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음식 이모저모

채식,하루 세번, 정치경제학 되새기기

향기男 피스톨金 2006. 4. 11. 15:19

 

                          채식,

 

        하루 세번, 정치경제학 되새기기


[한겨레] 페미니스트에게 비육식의 의미…당연시되는 폭력들에 대한 저항… 벌거벗은 닭을 보며 가부장제와 제국주의, 환경파괴를 고민하다
 

▣ 박소연 버지니아텍 박사과정(과학기술학)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내게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고 심각하게 묻지 않는다. 그저 채식주의자냐고 한마디 묻는 정도. 한국에 불어닥쳤던 웰빙 바람 덕분인지, 건강하려면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고맙다. 타인이 나의 식생활을 일일이 간섭한다면, 분명 귀찮고 성가실 것이다.

 

정육점과 홍등가의 빨간 불빛

 

그렇지만 때로 어떤 침묵은 관용이 아니다. 어떤 침묵은, 무관심에서 나온 무지, 무지가 불러오는 무시의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어떠한 이유로 들짐승, 날짐승 먹기를 그만두었는지 시시때때로 타인에게 이야기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나와 그들이 먹는다는 행위의 적어도 일부분은 불편한 일이어야 한다. 그 불편함으로 인해, 식품으로 존재하는 것들 이면에 작동하는 다양한 정치를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그 이야기하기를 그친다면, 비육식이라고 하는 내 선택은 개인적이지만 정치적이지는 못한 기껏해야 좀 금욕적인 습관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육식하는 문화에 불편하게 말을 걸어주어야겠다.

 

육식을 권하는 문화는 사회적 약자를 만들고 타자의 희생과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의 이면이다. 팔려지기 위해, 또 요리되기 위해 통째로 벌거벗고 누워 있는 닭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불편했다. 저항조차 포기당한 극단적 폭력의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벌거벗고 다리 벌린 채 누워 있는 사람의 형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홍등가를 지날 때 정육점의 빨간 불빛을 연상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미지가 주는 불편한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게 분명하게 부각되면서, 더 이상 고기를 고집하고 싶은 욕구도 사라졌다. 육식의 문화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질수록, 그 폭력은 늘 은폐되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데, 사실상 침묵하는 우리는 폭력에 공모할지도 모르니까.

 

소나 돼지, 닭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순간에조차 도축장으로 끌려가기 위한 전 단계인 식용동물로서만 존재한다. 이들이 한때 생명으로 존재했던 과거, 즉 이들에게 고통을 가했을 폭력들은 쉽게 잊혀진다. 모피를 입지 않겠다는, 혹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내 생각을 종종 ‘동물권 옹호’로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페미니스트인 내게 비육식은, 크고 작은 폭력들이 연대하고 당연해지는 바로 그 맥락을 대하고 저항하는, 의미를 지닌 한 가지의 실천이다. 육식문화가 자연스럽고 지배적인 식생활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점점 약자에 대한 폭력에 둔감해질 수 있다.

 

비판해왔던 삼라만상과 맞닿아 있다

 

사실 페미니스트가 육식을 멀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란 없다. 그렇지만 페미니스트로서 비육식을 실천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페미니즘이 다양한 정치적 실천을 매개하는 만큼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가령 가부장제와 남성문화 그리고 육식문화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축산업의 제국주의적·자본주의적 성격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육식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유로 비육식은 페미니즘과 코드가 맞아떨어진다. 왜일까.

 

고백건대 개인적으로 처음 고기 끊기를 결심했을 때는 다양하고 거창하고 다양한 이유보다는 맥도널드의 세계화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 정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육식을 멀리할수록, 지나쳐왔던 세상의 이면이 점점 더 크게 각인됐다.

 

신기하게도 사실로 존재했지만 과거엔 무관심과 무지와 무시의 영역에 존재했던 육식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비판해왔던 삼라만상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꾸길 원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실천하라고 했던가.

