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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5895m 희망봉에서 ‘神의 미소’를 만나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1. 25. 12:10

 

       아프리카 지붕 킬리만자로,

 

  5895m 희망봉에서 ‘神의 미소’를 만나다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
장애인 10명을 포함한 희망원정대, 인간의 한계를 넘은 정상에
올라 희망찬 새해 기원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5895m가 되는 설산(雪山)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예 누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불린다.

 

그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붙은 한 마리의 표범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그런데 아무도 그것에 대하여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5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원정대(대장 엄홍길)는 밤낮을 비행기와 차량으로 이동하여 3일 만에 킬리만자로 입구인 마랑구게이트에 도착했다. 원정대원은 장애인 10명, 멘토 10명, 제작진 14명으로 구성되었다.

 

장애인 대원 중에는 2003년 7월 플랫폼에서 어린아이를 구하는 도중 열차에 치여 다리를 절단한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5)씨, 장애인 마라토너 홍석만(30), 문정훈(27)씨, 작가가 꿈인 청각장애인 윤석화(25)씨 등이 있다.

 

소설가 박범신(60)씨, 변호사 오세훈(46)씨,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 가수 안치환(40)씨 등으로 구성된 멘토들은 장애인 대원들과 하나가 되어 꿈에도 그리던 킬리만자로 입구에 섰다.

 

우리는 세계적인 등산가 엄홍길 대장과 박범신 선생의 주문으로 산신령(?)에게 무사귀환을 비는 의식을 하면서 부풀었던 가슴을 여미고 산에 대한 겸손을 받아들였다. 아프리카의 지붕 킬리만자로는 ‘신의 산’답게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듯했다.

 

3일에 걸쳐 열대우림 지역과 수목 한계선을 넘고 더이상 물이 없는 ‘Last water point’ 지역을 통과하니 대원들의 표정에는 오히려 정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출발할 때 “호롬보 산장(3720m)까지만 가도 대성공”이라고 전의를 다질 때와는 다르게 대원들은 고산증세를 극복하며 호롬보 산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엄 대장조차 “더이상 산행은 위험하다”고 설득했지만 그럴수록 장애인 대원들의 정상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이미 장애인이 아니라 마사이족의 전사(戰士) 같았다. 결국 전날 고통이 심해 대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몇몇 대원을 제외한 전사들은 정상의 최종 기착지인 키보(4700m)로 향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는 그리 호락호락하게 등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숨쉬기조차 힘든 키보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산증세를 호소하며 하나둘씩 내려가야만 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내려가야만 하는 대원과 서너 시간 후에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대원 모두 안타까운 포옹을 해야만 했다.

 

12월 12일 밤 11시40분, 킬리만자로의 마지막 관문인 키보 산장에서 24명의 전사들은 세계를 주름잡았던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엄홍길 대장의 “진격 앞으로” 명령에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기 시작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라 장애인과 멘토의 개념은 없었다.

 

누구든지 고통이 심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내려와야 했다.

대장과 대원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휴식시간을 길게 자주 가지려는 대원과 ‘시간이 지연될수록 위험하다’는 엄 대장의 생각이 상충되면서 김행균, 한현정, 윤석화, 강경호, 한태석 장애인 대원은 마침내 정상 부근의 길만스 포인트(Gillman’s Point 5685m)에 당당히 섰다.

 

정상인 우후루픽(Uhuru Peak)이 5895m인 점을 감안한다면 정상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길만스 포인트 이상 오르면 탄자니아 정부가 주는 증명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 대장은 왜 우리들을 재촉하며 쉴 틈 없이 올라갔을까. 하산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킬리만자로는 화산으로 만들어진, 미세한 자갈산으로 낮에는 발목이 빠질 정도로 부드러운 코스의 산이다.

 

그래서 땅이 딱딱하게 얼어야 오르내릴 수 있기에 영하 20도를 웃도는 밤이 지나가기 전에 내려와야만 하는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갖가지 사연을 안고 별 사고 없이 하산한 2006년 희망 원정대는 아프리카의 최남단 희망봉에 가서 새해 희망을 빌면서 하나가 되었다.

 

글·사진=양종훈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주간조선 200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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