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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르덴,신화와 전설이 살아숨쉬는/쇼팽무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2. 17. 16:53

                   프랑스 아르덴

 

            신화와 전설이 살아숨쉬는…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땅 아르덴. 번잡한 세상에서 탈주해 환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은 사람에게 이곳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
 
찾아가는 길도 수월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기수를 돌리면 자동차로 3시간도 안 돼 도착할 수 있다.

아르덴엔 고대부터 근대까지 내려오는 수많은 전설로 채색돼 있다. 이름부터가 우선 그렇다. 아르덴은 고대 켈트족이 숭배하던 숲의 여신 아르두이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숲을 관장하는 ‘신의 영토’답게 아르덴을 포위하고 있는 건 겹겹의 삼림이다. 숲 하나론 부족했던지 계곡까지 아르덴을 둘러싸고 있다.

이런 지형 덕분에 아르덴은 예로부터 요새 역할을 해 왔다. 응당 이곳을 지키고 뺏기 위한 전투가 쉴새없이 벌어졌다.
 
세계 최대의 전투로 평가받는 제2차 세계대전의 벌지전투도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다. 전쟁에 얽힌 전설들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

‘전쟁의 역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아르덴은 천재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랭보의 유산이 아르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세계에서 두번째라면 서러울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 축제도 아르덴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 뫼즈계곡

아르덴을 관통하는 뫼즈강 주변은 신비 그 자체다. 뫼즈계곡 곳곳을 흰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안개 덕분이다. 공기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지형적 특성이 계곡을 몽환스러운 분위기로 뒤바꾼 것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비밀스런 작가라는 줄리앙 그라크가 자신의 소설 ‘숲속의 발코니’의 배경으로 이곳을 채택한 이유도 능히 짐작이 간다.
 
 ‘숲속의 발코니’는 전쟁이라는 현실과 몽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아르덴은 전쟁이라는 광기조차 몽환으로 치환해 버리는 대단한 ‘촉매제’인 셈이다.

뫼즈계곡의 길은 전설에 등장하는 장소들로도 통한다. 아르덴숲의 기사 이야기에 나오는 ‘에이몬의 네 아들 바위’와 ‘뫼즈의 성모’에 나오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전설 속을 거닐고 있다 보면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 역시 모호해진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현실감각이 무장해제되는 ‘망아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연말마다 포와토롱 지역의 마을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오는 산타클로스를 위해 집도 마련해 놓았다.
 
풍차방앗간을 개조한 3층짜리 집은 산타클로스의 작업실과 과자를 굽는 부엌, 꿈의 방, 산타클로스를 돕는 직공들의 방 등으로 꾸며졌다.

■유럽 최고의 요새, 프랑스의 방어는 이곳에 맡겨라

스당은 아르덴주의 수도답게 ‘천혜의 요새’ 아르덴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유럽에서 가장 넓고 굳건한 요새가 스당을 사수하는 것이다. 1424년 세워졌지만 요새는 아직까지도 철통같다.
 
건립 당시 총 7층에 실면적 3만5000평방미터의 대규모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간의 다툼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반증하는 사례다.
 
스당의 군주인 라 마르크가 이 요새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중세 군문화를 집약한 이곳에서 매년 5월 둘째주에 중세 축제가 펼쳐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로크로와도 역사적인 장소다. 이곳은 프랑스 국왕군의 수장인 콩데 왕자가 1643년 5월 19일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대승한 댓가로 하사받은 도시다.

로크로와는 도시가 곧 요새다. 넓은 연병장을 둘러싼 채 시내가 세워졌으며, 10개 방향으로 뻗어나간 별 모양으로 요새화가 진행됐다. ‘요새도시’답게 전투박물관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박물관은 1만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내며 프랑스를 지켜냈던 콩데 왕자의 전투를 상세히 기록해 놨다.

아르덴에서 전쟁은 중세의 산물만이 아니었다. 아르덴은 전 세계를 참혹에 빠뜨렸던 제2차 세계대전의 최대 격전지였다.
 
1944년 히틀러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격전(신속한 기동과 기습으로 일거에 적진을 타격하는 기동작전)’을 시도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아르덴을 점령하면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합군과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으나 결국 히틀러는 패배했다. 아르덴에서의 승리로 연합군은 승리의 구부능선을 넘게 됐다.

■랭보의 향취가 배인 샤르빌-메지에르

샤르빌-메지에르는 ‘랭보의 도시’라 해도 무색하지 않다. 천재시인 랭보의 유산이 도시 곳곳을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심점은 ‘랭보 승강장’이다.
 
랭보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7번 승강장’이 원래 명칭이었다. 이곳에 있는 랭보 박물관에 랭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랭보의 특이한 성격이 어디서 왔는지 이곳에서 추적해볼 수 있다.

