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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여행/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향기男 피스톨金 2008. 1. 6. 19:06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만년설과 함께 일출을 맞는 트레커들.

산허리를 가로지르며 세계 최대 분화구 탐닉하다

마차메 루트로 올라 음웨카 루트로 하산


몽환적 분위기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아침 10시를 넘어서면 따뜻해진 대기에 온산은 구름에 휩싸인다. 아무 것도 뵈는 게 없다. 구름 속, 아니 구름을 타고 어딘지 모를 곳을 찾아갔다. 오후도 구름 안개 속에 갇혀 지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세상이 바뀐다. 새카만 밤하늘은 둥근 달과 보석 같은 별들로 가득 찼다. 그 빛을 받은 키보는 빛났다. 반짝였다. 과연 아프리카 최고봉이자 세계 최대의 분화구다운 위용이다.

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오면 그 신비로움은 한층 더해진다. 그러다 다시 구름안개가 몰려오면 모습을 순식간에 감추었다. 그리곤 우리는 또 구름 속으로 들어섰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는 그렇게 하루 24시간 동안 색깔을 달리하며 아시아의 이방인들을 맞아주었다.

한라산 장구목에서 부악과 제주시 바라보는 기분

대우림 경계선에 위치한 마차메 캠프. 키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첫날 마차메(Machame·1,800m) 게이트 출발 이후 한동안은 산을 볼 수 없었다. 열대우림 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지루할 정도였다. 원숭이가 튀어나오고 표범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우거지고 을씨년스런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산길은 후텁지근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게다가 첫날 캠프지인 마차메 캠프(3,000m) 도착 직전 송신영씨(46)가 변고를 당하고 말았다. 평택 여산회 회원인 송씨는 나무등걸에 앉아 조정옥(50), 이기열씨(49)와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실신하고 말았다. 이튿날 1년간 별러온 킬리만자로 등정을 접어버리고 후배 간병을 자청한 조정옥씨와 함께 마차메 캠프에서 하산한 송신영씨는 이틀 뒤 심한 오한과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말라리아로 판명됐다. 출국 전날부터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었기에 진단결과를 아는 순간 모두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귀국 후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는 말라리아균이 발견되지 않았음).

이튿날, 킬리만자로는 첫날과 달리 환상적인 풍광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한밤중 달빛에 반짝이던 설사면과 설릉은 푸르른 열대우림 위로 솟구쳐 더욱 반짝인다. 마차메 캠프를 지나자 나무의 키가 점차 낮아지면서 산 안팎이 눈에 든다. 거대한 산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이나 다름없다.

캠프를 출발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름이 몰려오더니 산을 반쯤 가려버리자 더더욱 미로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런데도 야생화들은 순간 순간 활짝 핀 얼굴을 내밀었다. 가이드인 조셉을 붙잡고 이름을 묻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캠프 출발 3시간쯤 지나 널찍한 산마루에서 점심을 먹는 사이 멀찌감치 떨어진 식당텐트 앞에서 포터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은 활기가 넘쳐났다.

해발 3,700m를 넘어서면서 왼쪽(동쪽)으로 사면을 가로지르다 턱을 넘어서자 시라 캠프(3,830m)와 거대한 시라(Shira·3,962m) 산군이 바라보인다. 세계 최대 분화구인 키보(Kibo·최정상 우후르피크 5,895m)를 중심으로 동쪽에 마웬지(Mawenzi·5,149m), 서쪽에 시라가 솟아 있다. 킬리만자로를 이루는 세 개의 화산들이다.

캠프 정리를 마친 뒤 조셉은 킬리만자로에 대해 설명해준다. 킬리만자로 기슭에 사는 차가(Chaga)족들은 킬리만자로를 산이란 뜻의 'Kilema'와 오르기 어렵다는 의미인 'Kyaro'(추위를 만드는 악마라는 뜻도 있음)를 합쳐 ‘킬레마캬로’라 불러왔다. 이를 19세기 들어 독일 사람들이 ‘킬리만샤로(Kilimansharo)’로 불렀고, 이후 아랍어와 스와힐리(Swahili)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이름인 킬리만자로로 부르면서 명칭이 굳어졌다고 한다.

