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SKI)이야기들/일 본 스키(ski)

일본 니카다 스키,쉭 쾌속 활강 … 상상 추월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7. 16:29

                  일본 니카다 스키,

 

             쉭 쾌속 활강 … 상상 추월


[중앙일보 김주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의 소설' 설국(雪國)'의 한 대목이다.

 

그 말 그대로 눈 천지다. 눈에 들어오는 게 온통 하얀 눈 뿐이다. 일본 니가타(新潟).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온 세상을 뒤덮은 눈을 보고 있자니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고 화가가 된 기분이다.

 

이런 곳에서 세계적 문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터다.

 

한국 동해 쪽에서 건너온 습한 바람이 니가타를 가로지르는 에치고 산맥에 막혀 많은 눈을 만들어 낸단다. 평균 강설량이 3m가 넘는다. 눈이 많으니 스키장도 많다.

 

니가타에만 70여 개의 스키장이 있다.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탈 수 있다. 이곳에서 스키를 즐기는 인구만 해도 연간 13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눈은 많지만 기온은 여간해서 영상 3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의 스키장에서 느끼는 강추위와 칼바람은 이곳에서 느낄 수 없다. 천혜의 조건이다.

 

대신 산 정상에서 내지르는 폭발적 속도감이 있다. 자연설의 부드러운 설질이 발을 내딛자마자 전율처럼 다리를 타고 오른다.

 

비압설(정설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눈)의 거친 저항을 베이스(보드나 스키의 밑면)로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슬로프를 대각선으로 번갈아 가르며 달리는 기분.

 

보드 바닥을 통해 전해 오는 자연설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눈 위에 깊은 칼질을 남기는 에지의 그립력. 일본 스키의 매력이다.

 

니가타의 스키장은 크게 묘코(妙高)고원 지역과 유자와(湯澤)지역 스키장으로 구분된다. 유자와 지역에 더 많다.

 

묘코 지역의 대표적 스키장인 아카쿠라 온센 스키장에 가 보자. 니가타 공항에서 버스로 2시간30분 거리다. 온통 삼나무로 둘려싸여 있어 오솔길 사이를 활강할 수 있는 코스가 매력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키즈파크(kids park)도 세 곳이나 있고 야간 스키도 9시까지 운영된다.

 

또 니가타를 대표하는 온천 지역이라 스키 뒤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시설이 스키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설국'의 무대이기도 한 유자와 지역은 니가타역에서 초에쓰 신칸센으로 44분 거리에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나에바 스키장은 프린스호텔과 해발 1789m 다케노코산 정상 사이를 아우르는 일본 최대 규모

 

의 스키장이다. 슬로프는 곤돌라를 포함, 29기의 리프트가 운행 중이다.

곤돌라를 타고 다케노코산 정상 근처까지 올라가 보자.

 

반대편에 보이는 호텔 너머로 하얀 산맥 병풍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히말라야에 오른 듯한 느낌이다. 왼쪽으로 깎인 상급 비압설 지역에 일부라도 들어가 보자. 얼마 못 가서 베이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비압설의 거친 저항 때문이다.

 

 


신기한 듯 눈뭉치를 만들어 본다. 한국에서처럼 잘 뭉쳐지지 않는다. 눈에 수분이 적은 탓이다. 보드로 진저리 치면 뱃전의 부서진 물살처럼 포말로 부서져 날린다.

 

이제 슬쩍 넘어져 보자. 어릴 때 뒷동산 눈밭에서 뒹구는 기분에 잠시 콧등이 시큰해진다. 보드 베이스가 가르는 눈이 밀려날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이 절정이다. 비압설의 저항감. 이 맛이 일본 스키의 참맛이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처럼 보드 에지가 잘 먹혀들지가 않기 때문에 비압설 지역에서 카빙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이곳은 베이스로만 스쳐 지나가야 한다. 카빙을 구사할 수 있는 정제된 코스도 갖추고 있다.

 

중급 이상 실력이 된다면 산등성이를 따라 호텔 왼편 숲을 휘감아 돌아가는 코스를 타 보자. 보드로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것 같이 계곡 숲길을 따라가는 것인데 꼭 맛봐야 할 감동의 코스다.

 

나에바 스키장과 옆 다시로 스키장을 연결하는 곤돌라(5.5km)로 15분 동안 다케노코산의 모든 풍경을 만끽해 보자. 곤돌라 아래 펼쳐진 눈 덮인 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리프트 통합권(5000엔, 약 4만4000원) 한 장이면 나에바.다시로.가쿠라.미쓰미타 스키장을 마음대로 질주해 볼 수 있다.

 

한국인 스키어를 위해 통역자가 상주하며 가족 단위 스키어를 위한 각종 놀이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스노모빌을 탈 수 있는 패키지가 있으며 압설차에 동승해 압설(눈을 압축하여 고르게 다지는 것) 과정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호텔 내에 실내온천풀.노래방.쇼핑몰과 이벤트홀 등이 있기 때문에 오락거리도 풍부하다. 또 나에바에서 40분 거리에 유자와고원.가라유자와.이시우치마루야마 스키장이 있어 겨울을 보내는 스키어에겐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이 스키장들은 공통권 한 장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도쿄에서 신간센으로 1시간20분밖에 안 걸려 도시의 회사원이나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니가타(일본) 글.사진 =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니가타 공항까지 약 2시간 정도 소요. 스키 장비를 가진 사람이라면 되도록 가져갈 것. 휴대가 불편하지 않다. 현지에서 왁싱은 비싼 편이다. 개인적으로 미리 해가는 게 좋다.

 

고글이나 비니(모자)도 반드시 준비할 것. 신발은 목이 긴 것을 준비하는 게 좋다. 스키장 현지에서 슬로프 안내도는 꼭 지니고 다닐 것.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도 있다.

 

니가타 스키 상품은 최소 10명이 모여야 출발한다. 인원이 많을수록 참가비가 싸진다. 나에바 4박 5일(현지 4박, 스키 3일) 상품이 15명 이상 출발 기준으로 84만원 정도다.

 

프린스호텔 숙박에 조·석식이 포함된다.

리프트권·렌털비·입욕비는 각자 부담한다.

자세한 사항은 니가타현 서울사무소(02-773-3161)에 문의하면 된다.

중앙일보 2006-02-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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