 

페미니스트인 나는 하루에 세 번, 식탁의 역사를 바꾸기를 원하며, 식품이 내 식탁에 오기까지의 정치경제학을 한 번 더 되새기길 원한다. 남성주의적이고 가부장주의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제도화한 폭력과 권력에 불편하게 말거는 것, 그것이 페미니즘이니까.

 



 

채식가의 행복, 음식의 재발견

 

만들기 쉽고 맛깔나는 채식 요리 두 가지, 함께하실래요?

육식을 멀리한다는 것이 먹는 기쁨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육식이 생활의 발견이자 음식의 발견이었으니까. 또 한 가지. 사실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골치 아픈 일도 아니다.

 

▲들깨향 나는 초록비빔밥

 

지난해에는 집 뒤뜰에서 깻잎을 키웠다. 깻잎이 자라면서부터 즐겨 해먹던 비빔밥이다. 뭐 딱히 어디서 먹어본 적은 없으니까 마음대로 이름 붙였다. 이름하여 ‘들깨향 나는 초록비빔밥’. ‘들깨향이 나는’이라 수식한 것은, 보통 비빔밥에 쓰는 참기름보다는 아무래도 들기름을 살짝 얹어주는 것이 이 비빔밥에 제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직접 짜온 들기름을 한국에서 공수해와서인지 향이 정말 좋다.

 

‘초록비빔밥’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별 이유까진 없다. 통상 쓰는 재료들이 초록색이라는 게 이유라면 이유랄까.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는 새싹 비빔밥이 유행이었다. 꽤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이곳에선 새싹 공수하기가 녹록지 않다. 봄인 만큼 약하게 간한 산나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으련만, 올해는 나물도 없다.

 

그러나! 깻잎과 상추로 만들어먹는 초록비빔밥도 맛이 상당히 괜찮은 만큼 추천. (비빔밥 위의 달걀이 뻘줌해 보일 수 있겠다. 동네 농장에서 항생제, 인공 조명, 동물 사료 안 쓰고 방목했다고 주장하는 달걀이다.)

 

재료: 상추, 깻잎, 호박, 오이, 기타 냉장고에 있는 야채들

 

비빔장 재료: 고추장,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깨

기타 준비물: 필수! 들기름

1. 잎 야채는 잘 씻어서 잘게 썰고, 호박과 오이는 약간의 소금과 깨를 뿌려서 볶아준다.

2. 비빔장 재료도 한데 섞어서 만든다. 분량은 ‘적당히’가 정답이지만 고추장 한 스푼에 나머지 양념 합한 거 한 스푼 정도 비율이면 알맞지 않을까. 요리는, 창의력입니다.

3. 밥 위에 야채와 비빔장을 얹고 들기름을 뿌려서 맛나게 먹으면 행복해진다.

단백질 완전정복: 콩과 버섯

 


단백질 결핍을 우려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채식주의자에게는 콩과 두부, 버섯류가 있다. 요것들은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한 재료인지라 적극 추천할 만하다. 가령 두부는 부침과 찌개류, 두부야채전으로, 버섯은 각종 국물이나 볶음 요리에서 ‘고기’가 들어가는 모든 곳에서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는 이쁜이다.

 

밑반찬 삼아 종종 해먹는 콩자반도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의 위험성이 논란이 되면서 최근 콩이 완경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자연식품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청국장·된장·두부랑 너무 친하게 지내는 나인 만큼, 유전자 조작 콩 문제에 대해선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깐풍 두부

 

깐풍기의 레시피를 두부에 응용해 ‘깐풍 두부’라 이름 붙였다. 원래 중국음식에서 ‘기’는 닭이라니, 이 음식의 제대로 된 제목은 깐풍 두부쯤 되겠다. 인터넷에서 얻은 레시피를 약간 덜 달게 변형했다. 너무 간단한 음식이 그럴싸한 한 접시 요리가 된다. 작은 두부 반모로.

 

1. 단단한 두부 반모를 깍둑썰기해서 옥수수 전분을 살살 묻혀둔다.

2. 케첩 6큰술, 간장 2큰술, 설탕 반큰술, 마늘 약간, 고춧가루 약간을 미리 섞어둔다(만약을 위해 소스를 넉넉히 만들어두는 것도 요령!).

