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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만 먹고 가면 섭섭하죠! 솔숲도 봉화여행

향기男 피스톨金 2006. 9. 21. 11:21

 

                  봉화 송이여행

 

 

       낙엽 사이로 얼굴 내민 송이 '뽀얀

 

                 속살 부끄러워라'

 


                                   봉화 춘양목송이축제
 

[조선일보 글·김성윤기자, 유창우기자]

 

‘제10회 봉화 춘양목송이축제’가 오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경북 봉화군에서 열린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송이채취체험’. 봉화군 내 송이가 자라는 산에서 산주(山主)의 안내를 받아가며 송이를 직접 채취한다. 1인당 최고 2개까지 캘 수 있다. 채취한 송이는 전일 산림조합공판 가격 기준으로 산주에게 지불하고 구입 가능하다.


 

송이 가격은 해마다 그리고 날마다 달라지지만, 대략 5만원에서 6만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봉화읍 체육공원 주행사장 안내소에 모이면 체험장으로 단체 이동한다. 원하면 자신의 차를 타고 체험장으로 가도 된다. 체험장 입장료는 없다. 접수 (054)679-6364.


 

봉화군의 또다른 자랑, 춘양목을 소재로 한 행사도 마련된다. 춘양목 공예품 전시, 춘양목 묘목 전시·판매, 한옥짓기 레고체험, 춘양목 장승깎기 체험 등을 통해 춘양목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문의 (054)679-6371, 6391 www. bongwha.go.kr

 

숨이 턱턱 막혔다. 가장 값비싼 가을 별미, 송이가 자라는 현장을 보려고 산주(山主) 장상일(48)씨를 쫓아 경북 봉화군 비나리마을 뒷산을 올라가는 길이었다. “뒷산”이라고 했지만 경사도가 60~70도. 절벽에 가깝다. 장상일씨는 “송이는 물빠짐이 좋은 급경사 땅이라야 잘 자란다”고 했다.


 

재빠르게 산을 타던 장상일씨가 한 소나무 앞에 멈춰섰다. 왼손에 든 나무 지팡이로 소나무 뿌리 부근 살짝 불거진 땅을 헤쳤다. 낙엽과 부엽토를 치우자 골프공 크기의 갈색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장상일씨가 지팡이로 덩어리 주변 땅을 지긋이 눌렀다. 길이 10㎝쯤 되는 송이가 쑥 올라왔다. 장씨는 흰 장갑을 낀 왼손으로 조심스럽게 송이 줄기를 감싸쥐더니 바구니에 담았다.


 


송이는 소나무 뿌리 부근에 붙어 자라는 버섯이다. 분해능력이 없어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만 생장하는 까다로운 버섯이다.

 

장상일씨는 “송이는 영물(靈物)이요, 영물”이라 한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하고, 햇빛이 적당해야 합니다. 건조해도 안되지만 습해도 안돼요. 사람 손을 타면 절대 안 커요. 인공재배는 물론 안되죠. 쇠가 닿아도 안 자랍니다. 지팡이는 그래서 꼭 나무라야 하죠.”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져야 자라다보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해마다 그리고 날마다 차이는 있지만, 송이 1㎏ 가격은 대략 50만~60만원 사이에서 경매된다. 송이 무게는 150g쯤이니, 송이 하나가 5만원에서 6만원 사이쯤 되는 셈이다. 9~10월 송이철에는 일꾼들이 산에 텐트를 치고 밤샘하며 송이를 지킨다. 장상일씨는 “도둑을 막기 위해 공기총까지 동원된다”고 했다.

 

이처럼 송이가 대접 받는 까닭은 특유의 향기 때문이다. 입안과 콧속을 가득 채우는 은은한 솔향기는 우아하고 기품 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고려시대 이인로는 ‘파한집’에서 “맛이 신비하며 이뇨작용을 돕고 정신 안정효과가 있는 향기가 난다”고 상찬했다.

