기자를 초청했지.

 

브리오니사는 1945년 양복을 만드는 사람 나자리노 폰티콜리와 사업수완이 좋은 게타노 사비니가 동업으로 로마에 설립했어.

 

그들은 ‘럭셔리를 위해 재단된 섬, 브리오니로 놀러오세요’라고 유혹하는 브리오니 군도의 1937년도 홍보포스터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 이름을 ‘브리오니’로 정했지.

 

사실 브리오니 양복은 최하 1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옷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잘나가는 CEO들이 입는다는군. 한국이 명품 수입국 랭킹 10위권에 든다더니…. 오죽하면 한국 기자를 초청했을라구. 자네도 들었을 걸세.

 

공식적인 우리나라의 한 해 명품 수입 액수가 1조원인데,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사가지고 들어오는 명품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명품 시장은 연 3조원정도 된다네.

 

물론 이웃 일본의 연 30조원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대단한 결과가 아니지 않은가. 일본 기자들은 브리오니 폴로 클래식이 처음 열린 2004년부터 초청 받았다는군.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고급 스포츠를 즐기던 낙원

모든 걱정 버리고 해변에 누우면 나만의 천국

 

1900년대만 해도 브리오니 섬은 ‘이스트리아’란 이름의 초호화판 휴양지였고, 2천 년 전에는 부티 나는 로마인들이 휴가를 즐기던 ‘물 좋은 곳’이지. 1924년에 이탈리아 폴로 사상 최초의 국제 토너먼트가 열렸고 요즘도 폴로, 골프, 요트, 테니스, 궁도, 사냥 등의 스포츠 이벤트가 계속되고 있어.

 

상류사회 부자들이 이곳의 ‘수질 관리’를 제대로 해왔지.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만 해도 한 해 동안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5만여명이었다니, 옛날부터 이곳은 귀족들의 호화 운동이었던 셈이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폴로 경기는 6억여 원의 예산으로 진행됐네. 브리오니가 대단하긴 한가 봐. 두 번째 날 결승전에는 스테판 매직 크로아티아 대통령이 관중석에 참석했더군.

 

행사 스폰서는 브리오니, 카르티에(Cartier), 줄리어스 바(Julius Bar), 메이바흐(Maybach) 등 네 곳이야. 폴로 경기 선수들은 임의로 각 회사 소속이 되어 출전했지.

 

모두 4개 팀이 출전해 이틀 동안 토너먼트를 치렀고 카르티에가 1등, 부리오니 2등, 메이바흐 3등, 꼴찌는 은행 팀인 줄리어스 바가 차지했어, 선수들은 프로가 아니고 자신의 직업이 따로 있어. 폴로는 취미로 하고. 그런데 폴로는 참으로 양반 운동이야.

 

축구는 골키퍼가 있지만 폴로에선 없어. 말을 탄 채 스틱으로 나무로 깎은 공을 쳐서 골에 넣으면 돼. 물론 골대 그물도 없어. 그냥 두 개의 골 포스트가 있을 뿐. 쯧쯧…. 말들만 고생이지.

 

 

그래도 이곳처럼 달콤한 곳이 드물다네. 차량 운행이 금지돼 있어, 섬의 풍광과 함께 공기가 완전 예술이라네. 숨구멍에 전해지는 공기가 너무 맑고 깨끗해 코로 숨 쉬기가 황송할 정도지.

 

응급차 외엔 없으니 자전거로 다니거나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카트로 다니지. 아니면 걷거나. 그리 넓은 섬이 아니니 그럴 만도 해. 2백30만 평 정도의 땅이니, 우리로 치면 독도의 40배 정도지. 온도도 걷기에 딱이야. 여름에는 22℃, 봄가을에는 12~14℃, 겨울에는 6℃.

 

이 섬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고슬라비아령이 되면서 1979년까지 유고 티토 대통령의 사유지였는데 1992년 크로아티아 땅이 됐네. 당시 티토가 초청한 외국 손님들이 이곳을 찾았고, 그들은 이번에 기자들이 묵었던 3개의 호텔인 브리오니, 넵튠, 카르멘에 여장을 풀었다네.

 

지나 롤로 브리지다, 소피아 로렌,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부부 등 주로 영화배우들이 티토를 만나 반갑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 호텔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어. 3개의 호텔을 합쳐 총 2백여 명밖에 투숙할 수 없는 정도지. 그러나 호텔 앞에 정박한 요트들은 장난이 아니야.

 

 

한 달씩 휴가를 얻은 유럽 사람들이 요트를 타고 이곳에서 여름을 나곤 한다네. 요트나 호텔에서 나와 저마다 자전거를 타고 섬 전체 해변 어느 곳이든 자신만이 쉬고픈 곳에 다다르면 그곳에 드러누워 책도 보고 수영도 하지. 물론 나체로 수영해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어.