3. 기름을 넉넉히 해서 두부를 튀긴다. 두부가 다 튀겨졌을 때 소스 냄비에 불을 켜고 그 안에서 튀겨진 두부를 굴려준다. (끝!) 나는 소스에 잣도 넣고, 촬영을 위해 파란 깨도 좀 뿌려놓는 센스를 발휘했다. 요리는, 창의력입니다.

 

국물 내는 법

 

고수라면, 야채 육수를 미리 넉넉히 만들어서 냉동했다가 쓰겠지만, 나는 다시마와 양파, 말린 버섯 불린 국물로 맛을 내는 편이다. 말린 버섯은 불린 뒤 건더기는 고명으로, 국물은 육수로 사용한다.

 

 

 

      편식하지 말란 말이야~ 꿀꿀

 

[한겨레21 2006-04-11 09:03]    

 


[한겨레] 어느 고기 애호가의 생떼… 삼국시대부터 채식문화 발달한 건 비극이라네… 가축 사료로 세계 곡물 1/3 쏟아붓고 심장병·암 늘어가도 먹던 거 먹자고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자고로 음식 가려먹는 애들은 성격이 안 좋아. 나? 대한민국 평균이지. 평소 내가 먹는 고기? 일주일에 한 번은 삽겹살을 사먹으니까, 1인분을 200g이라고 하면 일년 52주 대략 17.4㎏을 먹는 거거든?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한 해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1인당 돼지고기 총량이 2005년은 17.4㎏, 2004년은 17.9㎏이라잖아(가공식품까지 합해서지만). 고백하자면 삽겹살 외에 소시지·베이컨·햄버거도 먹어. 등심·안심·앞다리살 같은 ‘우리 돼지 삼총사’도 텔레비전에 나온 날씬하고 예쁜 언니들이 하도 좋다니까 나처럼 성격 좋은 애들이 화답해줘야지.

 

틈틈이 치킨 뜯고, 설렁탕과 수육은 없어서 못 먹고, 자장면·탕수육도 즐기고, 누가 사주면 꽃등심도 얻어먹고, 스테이크도 가끔 사먹고…. 오직 먹히고자 갇혀 항생제니 화학 사료니 우겨넣으며 사육되는 고기들이 나 같은 사람이 안 먹어주면 얼마나 섭섭하겠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쇠고기랑 닭고기는 돼지고기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6㎏씩 먹으니까 나도 그 정도 먹는다고 치자. 계산이 뭉뚱그려졌다고? 따지지 마. 그러니까 채식인은 까다롭다는 소리 듣는 거야.

 

내 주변에 김창석이라고 있는데, 그는 상추를 먹기 위해 양념으로 삽겹살을 먹는다는 진정한 ‘돼지테리언’이야. 삼겹살 세 장에 돼지고기 세 점쯤 얹어먹지 않으면 먹은 거 같지 않다잖아. 먹는 것처럼 일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게 한마디로 성격 원만해.

 

고구려는 고기를 먹었다는데…

 

나 요즘 몹시 불편해. 내가 ‘한 고기’ 좀 한다고 짐승 보듯 하는 애들 때문이야. 건강·환경·평화 얘기하면서 담배 끊듯 고기 끊는 애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원래 채식 위주라고? 오우 노~. 고대사 논할 때 등장하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봐. 부여의 관직명은 모두 동물 이름으로 돼 있어.

 

마가(馬加)·우가(牛加)·저가(猪加)·구가(狗加) 같은 최고 관직명이 그랬지. 얼마나 말고기·쇠고기·돼지고기·개고기를 즐겼으면 그랬겠어? 고구려 벽화를 봐. 짐승들과 같이 뛰놀잖아. 다 꼬드겨 잡아먹으려고 그런 거 아니겠어? 아전인수라고? 이것 봐.