 

송이는 강원도 양양·인제·삼척·강릉·고성과 경북 울진·영덕·봉화에 분포한다. 양양이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12~13% 가량을 생산하는 봉화 사람들은 “생산량은 적어도 맛과 향에서 봉화산 송이를 따라올 곳이 없다”며 “태백산 자락 마사토에서 자라 다른 지역보다 수분 함량이 적어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올해는 윤달로 가을이 늦어져 아직은 송이가 많지 않다. 비나리마을 뒷산에서도 송이가 아직까지는 정상 부근에 머물고 있다. ‘봉화춘양목송이축제’가 열리는 9월 말에서 10월 초가 되면 송이가 제철을 맞을 전망이다. 이때쯤이면 송이가 7부 능선까지는 내려와 채취가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봉화군에서는 축제기간 비나리마을 뒷산 등 봉화군 일대 송이산에서 송이 체취체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봉화군(054-679-6391,www.bong wha.go.kr)이나 장상일씨(054-672-3274, 011-9724-3274)에게 문의하면 가능하다.

(봉화=글·김성윤기자 [ gourmet.chosun.com])

 


▒ 여행수첩 ▒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꿔탄다. 영주IC를 빠져나와 ‘봉화’ 표지판을 따라 운전하면 36번 국도다. 36번 국도를 계속 달리면 봉화읍이 나온다. 축제행사장은 봉화읍 내성천변 체육공원에 마련된다. 서울 남부고속터미널 앞에서 지난 14일(목요일) 오전 10시 출발, 오후 2시 도착했으니 4시간쯤 걸린 셈이다.


송이만 먹고 가면 섭섭하죠! 솔숲도 둘러보세요

 
                              봉화 즐길거리 베스트 5

 

경북 봉화에서 달랑 송이만 먹고 올라온다면 아쉽다. 보고 먹고 즐길거리가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최고를 골랐다. ‘봉화 베스트 5’를 소개한다.

 

한약우

 

‘거세육’은 숫놈으로 태어났지만 생식기를 도려내는 아픔을 겪으며 암소와 비슷해진 ‘거세소’ 고기다. 한우 암소보다 거세육이 더 낫다는 고기 마니아들이 많다. “고기 육질이나 마블링, 육색이 암소보다 우수하면서 숫소 특유의 누린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거세육은 맛이 싱겁다. ‘봉화 한약우’는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송아지 때부터 24개월이 될 때까지 천궁, 당귀 등 한약재 60㎏을 거세소에게 먹인다.

 

이렇게 키운 한약우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육질이 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보완된다”는 게 봉화한약우영농조합의 설명. 조합에서 축산기술연구소에 의뢰한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약우는 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 함량이 전체 지방산 중 70.7%로 일반 한우(48.7%)나 수입쇠고기(38.3%), 젖소(36.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맛을 확인하고 싶다면 봉화군청에서 멀지 않은 ‘봉화한약우본점 식육식당’(054-672-1091)으로 간다. 한약우는 아직 생산량이 적어 봉화 바깥에서 맛보기 힘들다. 식당에 들어가니 벽에 하얀 철판이 걸려 있다. ‘오늘의 한약우’란 제목 아래 생산자와 생산지, 연락처 등이 적혀 있다. 그날그날 판매하는 고기를 누가 생산했는지 안심하고 먹으란 뜻같다.

 

‘생등심’을 주문했다. 150g에 1만4000원. 서울 고깃집과 비교하면 매우 ‘착한’ 가격이다. 노르스름한 기름이 거미줄처럼 얽힌 고기를 벌겋게 달궈진 숯불 위에 얹었다.

물방울이 표면에 송글송글 맺혔을 때 고기를 한 번 뒤집어 한 입 크기로 잘랐다. 고기를 씹자 육즙이 흠뻑 배 나온다. 구수함이랄까 감칠맛이랄까, 하여튼 평소 먹던 쇠고기보다 맛이 짙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압도적이다.


‘갈비살’ 1만6000원, ‘왕소금구이’ 1만원. 모두 150g 기준이다. 1인분 200g씩 나오는 ‘불고기’는 9000원, ‘주물럭’ 5000원, ‘곱창전골’ 2만원, ‘삼겹살’ 6000원이다. 송이철에는 ‘산송이돌판’(1만9000원)도 있다.