(좌)킬리만자로에서 한 축을 이루는 시라 산맥의 조망이 일품인 시라 캠프./ 라바타워 가는 길. 메루산은 트레킹 내내 든든한 후원자인양 우리를 지켜보았다. (우)라바타워로 향하는 일행. 키보 화구벽에 붙은 만년설이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희귀한 형상의 식물인 키네시오 킬리만자리 군락지. 바랑코 캠프 위쪽에 있다.

또한 조셉은 키보는 '빛나는 산(Shinning Mountain)'이란 뜻으로 ‘키포(Kipo)’가 맞는 명칭이라 강조한다. 초등은 1889년 10월5일 독일인 한스마이어( Hansmeyer)와 루드비히 푸르셀러( Ludwig Purscheller)에 의해 되었다.

시라 캠프에 도착, 김영미씨가 만들어낸 골뱅이 안주에 매실주를 한 잔 하는 사이 빗방울이 후덕이더니 곧 멈춘다. 그리곤 하루종일 메루산(Mount Meru·4,566m·아프리카 제5위 고봉)을 짓누를 듯 무겁게 덮여 있던 먹장구름이 갈라지면서 햇살이 쏟아진다.

“와~, 킬리만자로다.”

그와 동시에 키보도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한쪽 사면에 만년설을 인 키보는 순수함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봉처럼 느껴졌다.

“이거 정말 한라산 같아요. 모시(Moshi)의 불빛은 마치 한라산 부악을 등진 채 장구목에서 제주시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라니까요.”

딱 그랬다. 어둠이 밀려오면 산기슭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 전등이 하나 하나 밝혀지면서 야경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불빛이 밝아졌다. 달빛 받은 키보의 하얀 눈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라바타워. 마지막 캠프에 이르기까지 가장 높은 지점이다.
바랑코 캠프(Barranco Camp·3,950m)로 가는 길은 라바타워(Lava Tower·4,600m)까지 오르막 일색이다. 조셉은 “폴레 폴레(pole pole·slow slow)”라며 천천히 가라고 수시로 당부한다. 그가 말하지 않더라도 이기열씨와 김영미씨(27·강릉대 OB)는 평원에 솟구친 메루산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느라 진도를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셉은 우리에게 운이 좋단다. 이렇게 아침에 출발할 때와 저녁에 야영지에서는 조망을 즐길 수 있고, 기온이 올라갈 무렵이면 구름이 몰려와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구름이 몰려와 키보는 모습을 감추고, 우리는 구름 속으로 들어선다.

큰 산답게 천의 얼굴 가진 킬리만자로

“선배들이 7대륙 최고봉 가운데 가장 멋없는 산이 킬리만자로라고 하던데 그게 아니네요. 이 길을 따랐다면 가장 멋있는 산으로 꼽았을 텐데 말이에요.”

이미 5대륙 최고봉을 등정하고, 에베레스트도 두 차례나 등정을 시도해봤던 김영미씨는 순간 순간 색다른 풍광으로 감탄케 하는 킬리만자로에 흠뻑 반하고 말았다. 국내에서 킬리만자로를 다녀간 이들 대부분이 삭막한 마랑구 루트를 따랐기에 그런 평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밤중 둥근 달빛에 반짝이는 키보 만년설과 산 아래 마을 불빛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이튿날 아침을 맞는다. 오늘을 절벽길을 올려쳐야 한다. 어제 오후 조셉은 “키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절벽에는 표범이 살고 있는데, 배고픈 놈들은 간혹 캠프장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는다”며, “자다가 텐트 밖으로 팔이나 다리를 내놓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한다. 키가 180cm가 훨씬 넘고 체격이 당당한 조셉은 외모답지 않게 간혹 농담을 해대 즐거움을 주었다.

(좌)카랑가로 향하다 내려다본 바랑코 캠프. 폭포와 계곡을 끼고 있어 아름다운 곳이다. (우) 바랑코 캠프를 출발, 절벽을 올라선 다음 환하게 웃고 있는 일행.