 

우리 조상들이 원래 유목생활을 하면서 시베리아 같은 북방에서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게 정설이야. 중국에서 맥족(貊族)이라 불렀대잖아. 원래 터프한 애들이 고기 잘 먹어. 성호르몬하고도 관련 있대지 아마.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고기를 먹었냐.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최준식 지음)란 책에서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자세히 일러주고 있어. 육당 최남선의 주장에 따르면 <수신기>라는 중국 고서에 우리 조상 맥족이 즐기던 음식이 나온대.

 

“중국 진나라 사람들이 ‘맥적’(貊炙)이라는 이민족(고구려)의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서 문제”라고 서술해놓고 있는데, 맥적이 뭐냐면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불 위에서 굽는 거야. 불고기의 원조라고 보면 돼. 고기를 그냥 굽거나 삶은 뒤 양념하는 중국식과 달리, 양념한 고기를 쓴다는 게 특징이지.

 

삼국시대에 이르러 벼농사가 정착하면서 식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 우리 같은 육식인들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역사라 할 수 있지. 상류층 문화이긴 했지만 메주를 발효시켜 장 담그는 방법이 이때 개발돼. 채식의 역사가 태동됐다고 할 수 있어.

 

삼국시대부터 고려조까지 불교 국가였던 것도 한몫했지. 신라 법흥왕은 529년에, 백제 법왕은 599년에 살생 금지 법령을 선포했대. 중국 사람 뻥이 좀 세긴 하지만 서긍의 <고려도경>이란 책을 보면 “고려 사람들이 중국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양이나 돼지를 도살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서 쩔쩔맸다”고 나와 있어.

 

하도 고기를 먹지 않아 이런 작은 동물의 도살도 못하는 실정에 이른 거야.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채식 때문이잖아. 어쨌든 정혜경 교수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채식 대 육식 비율이 8 대 2 정도로,

 

이상적인 비율”이라면서 “요즘 그 균형이 깨져서 걱정”이라는데, 세상 걱정하시는 걸 보니 이분도 혹시 채식인이거나 까다로운 채식인들을 주변에 많이 두신 게 아닌가 싶어. 얼마 전 뉴스에도 나왔지만 우리나라 초등학생 비만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며? 어릴 때 고생해본 애들이 나중에 적응력도 좋아.

 

미국처럼 하면 다 좋은 거 아냐?

 

동물들이 불쌍하지 않냐고? 25년 사는 소를 2년 만에 도살하고 인공수정도 시켜서 개체 수를 늘리잖아. 부드러운 고기를 얻으려고 30년 사는 닭을 대충 35일 만에 도살하지. 좁은 축사에서 과밀하게 부대끼니 걔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어? 빨리 지옥 같은 이승을 뜨도록 도와줘야지.

 

오늘날 지구상의 소는 12억8천 마리로 추산된대. 소 사육 면적은 전세계 토지의 24%. 미국에서는 약 1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는데 미국인 2.5명당 1마리꼴이야.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가축들이 먹어치우고 있지.

 

 일찍이 미국의 한 식량 경제학자는 미국에서 소·돼지·가금류 같은 가축 사료로 전환되는 곡물과 콩을 사람이 소비한다면 모든 지구인들이 1년 동안 날마다 곡물 1컵씩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고 했어. 채식인들이 자랑하는 책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지음)을 보면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기아에 시달리는 와중에 선진국에서는 사료로 사육된 육류, 특히 쇠고기 과잉 섭취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나와 있어.

 

 “‘풍요의 질병’, 즉 심장 발작, 암, 당뇨병 등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거야. 쇠고기로 대표되는 적색 육류 소비와 미국 암 발생률 2위인 결장암의 관계를 볼까? 매일 붉은 고기를 섭취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2.5배가량 높다는 거야. 폐암에 걸릴 확률은 3배 이상이고.

 

이걸 연구한 이들은 ‘폭언’도 일삼지. “붉은 고기의 최적 소비량은 0이다.” 그나마 인간적인 연구자들은 붉은 고기 섭취량은 하루 85g 이내로 제한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어. 어쩜 이렇게 무시무시한 얘기를 할 수 있지? 뭐? 내가 더 무섭다고? 어쨌든 글로벌 스탠더드는 미국이잖아. 미국처럼 하면 다 좋은 거 아냐?