 

봉화유기

 

봉화는 옛부터 ‘방짜유기(鍮器)’로 유명했다. 방짜유기란 구리 78%와 주석 22%를 섞은 합금으로 만든 그릇 등을 말한다. 봉화읍 삼계리에서 ‘내성유기공방’을 운영하는 김선익(70)씨는 “봉화는 숲이 좋아서 유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숯을 다량으로 구하기 쉬웠고, 그래서 유기가 발달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해방 즈음 30여곳에 달하던 봉화의 유기공방은 이제 ‘내성유기공방’과 바로 옆 고해룡씨가 운영하는 ‘봉화유기’, 이렇게 두 곳만 남았다. 값싸고 건사하기 편한 스테인리스 그릇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기공방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었다.

 

“해방 후 그릇이 없어서 유기가 잘 팔렸어요. 공방들이 품질 나쁜 유기를 막 만들어냈어요. 그러다보니 유기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어요.”

사라질 뻔했던 방짜유기가 30여년 만에 돌아오고 있다. 웰빙 바람 덕분이다. 방짜유기는 살균효과가 있다고 한다. 병원성 대장균을 방짜 그릇에 넣고 24시간이 지나자 뿌연 침전물이 생겼다. 대장균이 죽어 생긴 흔적이었다. 농약 성분도 가려낸다.

 

농약 묻은 깻잎을 방짜그릇에 담아뒀더니 그릇 표면이 시커멓게 변했다.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방짜그릇과 숟갈, 젓가락을 주문하는 식당들도 늘었다. 김선익씨는 “매출이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방짜유기 가격도 많이 올랐다. 되찾은 인기보다는 최근 2배 가까이 급등한 구리 국제시세 때문이라고 한다. 봉화읍에 오면 제대로 만든 방짜유기를 조금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내성유기공방에서는 식기, 찬그릇 등 17점(23피스)으로 구성된 2인용 ‘생활반상기’를 37만원에 판다. 시중이나 인터넷에서 46만2000원에 판매하는 제품이다. 소매가 9만원인 ‘연엽식기’(밥공기와 국그릇으로 구성된 남성용 식기세트)는 7만2000원, 9만3000원인 ‘합식기’(여성용)는 7만5000원에 판다. 내성유기공방 (054)673-4836 www.naesung.co.kr, 봉화유기 (054)673-1987 www.yougijang.com

닭실한과


봉화읍 삼계리 ‘닭실마을’은 조선 중종 때 문신 권벌이 터를 닦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다. 닭이 알을 품은 모양인 닭실은 한반도에서 손꼽히는 명당터로 옛날부터 이름을 날렸다.

 

요즘 닭실마을은 한과로 더 유명하다. 안동 권씨 집안의 까다로운 제사가 닭실한과의 시작이었다. 종부인 손숙(61)씨는 “제사상에 오르는 한과는 가문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을 만큼 중요시했고, 자연 한과 만드는 기술이 좋아졌다”고 했다.

 

닭실마을 입구에는 부녀회관이 있다. 부녀회관에 가면 한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찹쌀을 빻아 시루에 쪄낸 뒤 홍두깨로 밀어 손바닥만한 떡살을 만들어 온돌 바닥에 바싹 말린다. 떡살을 식용유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눌러 지진다. 손바닥만하던 떡살이 방석만하게 부풀어오른다. 물엿을 바르고 튀밥을 묻히면 한과의 한 가지인 입과(산자)가 만들어진다. 일주일쯤 걸린다. 모두 수작업이다.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잔과(손가락 크기 강정)는 찹쌀 튀밥과 잘게 자른 건포도로 꽃 장식까지 한다. 속이 촘촘하면서 입안에서 녹듯 부드럽다. 딱딱한 덩어리가 씹히지 않는다. 손숙씨는 “미지근한 기름에서 천천히 튀기는 정성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일러줬다.

