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
흔들리는 야간열차는 이동의 수단이자 지친 여행객들의 잠자리.
유럽 배낭여행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열차여행이 이젠 동남아 여행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싱마타이'가 있다.
'싱마타이'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타이(태국)를 잇는 철도여행을 말한다.
지난해에 3개국 관광청이 협의를 해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방콕~치앙마이 구간에서만 열차를 이용했다.
8박 9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각 지역의 명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둘러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야간열차(요금 90링깃. 한화 2만4천원 정도)는 국경을 넘기 때문에 출입국 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항과 비슷하지만 짐 검사는 훨씬 간단하다.
특이한 점은 탄종파가역에서 탑승 전에 말레이시아측의 입국 심사를 받은 뒤 열차를 타고 가다 우드랜드역에 내려서 싱가포르측의 출국 심사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후 10시 15분에 탄종파가역을 출발한 열차는 40분 정도를 달리다 싱가포르 출입국관리소가 있는 우드랜드역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멈춰섰다.
특히 침대칸은 열차 꼬리 부분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심사를 받기 위해선 3~4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중요한 짐들을 챙겨서 어깨에 매고 심사를 받으려 가는 승객들의 모습은 한밤중의 이민 행렬처럼 보인다.
열차가 다시 출발한 것은 오후 11시가 넘어서였다.
덜커덩거리면서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린다.
창 밖은 어둠 속에 잠겨있다.
간간이 주택가와 도로의 불빛,키 큰 나무들의 검은 윤곽만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KL(쿠알라룸푸르) 중앙역'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오전 6시30분께였다.
태국 방콕~치앙마이 구간은 국내선이라 별다른 심사절차가 없다.
훨람퐁역은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이 뒤섞여서 초만원 사태를 이루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기자는 역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난민처럼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무리들을 이상하게 보았지만 어느새 그들 틈에 끼어앉아 요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교의 나라답게 역 한 쪽에는 제단과 불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혼잡한 와중에도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말레이시아 열차는 안그랬는데 태국 열차는 음식을 팔고 있었다.
오후 8시가 다 되어서 탑승해 보니 침대는 마주 보는 2개의 좌석 모양으로 접혀져 있었다.
음식이나 맥주를 시키면 간이식탁을 설치해 준다.
식사는 150바트,맥주는 한 병에 100바트.
우 리나라 돈으로 2천500원 가량 하는 맥주를 한 병 시키자 서빙하는 한 남자 직원이 스스럼 없이 다가와 건배를 권한다.
자신을 영화 '옹박'의 주인공 토니 자라고 소개한 이 직원은 동남아식 영어와 재치있는 몸짓으로 대화에 동참했고,은근슬쩍 일행의 술을 축냈다.
그는 헤어지면서도 빈 지갑을 내 보여 배낭여행객들에게서 컵라면까지 얻어갔다.
아침이 밝아오자 창 너머로 논과 밭,소떼,나무로 만든 집들이 보인다.
치앙마이역에는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전 9시20분에 도착했다.
방콕과는 전혀 다른 태국 북부의 풍경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치앙마이행 열차 요금은 2등석 1층 침대칸 기준 781바트(한화 약 2만원).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관광청(02-399-5570),말레이시아 관광청(02-779-4422),태국 관광청(02-779-5417),여행사 엔투어(02-775-0900). 글·사진=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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