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밋는~한국여행/재밋는 한국의 산

청량산,낙동강 상류 건너 오르는 기악(奇岳)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9. 16:40
낙동강 상류 건너 오르는 기악(奇岳) 청량산

경북의 오지 봉화군, 중앙고속도로 따라 한걸음
 
 

[프라임경제] 무릇 강(江)의 상류는 깨끗하고 맑습니다.

산과 산 사이에 길을 내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하류로 갈수록 온갖 세상의 찌꺼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곤고한 흐름을 감내해야 할 강물이기에 상류의 맑음이 더 귀하게 보입니다. 경북 봉화군 청량산 아래 휘도는 낙동강 상류를 보면 그런 느낌이 듭니다. 층애절벽 아래 흐르는 그 옥류가 결국 혼탁한 강의 대명사인 낙동강이 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 남쪽. 안동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청량산이 우뚝합니다. 기이한 모양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청송 주왕산, 영암 월출산과 더불어 3대 기악(奇岳)으로 꼽힙니다.

 

불과 몇 년 전,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까지 청량산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단양에서 죽령 너머 영주, 다시 봉화읍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야 했습니다. 새로 널찍한 길이 생긴 까닭에 청량산도 이제 하루에 다녀올만한 곳이 됐습니다.

 

청량산 가까이 가면서 먼저 만나는 것이 바로 낙동강입니다.

 

처음 길 가에 결코 넓지 않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듯하다가 금세 폭을 넓힙니다. 강의 꼴을 스스로 갖추어가는 셈입니다. 그 물은 깊은 계곡에서 발원한 물처럼 맑디맑습니다.

 

강바닥에서 수 만년 물살의 희롱을 받으며 누워 있는 암반 모양도 각양각색, 잠시 차를 멈추고 12월 얼어붙은 강물에 발 담그고 싶어집니다.

 

◆ 짧고도 먼 10년의 격세

 

10여 년 전까지 청량산 옆을 지나는 국도에서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타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탄탄한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45인승 버스까지 여유 있게 건너다닙니다. 그리 길지 않은 다리가 멀기만 했던 양쪽 땅을 잇지만 반대로 세월을 나눕니다. 불과 10여 년 전과의 격세(隔歲)인 셈이지요.

 

낙동강을 건너 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청량산으로 진입합니다. 신라 의상대사의 수도처로 세상에 알려진 뒤 최치원과 명필 김생, 홍건적에 쫓겨 전국을 떠돈 공민왕, 퇴계 이황에 이르기까지 이 산에 이름을 남긴 인물은 한 둘이 아닙니다.

 

산의 주봉 이름이 바로 의상봉(870m)인데다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총명수(聰明水)가 솟는 샘물, 김생이 틀어박혀 글씨공부를 한 김생굴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또 조선 율곡과 쌍벽을 이룬 유학자 퇴계가 공부했다는 오산당(吾山堂)도 청량사와 나란히 서있습니다. 특히 ‘나의 산’이란 이름을 붙인 퇴계의 오산당은 나름대로의 내력이 있습니다.

 

청량산은 퇴계의 5대조가 조정으로부터 하사받은 봉산(封山)이기에 충분히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청량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해 한 때 33채의 부속건물을 거느릴 만큼 큰 절이었지만 조선시대 억불정책에 따라 규모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경북도 유형문화재인 유리보전을 중심으로 몇 채의 당우가 옛 영화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작은 절에서 대대적인 행사가 벌어져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매년 9월 열리는 산사음악회가 그것입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우리나라의 사찰 음악회의 기폭제가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열린 음악회에서는 민중노래꾼으로 알려진 장사익씨와 국악인 박애리씨, 그리고 불교음악인 뿐만 아니라 천주교, 원불교 관계자들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음악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관중만 9천여명을 헤아렸다고 합니다. 좁은 산사의 경내가 사람의 바다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 아기자기 오르락내리락 산행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관광버스까지 들어가는 길가의 팔각정과 입석, 두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 길은 청량사를 지나 육륙봉(六六峯)이라 부르는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오르는 기점이 됩니다. 굳이 산행을 하지 않을 경우 입석에서 청량사까지 오른 뒤 팔각정으로 하산하는 길이 좋습니다.

 

팔각정으로 내려오는 길 조망이 아주 빼어나기 때문입니다. 입석에서 청량사까지는 편한 걸음으로 15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습니다. 길이 넓지 않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아 등산화 없이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청량사를 지나 의상봉까지 오를 생각이라면 반드시 기본적인 산행 차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행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오르락내리락 가파른 언덕이 반복됩니다. 한 개의 봉우리를 오른 다음 옆의 봉우리로 가기 위해서는 마치 벼랑과 같은 내리막길로 내려선 뒤 다시 똑같이 생긴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곳곳에 철계단과 동아줄을 매놓았지만 허술한 차림새로 달려들었다간 엉덩방아 찧기 십상입니다.

 

입석에서 청량사를 거쳐 자소봉에 오른 뒤 산의 북쪽 끝에 있는 의상봉까지 올랐다가 청량폭포로 내려서는 길은 대략 3시간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의상봉에서 청량폭포로 내려서는 길이 무척 가파르고 인적이 드물어 조심해야 합니다. 청량산을 완전히 종주하기 위해서는 입석에서 청량사로 가다가 오른쪽 김생굴 쪽으로 방향을 바꿔 경일봉 먼저 올라야 합니다.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는 입석에서 청량사-자소봉-의상봉까지 올랐다가 청량사까지 원점회귀, 팔각정으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 가는 길 오는 길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경북 영주까지 간다. 영주에서 봉화까지 35번 국도를 이용, 봉화에서 919번 지방도로를 따라 청량산 도립공원으로 갈 수 있다.

 

청량산에서 안동까지는 불과 24km 거리이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 하회마을 관광 등을 겸할 수 있다.

 

숙박은 청량산 입구의 청량산휴게소(054-672-1447), 청하식당(054-672-1385), 산성식당(054-672-1133)에서 민박할 수도 있고, 명호면 소재지의 이나리 강변 유원지에도 민박집이 많다.

 

◆ 나들이길 먹을거리

 

봉화에서 청량산 가는 길에 있는 봉성면은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한 곳. 강원도 홍천의 돼지숯불구이가 고추장 양념으로 알려졌다면 봉화는 담백한 소금구이로 이름 날리고 있다.

 

암퇘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나무 숯불에 석쇠로 구우면서 소금으로간을 한다. 기름이 빠진 고기에 솔향기가 스며들어 아주 담백한 맛을 낸다.

 

두리봉식육식당(054-673-9037)과

봉성숯불식당(054-672-9130) 등 20여 곳이 길가에 모여 있다.

프라임경제 webmaster@pbj.co.kr

[프라임경제 2005-12-24 09:05]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