 

추석은 주문이 전국에서 쏟아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요즘 한과 만드는 아낙들 손길이 유난히 바쁘다. 바구니 크기에 따라 3만5000원, 6만원, 8만원에 판매된다. 제사, 선물용 등을 알려주면 맞춰서 포장해 택배로 보내준다. 택배비 4000원. 10일 전 미리 주문해야 좋다. 닭실마을 부녀회 (054)673-9541, 674~0788

 

서벽리 금강소나무숲

 

하늘로 쭉쭉 뻗은 잘생긴 소나무숲, 솔잎을 스치며 푸르게 물든 햇볕, 신선한 공기. 거기 인간이라곤 나 외에 아무도 없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금강소나무숲’은 고요하고 평온한 자연을 즐기고픈 그대에게 딱 알맞은 곳이다.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재질이 단단해 1등급 목재로 사랑받아왔다. 동해안을 따라 여러 지역에서 자라지만, 춘양면에 특히 많아 나무는 ‘춘양송’, 목재는 ‘춘양목’이라 불린다.

 

서벽리 금강소나무숲은 1974년 채종림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에서 키운 종자로 금강송 묘목을 키워 전국 산에 심었다. 전국 금강소나무의 산실인 셈이다. 2001년부터 궁궐이나 사찰 등 문화재 보수복원을 위한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되면서 나라로부터 특별 관리를 받으며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왔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숲에는 금강소나무 외에는 다른 큰 나무가 없다. 금강소나무가 잘 자라도록 국유림관리소에서 간벌작업을 한다. 대신 금강소나무 아래 산옥잠화, 산수국, 동자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자란다. 일반 공개된 지 얼마되지 않아 사람도 없다. 커다란 ‘비밀 정원’ 같다.

 

국유립관리소에서는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화로 미리 예약하면 ‘숲 해설가’가 오전 10시~정오, 오후 2시~4시 2차례 금강소나무숲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설명해준다. 길이 2.6㎞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 걸으면 40분쯤 걸린다. 문의 영주국유림관리소 (054)633-7278. 숲 해설가 김재일씨(011-812-3936)에게 직접 예약해도 된다.

 

입장료는 없다. 주차장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춘양삼거리에서 88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서벽파출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계속 올라간다. ‘두내약수탕’이라는 팻말 부근 샛길로 다시 좌회전해 조금 들어가면 금강소나무숲이 나타난다.

 

만산고택(晩山古宅)

 

금강소나무숲에서 산림욕을 즐겼다면 ‘만산고택’에 들러보자. 금강소나무를 다듬은 목재, 즉 ‘춘양목’ 나뭇결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당당한 한옥집이다. 1879년 만산(晩山) 강용(姜鎔·1846~1934)이 지은 집으로, 춘양면 의양리 남쪽 얕은 산을 등지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사랑마당을 사이에 두고 사랑채와 안채가 ‘口’자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당 왼쪽으로 2칸짜리 ‘서실’(書室)이 보인다. ‘한묵청연’(翰墨淸緣)이라는 글씨는 영친왕이 썼다고 한다. 진주 강씨 만산고택 주손이자 봉화문화유산해설사인 강백기(61)씨는 “대원군이 쓴 ‘만산’(晩山)이란 편액을 몇 해 전 도둑이 떼어갔다”며 아쉬워했다.

 

마당 오른쪽으로 별당인 ‘칠유헌’(七柳軒)이 있다. 별도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기와를 얹은 팔작지붕집으로 왼쪽에는 광이 있고, 오른쪽에는 온돌방과 대청이 연결되어 있다. 대청에는 우물마루를 깔았다. 오래된 한옥 대청마루를 보면 목재가 뒤틀어져 삐걱대거나 틈이 벌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칠유헌 대청마루는 처음 지었을 적 모습 그대로인 양 온전하다.


만산고택에서는 ‘고택 체험’을 하고자 하는 관광객에게 칠유헌과 서실을 빌려준다. 건물별로 하룻밤에 1팀씩 숙박 가능하다. 칠유헌은 10명까지 10만원. 10명을 초과하면 1인당 5000원이 추가된다.

온돌방과 대청마루를 죄다 채우면 한 번에 최대 50명까지도 잘 수 있다고 한다. 서실은 하룻밤 5만원이다.

칠유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난 아침의 상쾌함, 잊을 수 없다. 문의 (054)672-3206


 

(봉화=글·김성윤기자 [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 canyou.chosun.com])


 


 

 

         송이 맛집, 결대로 쪽쪽 찢어

 

            오독오독 씹는 그 맛!