 

고기 많이 먹은 다음날 변비에 시달리거나 용을 써서 일을 봐도 똥이 새카맣고 연필처럼 얇아져서 기분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현대병 아니겠어? 현대인이라면 이 정도는 앓아줘야지.

 

우리나라의 결장암 발병률도 높아졌는데, 대체로 40대 이후에 발생하고 50대 이후가 되면 급격하게 증가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고. 대한민국 스탠더드임을 자부하는 나. 그래서 몸 걱정은 50대 이후부터 하려고 해.

 

그나저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애들 얘기 좀 제발 하지 마. 고기 맛 떨어지잖아. 세계은행(World Bank)은 전세계 7억∼10억 명이 절대빈곤 속에 살아간다고 하지.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은 13억 명 안팎이라고 하고.

 

인류 역사상 전체 인구의 20%가 영양실조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지만, 소 팔자가 인간보다 더 좋으면 안 돼? 진정한 동물 사랑의 출발은 여기서부터일 수도 있어.

 

물론 곡물 재배에 사용되는 토지는 육류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보다 5배나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지. 콩을 심으면 10배, 잎 많은 야채를 심으면 15배, 시금치를 심으면 무려 26배나 많은 단백질을 얻을수 있지. 그럼 뭐해. 맛이 없는걸.

 


소가 왜 사막화의 주범일까

 

원래 소는 초식 동물인데, 곡물 사료로 키워지면서 기기묘묘한 질병의 발원지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인생 뭐 있냐. 아버지도 즐기라 말하셨잖아. 이 정도의 스릴은 있어줘야지. 특히 쇠고기는 ‘단백질 사다리’의 정점에 있는 제일 럭셔리 고기야.

 

화학 비료나 도축장, 쇠고기 판매·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이런 ‘럭셔리 쇠고기’를 엄청 선전해대지. 개발도상국이 육류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식 생산 시스템을 따라 하게 되면 다국적 기업은 그 과정에서 짭짤하게 이득을 챙기는 거야.

 

‘아메리카 스탠더드’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일본은 일찍이 아시아권에서 가장 쇠고기 소비량이 팍팍 는 나라야. 그 뒤를 한국과 대만이 뒤쫓고 있대. 야구에서만 일본에 본때를 보일 게 아니라고. 여러 분야에서 이겨보자고.

 

세계사적 흐름을 좀 짚어볼까? 1960년대 이후 중미 삼림의 25%가 소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개간됐지. 1966∼83년에는 아마존 밀림의 38%가 소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목초지 개발로 집중적으로 훼손됐어. 소 사육은 사막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유엔에서는 전 대륙의 29%가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봐.

 

왜 소가 주범이냐고? 얘들이 좀 무겁니? 강력한 발굽은 토착식물을 짓밟고 토양을 단단하게 다지지. 그러면 흙 사이 공간이 좁아지고 결국 흡수되는 수분 양도 줄어드는 거야.

 

쇠고기가 워낙 럭셔리하다 보니 ‘안티’도 적지 않아. 또 다른 안티 논리는 축산 단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가스인 메탄,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를 배출하는 요인이라는 거야.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붉은 고기는 성공에 이어 힘과 특권의 상징이지. 남성성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그중 구워먹는 고기가 짱이야. 스페인 투우사들이 경기 끝나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황소 스테이크를 즐긴다잖아.

 

여자들은 수발 들고. 서구에서는 아내가 신선한 고기 요리를 안 해줬다는 이유로 두들겨팬 마초들도 적지 않았다고 여러 기록에 나와 있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삶은 요리가 구운 요리보다 경제적이고 낭비가 심하지 않다”고 주장했어. 삶은 음식이 생명이라면 구운 음식은 죽음이라는 거야. 웬 망발인지 모르겠어.