 

나무가 촘촘히 서 있는 바닷가에는 길이가 5m도 안 되는 동글동글하고 오붓한 해변들이 즐비하지. 나 혼자만의 공간인 모래밭에 나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잔잔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루 종일 드러누워 책 읽고 낮잠에 빠지다 보면 내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고단하게 살던 사람 맞나 싶네.

 

오붓한 시간이 지겨워지면 ‘Sony’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비롯 각종 동물들이 사는 사파리를 구경해도 좋지.

 

사파리에는 바다를 구경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노천카페도 있어.

 

또 호텔 뒤편으로는 2촌년 전 로마인들이 애용하던 목욕탕과 집터들이 남아 있으니, 그들이 남긴 폐허 속 벽돌을 돌아보며 옛날의 영광을 상상해보는 맛도 이국적이라네.

 

휴가 때 이곳에 몰려들어 서로 잘난 척했을 정치인들과 예술인들, 과학자들과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할걸.

 

18홀 규모의 골프장도 있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페어웨이가 곱고 예쁘진 않아. 더구나 그린은 잔디가 아니고 굵은 모래로 만들어놓았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골프장을 돌아도 사용료가 13유로(1만6천원)에 불과하니 남는 장사 아닌가. 호텔 옆 스포츠클럽에서 골프채도 빌려주지만 골프장용 카트와 캐디는 없다네.

 

스포츠 못지않게 먹거리도 고급이지. 짭짤한 해산물구이가 입맛에 맞더군. 음식점이라곤 호텔식당이 전부라서 다채롭진 않지만 부페 식당에서 이것저것 골라 먹는 맛이 괜찮아. 놀고 먹다 보니 3일이 후딱 갔다네. 우리 인생이 어차피 일장춘몽일진대 실속 있는 꿈 한번 품어보았네.

글·사진 / 유인화 기자

 

#브리오니 양복은

 

나자리노 폰티콜리와 가에타노 사비니가 1945년 로마에 설립했다. 생산량의 25%가 맞춤복(Made-To-Measurement)이며 만드는 기간만 6주가 걸린다. 이는 기성복 제작 기간에 비해 30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드는 셈이다.

브리오니 지점은 세계 각 매장과 백화점 등 5백여 군데에서 기성복과 맞춤복을 팔고 있다.

 

20년 동안 41개 국가에서 연 패션쇼만도 5백여 차례. 가격은 양복 한 벌에 최고 1천만원이다. 1백50수부터 2백50수까지 사용하며 캐시미어, 실크 등 2천5백여 종의 최상급 원단을 사용한다.

 

한 벌의 양복을 위해 10시간 동안 한땀한땀 스치는 3천개 이상의 스티치가 들어가고 재킷 하나를 만드는 동안 42번 이상의 다림질 등 1백86개의 제작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브리오니사 소속 직원은 2천명이며 이 가운데 1천여 명이 재단과 바느질 작업에 매달린다. 브리오니만의 장인정신과 수작업 능력 등 바느질 공법을 전수하기 위해 1980년에 양복학교인 Higher Institute of Tailing이 설립했다.

 

매년 18명의 학생을 선발해 4년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는데, 일주일에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실습과 이론 수업이 이어진다.

 

방학은 1년에 한 달뿐이며 이들은 마지막 시험을 거친 후 1년 동안 실제 생산 라인에서 인턴십을 거쳐야만 브리오니 장인으로 첫발을 딛게 된다.

 

브리오니 양복을 입다가는 다른 양복을 못 입는다고 한다. 그만큼 입은 것 같지 않게 편하다는 것이다. 세계 유명인사들은 대부분 브리오니에서 양복을 맞춘다.

 

또 전설의 영화배우들인 클라크 게이블, 헨리 폰다, 존 웨인, 게리 쿠퍼 등이 입었고,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한 피어스 브로스넌의 경우 정장 양복, 턱시도, 캐주얼 양복 등 영화속에서 브리오니의 완벽한 양복 라인을 뽐내고 있다.

 

물론 어떤 체형의 양복도 잘 뽑아낸다. 일본 스모 선수인 노이시키는 270kg의 체구에 맞는 양복을 맞추기 위해 9m의 원단을 소요, 세계 최대 1인 사용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여성복도 만들고 있다.

 

역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상대역 여배우들이 브리오니 여성복을 입고 출연했다.

 

1990년 CEO로 임명된 움베르토 앵글로니는 ‘Power House international luxury brand’를 목표로 한다. 브리오니의 브랜드 이미지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라이센선도 배제한다.

 

오직 이탈리아 소재 8개 공장에서만 브리오니 양복을 만든다. ‘입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녹아들어 고귀한 인성을 돋보이게하는 착용감’을 고집하기 위한 브리오니만의 철학이다. [레이디경향 2006-08-13 15:39]

 

 

 

창가에 흐르는 달빛 속으로
띄우고 또 띄워 보내렵니다

나도 브리오니 갈 꿈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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