오늘 트레킹 중 지나칠 최고 높이는 라바타워(Lava Tower·4,600m) 안부. 외국 트레커들은 20여 분 아래의 라바타워 캠프장에서 점심을 먹고 올랐지만 우리는 고소적응을 위해 안부에서 충분히 쉬면서 도시락을 까먹기로 했다. 그러나 을씨년스런 날씨에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랑코 캠프장으로 내려선다.

"야, 이건 완전히 키네시오 농장이네요."

라바타워 안부에서 바랑코 캠프장까지는 표고차 약 700m로 쏟아질 듯 가팔랐다. 그 하산길은 마치 사막에서오아시스로 들어서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키네시오 킬리만자리 숲 때문이다. 바랑코는 킬리만자로에서 자생하는 키네시오 킬리만자리가 유일하게 군락을 이룬 곳이다.

400년 넘게 산다는 키네시오 킬리만자리는 묘하게 생긴 식물이다. 어떤 것은 외가닥으로 5~6m 높이로 자라고, 또 어떤 것은 선인장처럼 서너 가닥 가지를 치며 자란다. 꼭대기 잎이 말라붙으면 밑으로 처져 나무를 덮는다. 고산에서 추위를 견뎌내기 위한 생존법인 듯싶었다. 그 키네시오 킬리만자리를 지나칠 때면 우리는 모두 신비롭고 원시적인 아프리카로 들어선 듯해 흐뭇해했다.

시라 캠프를 출발한 지 5시간 반만에 바랑코 캠프에 도착하자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는 트레커가 있는가 하면 절벽 Rm트머리에 앉아 조망을 즐기거나 사색에 잠긴 트레커들도 보인다. 멋진 곳이다. 등 뒤로는 우리가 내려선 라바타워가 절벽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으로도 200여m 높이의 거대한 절벽이 돌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캠프장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바위병풍이 둘러쳐 있고 앞으로는 낭떠러지를 이룬 것이다.

밑에서 바라볼 때는 파고들 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던 거대한 절벽에는 산길이 잘 나 있었다. 정말 표범들이 어슬렁거리며 다닐 만한 길처럼 느껴졌다. 절벽을 오르는 사이 바랑코 캠프장은 또다른 풍광으로 우리를 흥분시킨다.

바랑코 캠프. 키보와 라바타워 조망이 멋진 야영장이다. 이튿날에는 앞에 보이는 절벽을 넘어 카랑가 캠프까지 갔다.

“우와~, 폭포다.”

킬리만자로에 물이 퀄퀄 흘러내리는 계곡이 있고, 또 폭포가 있다니-. 캠프장 아래로 3단 폭포가 아름답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절벽 위에 올라서자 능선마루의 바라푸 캠프(Barafu Camp·4,600m)가 보인다. 서부 영화 속의 인디안 주거지를 보는 듯한 지형이다. 그런 기분 때문일까. 카랑가 캠프(Karanga Camp·3,930m)로 가는 도중 절벽만 눈에 들어오면 더욱 유심히 살펴본다.

오늘 묵을 카랑가 캠프까지 산행 거리는 2시간30분. 내일 묵을 바라푸 캠프까지 간다 하더라도 대여섯 시간 거리다. 해서 하루에 밀어붙여도 별 무리가 없겠다 생각도 해봤으나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고소적응 시간을 넉넉히 갖자는 데 네 사람 모두 합의를 보았다.

마지막 물줄기로 내려서자 석상명씨(49·동대부고 OB)와 함께 발을 씻을 생각에 신발 끈을 풀자 조셉은 아래쪽에서도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럽혀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이 물줄기는 음브웨(Umbwe) 루트 캠프지로 흘러내린다.

마지막 물줄기에서 가파른 사면을 10여 분 올라서자 능선 사면에 자리 잡은 카랑가 캠프는 바랑코 캠프와 달리 경사진 사면을 깎아 만들었지만 제법 널찍하다. 마차메 루트와 음브웨 루

(상)카랑가 캠프의 아침. 하루쯤 더 쉬었다 가고픈 유혹을 받는 곳이다. (하)후루피크에 올라선 이기열, 석상명, 김영미씨(왼쪽부터). 이기열씨는 일출 장관에 넋을 잃고 있다.
트를 따르는 트레커들이 만나는 캠프장이다 보니 넓을 수밖에 없다.