예술가의 도시답게 세계적인 예술축제도 열린다. 3년에 한번 벌어지는 마리오네트 축제가 그것이다. 9일동안 도시 곳곳에 500여점의 마리오네트들이 전시된다. 수천명의 사람들로 도시 전체가 북새통을 이루지만, 축제 내내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추앙받는 듀칼광장도 시선을 끈다. 루이13세 통치기간(17세기초)동안 유행했던 양식으로 조성됐으며, 붉은색과 오크빛 벽돌로 지은 24개의 작은 건물이 주위에 포진돼 있다.
 
듀칼광장 31번지에 있는 아르덴 박물관은 필수 방문 코스다. 이곳 고고학관에서 아르덴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중간사진)

랭보의 고향 샤르빌에선 3년에 한번씩 마리오네트 축제가 열린다. 도시 곳곳에 있는 500여점의 마리오네트들이 관광객의 시선을 붙든다.

(맨아래 사진)

숲의 여신 아르두이나의 힘 때문일까. 아르덴은 겹겹의 삼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나무와 물로 포위된 지형으로 아르덴은 고대부터 프랑스의 요새 역할을 해 왔다. 파이낸셜뉴스 2006-02-15 15:51]

 

 

 

          쇼팽의 영혼이 숨쉬는 곳

 

           '파리 페르 라셰즈 묘지'

[조선일보 2006-01-05 03:18]    

무덤이 ‘영혼의 집’이라면, 여러 넋이 함께 묻혀있는 공동묘지는 ‘영혼의 공동주택’쯤 되는 걸까. 적어도 파리에선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동묘지인 파리의 페르 라셰즈 묘지(Cimeti?re du P?re Lachaise). 폴란드의 작곡가 쇼팽과 그리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오스카 와일드와 미국의 록 그룹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까지 예술 세계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 ‘영혼의 국제도시’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파리의 동쪽 끝에 내리니 곧바로 묘지 입구. 2유로(2400여원)를 내고 안내 지도를 사니, A부터 Z까지 유명(有名) 인사의 이름과 묘지 위치만 수백 명이 친절하게 안내돼 있다.

 

사실 ‘유명’이라는 말은 너무 일방적인지 모른다. 이 곳에 안장된 나머지 7만여 개의 무덤들도 너무나 절실한 사연이 우주를 덮고도 남을 텐데.

계단을 수십여 개 밟고 올라가니, 마치 서울의 빌라촌처럼 묘지도 차곡차곡 배열돼 있다. 처음 발길이 멈춘 곳은 프랑스의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무덤. 불과 37세의 나이로 타계했지만 오페라 ‘카르멘’과 ‘진주잡이’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발끝쯤에 놓여있을 법한 꽃다발들은, 인생의 값어치가 그가 살아온 햇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하긴 이 곳의 7만여 기(基) 가운데 가장 사랑 받는 곳도 27세로 숨진, 록 그룹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 아니었던가.

중앙 화장터에 모셔놓은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비석으로 향한다. 푸치니의 아리아처럼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자 했지만, 사랑은 끝끝내 그녀를 버렸다. 햇볕도 스며들지 않는 화장터 지하 공간, ‘16258번’이라는 번호 밑에 박혀있는 기념비(碑)가 어쩐지 구슬프다.

관광객 여러 명이 묘지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고 있다. 코스는 모두 엇비슷하다. 칼라스 뒤에는 오스카 와일드, 와일드 뒤에는 짐 모리슨 식이다. 뒤를 따라 와일드의 묘지로 향한다. “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는 역사적 기념물”이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팬들은 아랑곳 않고 무덤에 붉은 키스 세례를 퍼부어 놓았다. 와일드는 세기말의 유미주의적 상상력과 동성애 취향으로 1970년대 글램 록과 1990년대 영화 ‘벨벳 골드마인’까지 자신의 감수성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드디어 북쪽 끝. 1871년 5월 ‘공동체’와 ‘자치’를 내걸고 무장 항쟁을 일으켰다가 사살 당한 코뮌 전사(戰士)들을 기념하는 ‘파리 코뮌의 벽’ 앞에 섰다. 코 끝이 찡하다. 바로 맞은 편에도 ‘2차 대전 당시 스페인의 자유를 위해 숨져간 사람을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기념 조각이 서있다. “당시 1만 명의 공화주의자들이 강제 추방 끝에 숨졌다”고 적혀있다. 역사도, 비극도 끝없이 반복된다.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폴란드 작곡가 쇼팽의 무덤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지만, 팬들이 던져놓은 화환만 밝게 빛난다.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묘지에 도착하니, 어느새 한밤이다. 프랑스 최고의 신학자이자 수도사였던 아벨라르가 17세의 엘로이즈를 만난 건 38세 때. 성(聖)과 속(俗)을 넘나든 이들의 금지된 사랑은 어차피 비극일 수밖에 없었지만, 900여 년을 건너 지금도 세계의 연인들을 웃고 울린다. 연인들이 던져놓은 꽃다발 사이로 이들은 무덤에 함께 누워있다. 천국에선 이들도 영면할 수 있겠지….

(파리=글·사진 김성현기자 [ danpa.chosun.com])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아다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