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열린 내금강 | |||||||||||||||||||||||||||||||||||||||
마침내 내금강이 열렸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9년 만이다. 외금강의 수려한 산세도 좋지만 불국정토를 이룬 내금강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분단 전 금강산에 간다는 것은 곧 내금강에 가는 것. 육당 최남선은 ‘금강산 구경은 만폭동 계곡 하나를 둘러보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으니 아름다움 또한 비할 바가 아니다. 무엇보다 외금강·해금강과 더불어 금강산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내금강 관광은 외금강 온정각에서 출발한다. 온정각을 출발한 버스는 만물상 입구를 지나 106굽이 온정령 고개를 넘어 금강산 서쪽을 돌아 44㎞를 치달린다. 산허리를 꿰차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이 길은 단풍리, 금천리, 금강읍 등 북쪽 마을을 거쳐간다.
온정령에 내려서면 신풍리(현재 단풍리)와 쑥밭이다. 여기서 구성동 계곡 입구를 지나 금강읍에서 좌측으로 10㎞를 가면 내금강 입구다. 본격적인 내금강 관광의 출발점은 온정각에서 2시간 남짓 거리인 표훈사. 여기서부터는 발품을 팔아 비경을 눈에 담는다.
금강산 4대 사찰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표훈사는 신라 문무왕 10년(670년)에 표훈선사가 창건했다. 청학봉, 오선봉, 돈도봉, 천일대 등의 기암 봉우리가 사찰을 감싸 안은 명당에 터를 잡았다. 표훈사 칠성각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면 금강문.
집채만한 두 개의 바위가 머리를 맞댄 금강문은 내금강의 관문이다.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나서면 풍광은 새롭다. 내강동에서 금강문까지를 고운 옷을 입은 단아한 여인에 비유한다면 금강문을 지나 펼쳐지는 풍광은 마치 속살을 내보이는 여인의 신비로운 자태와 같다.
내금강 최대의 경승지로 꼽히는 만폭동의 시작이다. 화룡담까지 1.2㎞에 걸친 계곡은 옥류동·만물상과 더불어 ‘금강산 3대 절경’으로 꼽히는 ‘만폭 8담’을 품고 있다.
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감도는 흑룡담, 비파 모양의 비파담, 야생마가 달리는 듯한 벽파담, 물보라가 눈 같은 분설담, 모양새가 장쾌한 진주담, 거북 모양의 바위가 있는 구담, 배처럼 생긴 선담, 화룡이 숨어 살았다는 화룡담. 생긴 모양새나 청아한 물소리가 제각각이다.
만폭동 흑룡담을 찾은 김삿갓은 ‘나는 청산이 좋아 들어가는데 녹수야 너는 어이하여 내려오느냐(我向靑山去 綠水爾何來)’는 시조를 남겼다. 숲길을 지나면 우측에 금강부부나무.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거대한 너럭바위가 눈앞에 펼쳐지는 만폭동 입구인 금강대다.
금강대 아래 만폭교 주변 너럭바위에는 글자가 빼곡하다. 고려시대 때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이 만폭동 절경에 감탄해 저마다 이름을 남겼다. 그중 조선시대 명필 봉래 양사언이 쓴 ‘만폭동(萬瀑洞)’과 ‘봉래풍악 원화동천(蓬萊楓嶽 元化洞天)’이라는 글자가 눈길을 끈다. 봉래·풍악은 금강산의 별칭이고 원화천동은 만폭동을 가리키는 말이니 ‘금강산에서 으뜸가는 골짜기’란 얘기다.
단칸집에 3가지 지붕이 섞여 3층 집으로 보이는 암자는 원래 두 채. 안쪽 보덕굴 앞을 막아 지은 것이 본전이다. 앞쪽 눈에 보이는 건물은 바람이 심하면 삐거덕거려 쇠사슬로 묶어 놨다.
내금강과 보덕암, 계곡의 세찬 물소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전설 속 선경(仙境)을 대하는 듯 한동안 입을 열 수가 없다. 보덕암 지붕을 발아래 두고 내려다보는 내금강의 풍광도 아찔하다. 최남선은 ‘금강예찬’에서 ‘금강산은 보고 느끼거나 할 것이요, 형언하거나 본떠 낼 것은 못 된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보덕암을 내려와 마하연터를 지나 묘길상(妙吉祥)까지는 900여m를 더 오른다. 마하연터부터 묘길상까지는 개울을 따라 만들어진 잔도를 따라간다. 밀림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길은 계곡을 따라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빠른 걸음으로 20여분을 치닫자 길 끝 좌측 암벽에 높이 15m, 너비 9.4m의 마애불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산 최대의 석불이다. 묘길상은 문수보살의 또 다른 이름. 고려시대 나옹화상이 직접 새긴 마애불은 소박한 웃음을 머금은 채 천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2시간 남짓 오르면 비로봉. 하지만 길은 묘길상까지만 허락한다. 하산길에는 백화암 부도와 삼불암, 울소, 장안사를 거친다.
백화암터는 서산대사가 머물렀던 곳. 현재 서산대사 부도비 등 7기의 부도와 3기의 비석만이 터를 지키고 있다. 고려시대 때 나옹화상의 원불로 조각된 삼불암은 오른쪽부터 미륵불, 석가불, 아미타불이 집채만한 바위에 나란하다. 바위 옆면에는 작은 부처가 있고 뒷면에는 60개의 손바닥만한 좌상이 새겨져 있다. 장안사는 한국전쟁 중 전소돼 주춧돌과 사리탑 한 개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세월이 빚어낸 기묘한 자연풍광과 어우러진 내금강의 불국정토는 과거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시인묵객이 왜 그토록 사랑하고 아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금강산|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 귀띔!
현대아산에서 매주 월·수·금요일에 출발하는 2박3일 일정의 내금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일차 교예공연 관람을 비롯해 2일차 내금강 관광, 3일차 구룡연·만물상 중 1개 코스 선택 등의 일정으로 1회차당 150명씩 출발한다.
내금강 관광코스는 온정각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만상정을 지나 온정령을 넘어 금강읍, 내강리에 이르기까지 2시간여 동안 버스로 이동한다. 이어 표훈사부터 도보로 이동해 만폭8담, 보덕암, 묘길상, 삼불암, 백화암부도밭, 장안사터 등을 관람한 후 온정각으로 되돌아온다. 내금강 관광은 출발 10일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9월까지 42만원(2박3일, 호텔 기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8일 금강산면세점 개점식을 갖고, 면세품 판매를 본격 개시했다.
온정각 동관 1층에 255평 규모로 조성된 금강산면세점은 화장품, 향수, 양주, 담배 등의 면세품과 북한 특산품 등을 일반 면세점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특히 선물용 중저가 상품과 등산용품 등이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대아산 (02)3669-3000, 한국관광공사 (02)729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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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Scalla D'oro / Rondo Veneziano
축복받으시는 좋은 나날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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