11월29일. 오늘은 윗세오름 너른 사면에서 아침햇살에 흉물스런 모습을 벗어던지고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드러내는 한라산 부악을 보는 기분이다. 메루산도 아침을 맞아 불쑥 솟구친다. 우리에게 힘내라 격려해주는 분위기다.

카랑가에서 바라푸까지는 2시간 조금 넘는 거리다. 1시간쯤 오르자 정상으로 오르던 캐나다 모녀와 오스트리아 청년이 쉬고 있다. 한 가족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만나 함께 트레킹을 하는 중이었다. 방학을 맞아 중학생 딸을 데리고 킬리만자로를 찾았다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말에 모녀는 너무도 즐거워한다. 아직 서른이 안 된 오스트리아 청년은 조금만 더워도 웃옷을 벗어버리는 등 건강미를 자랑해 일행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또다시 밤을 맞는다. 구름이 벗겨지자 메루산이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듯 솟아 있다. 키보는 다시 달빛과 별빛에 반짝이고, 산 아래 마을에서는 불빛이 하나 하나 켜지기 시작했다. 어제와 달리 살짝 흥분이 인다. 내일 밤 출정에 나서기 때문인가 보다.

새벽 1시경 잠에서 깨어난다. 너무도 조용한 산이다. 이와 비슷한 높이의 설산이라면 크고 작은 눈사태와 크레바스 갈라지는 소리 등 간간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건만 킬리만자로는 너무도 조용하다. 그렇지만 산 아래 마을의 불빛과 교교히 흐르는 달빛에 아름답고도 맑은 빛을 띠는 키보는 너무도 아름답다. 바라푸 캠프 위로 랜턴 불빛이 보인다. 정상을 향하는 이들의 움직임이다. 24시간 뒤면 내가 저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바라푸 캠프가 보이자 모두들 힘이 솟는가 보다. 조셉을 제치고 쭉 뽑는다. 그러자 조셉은 킬리만자로 가이드를 잡으려 하느냐며 천천히 가자고 엄살을 부린다. 그런데도 이기열씨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힘차게 오른다.

바라푸 캠프를 향하는 트레커들. 앞에 보이는 능선 상에 바라푸 캠프가 자리잡고, 이 능선을 타고 스텔라포인트까지 오른다.

키보에서 뻗어내린 능선상의 캠프인 바라푸에 올라서는 순간 열댓 살 나이의 소년이 내려선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이었다. 어린 소년의 얼굴과 눈빛에서 당당한 기품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아프리카 최고봉을 올랐다는 자부심 때문일 것이리라.

능선에 올라서자 불꽃 같은 기세로 솟아오른 마웬지가 보이고 마랑구 루트가 가로지르는 고원사막이 내려다보인다. 이에 시라에서 키보 남사면을 내내 바라보고, 동단의 마웬지까지 보게 되었으니 킬리만자로의 반은 보았다 싶다. 정말 제주도 면적의 두 배에 이를 만한 큰 산답게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 킬리만자로였다.

“정옥아, 신영아~, 내가 해냈다”

잠시 풍광을 즐기는 게 못마땅했던지 어디선가 구름이 몰려오더니 또다시 키보를 감춰 버린다. 주방장 겸 리더인 김영미씨가 김치찌개를 끓이는 사이 하늘이 어수선해진다. 눈보라가 치고, 싸락눈이 내리고, 강풍이 몰아친다. 그런데 조셉은 우리에게 운이 정말 좋단다. 이런 날 밤에는 바람도 거의 없고, 기온도 포근하다고 한다.

대낮에 잠을 청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눈을 감고 있지만 머리는 맑기만 하다. 까마귀는 깍깍대다 텐트 옆 바위에 앉는다. 현지인들이 던져주는 먹을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람쥐처럼 생긴 쥐새끼들은 어디서 나왔는지 여러 마리가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부스럭거린다. 그렇게 신경이 곤두섰다 몽롱해졌다 하다보니 밤 10시가 되고 말았다. 또다시 김영미씨가 끓여준 누룽지 한 공기씩 먹고 키보 정상 우후루피크로 향한다. 별을 따러, 꿈을 찾아서-.