 

[조선일보 2006-09-21 10:35]    


 

송이 1개 가격은 5만~6만원. 금 한 돈 값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송이는 코로 향을 즐기는 음식이라는 것. 양껏 배불리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갓 채취한 송이를 맛보는 행운을 얻었다면 익히지 않고 날 것 그대로를 맛보기 권한다. 칼로 얇게 저밀 수도 있지만, 손으로 송이를 결대로 쪽쪽 찢어보시라. 송이 냄새가 손에 배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싱싱한 송이는 생밤처럼 육질이 탱탱하다 못해 날밤처럼 오독오독 씹힌다. 솔향과 축축한 흙냄새, 거기에 버섯 향기까지 더해져 어디에 비유하기 힘들다. ‘송이 특유의 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봉화에 갔다면 ‘용두식당’(054-673-3144)에 들러 ‘산송이솥밥’(1만5000원·사진)을 시켜보자. 주문을 받으면 돌솥에 밥을 안치고 불에 올려놓는다. 20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뜸들이기 직전 얇게 썬 송이를 몇 조각을 밥에 얹는다. 송이 향이 밥 전체에 스며든다. 흰쌀과 흑미, 좁쌀, 대추, 완두, 잣, 은행, 당근 등이 들어간 영양솥밥이다.

 

고슬고슬 지어진 밥을 대접에 옮겨 담는다. 대접에 옮겨 담은 송이솥밥에는 대부분 참나물, 고구마줄기 등 나물과 고추장을 더해 썩썩 비벼먹는다. 하지만 송이향을 즐기고 싶다면 나물을 넣지 말고 간장양념장을 달라고 부탁해 비벼 먹는 편이 더 낫다.

 

송이가 많이 들어가는 ‘특산송이돌솥밥’은 2만원이다. 송이는 쇠고기와 함께 구워먹기도 한다. ‘산송이불고기’(4만원)는 질 좋은 봉화 쇠고기와 송이를 불판에 깔고 알루미늄호일로 덮는다. 비싼 송이 향기가 달아나지 않고 고기 깊숙이 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름진 고기가 혀를 감싸면, 송이가 코를 애무한다.

용두식당에는 크기가 작은 송이를 참나물 등과 함께 넣고 부친 ‘송이전’(1만원)도 있지만, 참나물 냄새가 너무 짙고 기름져서 송이를 가리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송이전골’(1만2000원)도 있다.


 


집으로 돌아올 때 송이를 사와도 괜찮겠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둘러 구워먹거나, 고기와 함께 불판에 구워먹어도 좋다. 그래도 송이가 남았다면 ‘송이라면’을 끓여먹으면 색다른 맛이다. 라면이 거의 다 익었을 때 송이를 조금 더한다. 아주 조금 넣었을 뿐인데, ‘같은 라면일까’ 싶을 만큼 변화하는 맛과 향이 놀라울 정도다.


 

송이 고르는 법
 

 

송이는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크고, 자루는 은백색이 선명할수록 품질이 좋다. 갓이 두껍고 단단하면서 자루 길이가 길고, 밑부분이 굵을수록 상품(上品)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소나무향이 송이를 먹는 즐거움의 핵심인만큼, 향이 짙을수록 값이 비싼 건 당연하다.

 

반대로 갓이 퍼져 있을수록, 자루 길이가 짧을수록 하품으로 분류된다. 갓이 축 늘어지는 등 야무지지 않고, 색깔이 거뭇거뭇하면서 향이 나지 않는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오래된 송이다.

 

국산 송이와 북한산, 중국산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산 송이는 갓과 자루 끝에 흙이 묻은 경우가 많고, 쪼개보면 뽀얀 유백색을 띈다.

반면 중국산이나 북한산은 갓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고 향이 거의 사라진 것이 많다. 국내에 반입돼 판매까지 1주일 가량 걸리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송이 철판구이 먹으러 가자
 

송이를 서울에서 맛보려면? 호텔은 비싸지만 품질은 보장된다. 호텔마다 송이구이·찜·돌솥밥·전골·덮밥 등 다양한 송이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를 대개 송이철이 끝나는 10월 말까지 연다.

 

 

 

              창가에 흐르는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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