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중국여행

중국 난징

향기男 피스톨金 2006. 3. 10. 00:24

 

                     중국 난징

어둠이 스미면 도심은 황홀에 빠진다. 빨강 노랑 파랑, 휘황한 불빛의 고풍(古風) 건물들을 잇는다. 2,400년 고도(古都)의 나이를 잊게 한다.

운하에 배를 띄운다. 미끄러지는 야경은 베니스를 떠오르게 한다. 처녀 뱃사공의 구성진 노랫소리와 은은한 차(茶)향이 운치를 더한다.

산(山), 물(水), 성(城), 숲(林)…. 중국 난징(南京)은 이 모든 걸 안고 있다. 베이징(北京)처럼 거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외부인의 손때가 덜 묻어 있다. 10개 나라의 도읍으로 성(盛)했던 역사를 머금고도 새색시처럼 수줍어한다. 이 곳에서부터 대륙 여행을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도심을 에워싼 명(明)조 성곽을 돌아들면 중산릉이 나온다. 쑨원(孫文)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중국 특유의 스케일이 탁 트였던 시야를 다시 꽉 채운다. 파란 지붕이 하늘을 닮았다.
 
오르는 계단은 모두 392개. 쑨원의 죽음(1925년)을 애도하는 모든 중국인의 마음(당시 인구 3억 9,200만 명)을 담았단다. 계단이 낮아 힘겹지 않다. 도시의 절반을 차지하는 녹지가 길 양 옆을 메우고 있어 삼림욕이 따로 필요 없다.

조금 더 옆으로 매화산이 누워있다. 매화는 난징의 시화(市花)다. 매년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 사이에 열리는 매화축제가 한창이다. 하양 연분홍 진분홍, 갖은 매화가 흐드러져 있다. 눈이 즐겁다.

양쯔(揚子)강변에 솟은 열강루(閱江樓)에 올라 간간이 물에 젖은 도시와 드넓은 양쯔강을 내려다보는 맛도 그만이다.

난징과 이웃한 전장(鎭江), 양저우(揚州)는 여정을 더욱 살찌운다.

1,500년 전(육조시대) 조성된 옛 골목(西津古渡街)은 전장의 볼거리 중 하나다. 삐죽 고개를 쳐든 처마, 촘촘하게 엮은 벽돌 담…. 빛바랜 중국 필름에서나 봤을 법한 거리다. 소금 장사로 영화를 누렸던 지난 날이 오버랩된다.

한 노인이 잡신(雜神)을 모신 길거리 사당에 향을 피운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그의 모습에서 소박함이 묻어난다. 골목 주변으론 70~80년대 우리네 시골 읍내 같은 서민들의 애틋한 삶터가 펼쳐져 있다.

양쯔강을 약간 가로지르면 섬으로 된 초산(焦山)을 만난다. 고적한 산사도 멋스럽지만 옆에 자리한 비림(碑林)은 자그마한 못(池)과 대나무숲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때마침 가랑비가 산사를 적신다. 강 바람이 대나무를 울리고 놀라 달아나는 산새 소리가 싱그러움을 보탠다.

30분 거리엔 금산사(金山寺)가 있다. 천년 묵은 뱀과 유생의 사랑을 읊은 영화 ‘청사(靑蛇)’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양쯔강에서 잡아 올린 민물갈치, 민물복어를 맛보는 것도 전장 여행의 묘미다.

양저우엔 물이 많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수서호(湖)는 양저우가 자랑하는 절경이다. 배를 타고 한바퀴 둘러보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호반 군데군데 선인들이 만든 정원이 있다. 이 곳에서 술을 마시며 달이 차고 기우는 걸 즐겼다고 한다. 녹음기와 확성기가 없던 시절, 직접 현을 뜯어 구성진 가락을 물결에 흘려보내는 풍류를 즐겼다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있었겠는가.




[여행수첩] 남경

▦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_난징 직항편을 주 4회(월, 수, 금, 일) 운항하고 있다. 비행 시간은 2시간 정도. 베이징에서 항공편(1시간30분 소요)을 이용하거나 상하이에서 열차(2시간 40분), 버스(3시간 30분)를 이용해도 된다. 전장, 양저우는 난징에서 버스로 각각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 난징은 서울보다 기온이 약간 높다. 강 바람이 부니 서울에서 입는 옷차림과 비슷하게 준비하면 된다. 단, 여름에는 불볕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시차는 1시간 느리다. 비자를 받아야 한다.

▦ 난징 시내에 9개의 일급 호텔이 있다. 골프장은 인근에 4개 있는데 이용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양저우는 발마사지가 유명하다. 한화 7,000~8,000원이면 여독을 풀 수 있다. 마사지 시간은 1시간 정도.
[한국일보 2006-03-09 18:51]    



난징ㆍ전장ㆍ양저우(중국)=글 김지성기자 jskim@hk.co.kr사진작가 이규열(LHP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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