능선길 따라 두어 시간 오르더니 급사면 길을 또다시 두어 시간 오른다. 분화구 상의 바위인 스텔라포인트(Stella Point·약 5,750m) 아래 안부에 올라선 것은 오전 4시30분, 바라푸를 출발한 지 5시간만이다. 일행 중 체력과 고소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석상명씨는 변비를 해결하겠다고 어제 오후 먹은 설사약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는데도 끝내 스텔라포인트에 올라서고 만다.

(상)하산길에 바라본 마웬지. 일행의 왼쪽 능선자락 끝에 키보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하)음웨카 캠프에서 키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킬리만자로 트레킹단.
이제 약 150m만 오르면 아프리카 최고봉의 정점에 선다. 키보 산장에서 출발한 트레커 한 명이 가이드와 함께 먼저 우후루피크로 향한다. 한쪽은 빙하, 한쪽은 분화구를 이룬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사이 등뒤로 구름바다를 뚫고 햇살이 올라온다. 마웬지도 창 끝 같은 정수리를 슬며시 드러낸다.

“정옥아, 신영아~, 내가 해냈다.”

오전 5시30분, 우후루피크 정점이 바로 앞에 다가오자 이기열씨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등정의 기쁨을 쏟아낸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자 분화구가 전모를 드러내고, 외곽으로 거대하게 형성된 빙하가 반짝인다. 과연 기상학자들이 예상하듯이 몇 십 년 안에 녹아내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거대한 빙하는 키보를 감싼 채 반짝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조셉은 너무 오래 머물면 고소증세가 나타나고 지치므로 어서 내려가자 서두르지만 일행은 일출에 넋을 잃고, 조망에 감탄하고, 사진 촬영에 열중하느라 좀체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키보는 구름을 뚫고 솟구친 아침해와 더불어 다시 새날을 맞고, 수많은 트레커들이 우후르피크를 향해 올라왔다.

마차메 루트 정보

경관 뛰어나고 등정률 높은 캠프 트레킹

마차메 게이트. 마차메 루트는 등로로 이용하고 하산은 음웨카 루트를 따르도록 돼 있다.
마차메 루트는 동쪽만 바라보며 열대우림에 이어 삭막한 고원사막을 가로질러야 하는 마랑루 루트(일명 코카콜라 루트)에 비해 풍광이 훨씬 뛰어나다. 열대우림을 빠져나가면 남사면 산허리를 가로지르며 만년설 덮인 키보를 바라보고 산 밖으로 메루산을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해발 3,900m 전후 높이에서 이틀이나 사흘을 묵은 뒤 해발 4,600m 높이의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을 향하기 때문에 고소적응이 잘 되고 따라서 등정률도 높은 편이다.

한국 등산인 대부분이 오르는 마랑구(Marangu) 루트는 인원이 한정된 산장에서 묵어야 하기 때문에 트레킹에 앞서 반드시 예약해야 하지만, 마차메 루트는 전 구간 캠프를 치며 이동하므로 산장을 예약할 일은 없다. 단 공원 규정상 트레커 1명당 포터를 3명 고용해야 한다(마랑구 루트의 경우 트레커 1명당 포터 2명). 2인용 텐트와 매트리스가 수준급이어서 불편함은 거의 없다. 텐트를 혼자 사용하고 싶으면 사전에 얘기하면 된다.

취사  인스턴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접 요리하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북어국 등을 만들어 먹었다. 밥은 당연히 압력솥을 사용해야 한다. 요리사가 동행하지만 한국 음식을 만들 줄 몰라 야채를 다듬고, 설거지하는 일만 해주었다. 그래도 포터들의 식사를 위해 쿡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일정  동행한 가이드 조셉은 마차메 루트도 권할 만하지만 산 북동단에서 시작하는 롱가이 루트(Longai Route)는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맞닿아 특히 건기 때면 야생동물이 물을 찾아 올라오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코스라고 추천한다. 역시 등정률도 높은 편이다.

마차메 루트 트레킹은 6일이나 7일을 잡고 나선다. 첫날은 마차메 게이트에서 입산 수속을 받고 마차메 캠프(3,000m)까지 오른다. 열대우림 지역을 지나 숲이 살짝 벗겨지는 곳에 마웬지 캠프가 조성돼 있다. 숲이 좋아 산소가 많고 쾌적한 곳이다. 표고차 1,150m, 9km, 5시간 소요.

둘쨋날은 시라캠프(3830m)까지 오른다. 능선을 따라 키보쪽으로 향하다 해발 약 3,700m를 넘어서면서 왼쪽으로 트래버스해 턱을 넘어서면 메루산과 시라 산군의 조망이 뛰어난 시라캠프다. 표고차 약 800m, 7km, 5시간 소요.

마차메 캠프. 말라리아 증세를 보인 송신영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조정옥씨가 이튿날 하산을 결정한 뒤 사뭇 맥 풀린 표정으로 앉아 있다.
셋째 날은 라바타워 안부까지 올랐다 바랑코 캠프로 내려서야 하는 일정이다. 해발 4,600m까지 올랐다 700m 가까이 내려서야 하지만 6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다. 표고차 약 700m 업, 600m 다운. 넷째 날은 두 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바랑코에서 약 2시간30분 거리인 카랑가 캠프(3,930m)에서 하루 더 묵든지 또는 카랑가에서 역시 2시간30분 이내 거리인 바라푸 캠프(4,600m)까지 뽑을 수 있다.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고소적응과 등정률을 높이기 위해 카랑가 캠프에서 하루 묵는 트레커들이 많다.

바라푸 캠프에 도착하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휴식에 들어간다. 비행기에서 주는 수면용 안대를 가지고 가면 한낮에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후 오후 10시경 일어나 가벼운 식사를 한 뒤 11시30분경 정상으로 향한다. 컨디션이 좋을 경우 스텔라 포인트까지 5시간, 이후 우후루피크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등정 후 바라푸 캠프(약 2시간 소요)로 내려와 두어 시간 쉰 다음 음웨카 캠프(3,000m)까지 하산한다. 도중에 하이캠프(3,800m)가 있으나, 대부분 그곳보다는 수림이 좋고 물이 풍부한 음웨카 캠프로 내려선다(3시간 소요). 이어 이튿날 2시간30분 거리인 음웨카 게이트(1,800m)에 도착, 관리사무소에서 등정증을 받는 것으로 킬리만자로 트레킹은 끝을 맺는다.

건강  아프리카 여행 중 가장 두려운 게 황열병이나 말라리아 감염이다. 일행 6명은 출국 전 국립의료원에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말라리아 예방약 3주치를 받고 출국 전날부터 복용했으나 송신영씨의 경우는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탄자니아 현지 의사의 말에 의하면 국내에서 개발한 예방약은 별 효과가 없고, 또한 말라리아 환자에게는 현지 약이 유일한 치료약이므로 현지에서 치료를 받는 편이 낫다고 한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방법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수밖에 없다. 트레킹 중에는 해발 3,000m를 넘어서면 기온이 낮아 모기를 발견할 수 없으나, 도시에 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호텔의 경우 모기장이 쳐 있으나, 모기약을 바르거나 모기향을 피우면 더욱 주의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소통  탄자니아는 스와힐리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문자가 없어 어려서부터 영어로 교육을 받기에 포터들도 대부분 영어에 능숙하다. 언어소통이나 현지인가의 트러블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아루샤에서 11년째 여행업(Nanuri Safari Co.)을 하는 박은파씨나 지난 봄부터 KOICA요원으로 아루샤공대(Arusha Technical Collage)에 교수로 재직 중인 유진박(한국명 박승용)씨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월간 산|기사입력 2008-01-03 16:03 기사원문보기

연락처 박은파씨 전화 255-754-756-725, www.nanurisafari.com , 이메일 nanuri_safari@hotmail.com. 유진박씨 255-726-477088, 이메일 krabi2@hotmail.com.

/ 한필석 차장대우 pshan@chosun.com

                            

                                     
                  Royal Philharmonic Orc - Hooked on Marching행진곡 메들리

                

                                                    

 

                    
                                     조국 대한민국의 현재 시간입니다.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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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속에 남을 즐거운 이시간을 위하여
                            따뜻한 가족 들과  마음과 마음에
                               기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이쁜 사랑들 나누시며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향기男피스톨金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