 

굽는 것보다 삶는 게 좋다지만…

 

정혜경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기 요리는 원래 삶거나 탕에 넣어먹는 것이었다고 말씀하시지. 영양 파괴도 적고 부작용도 줄이는 지혜로운 요리법이라잖아. 육류나 생선류는 고온에서 굽거나 지나치게 익히면 발암물질이 생겨.

 

특히 숯불로 구우면 불완전 연소된 고기 기름 연기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더 나오는데 이게 다시 고기에 달라붙어 입 속에 들어가는 거지. 소비자보호원에서 한 실험을 보면 이렇게 먹을 때 발암물질이 504배나 더 생긴대.

 

제목만 보고 속아서 산 책 <잘 먹고 잘 사는 법>(박정훈 지음)은 “동물을 학대하고 약 먹여 키운 다음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방식으로 조리해서 양껏 먹어대는 건 결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래서 어쩌라고.

 

회식 주메뉴인 ‘지글지글 삼겹살’은 1980년대 이후 ‘풍요의 시대’에 이르러 대중화된 거잖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관성대로 골고루 먹고 살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생각 없이 먹고 사는 게 웰~빙이야. 안 그래?

 

 


고기 먹으면 마초된다?

식물 먹을수록 성호르몬이 유발하는 공격 성향 줄인다는 가설도
 

고기를 많이 먹는 사회에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이들도 많을까? 채식인들의 경험적 통칙을 빌리면, 채식인 사회에서 마초 성향의 남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문화적 이유일 수도 있지만, 이와 관련된 과학적 가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채식인 1세대인 이광조 한국채식인협회 대표는 “식물에 포함된 파이토에스트로겐이 성호르몬의 무질서한 이동을 가로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성호르몬은 보통 성호르몬결합글로블린(SHBG)이나 알부민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혈액을 통해 이동한다.

 

보통 인체 내의 성호르몬 중 99%가 SHBG와 결합돼 돌아다니며, 나머지 1% 정도가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다닌다. 그런데 SHBG와 결합되지 않은 성호르몬은 무작위로 세포핵 속으로 들어가 조절되지 않은 반응을 일으킨다. 충동적인 성범죄는 SHBG와 결합되지 않은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SHBG는 식물에 포함된 파이토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할수록 다량 생성된다는 사실이 칠레의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식물을 많이 먹을수록 충동적인 성 자극이나 공격 성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도 있다. 고기에는 지방이 많다. 몸속에서 지방이 분해될 때 황산, 요산, 인산, 젖산 등 유독성 산성 노폐물이 만들어지는데, 혈액 속의 산성 노폐물은 비정상적으로 성호르몬을 자극해 성적 충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총을 들 수 없고, 고기를 들 수 없고…

 

[한겨레21 2006-04-11 09:18]    

 


[한겨레] 평화주의자는 어떻게 채식을 하게 되었나…비폭력적 삶을 고민하면 가야할 길… 생명을 죽이지 않으면 숨 쉴 수 없는 인간이 가능한 무해하게 사는 현실적 방법
 

▣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내가 채식가가 된 것은 2003년 5월이다. 대부분의 채식가들과 같이 나 또한 채식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혹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본래 미식가이거나 식탐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그냥저냥 지금까지 그 끈을 유지하고 있다.

 

병역거부운동을 통해 채식을 배우다

 

나는 채식가가 되기 이전부터 육식을 지양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나 지구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주위에 이미 이러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고 생태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빈곤, 차별, 전쟁 등과 육식문화의 관련성을 들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 고기와 생선을 먹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선뜻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5월 이스라엘에서 있었던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에 참가하여 2주 동안 반강제(?)로 채식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고기와 생선에 영영 이별을 고하게 됐다.

 

그 곳에선 고기와 생선은커녕 계란이나 유제품조차 먹지 못했지만 외국의 낯선 음식들을 맛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힘들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오히려 유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도 예술적인 맛을 선사했던 완전채식용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의 맛에 매료돼 채식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이들의 갖가지 노력과 상상력에 많은 호기심을 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채식을 실천하게 된 시점은 병역거부운동을 하면서 그전까지 어렴풋하게 인식하고 있던 평화주의와 비폭력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접한 시기와도 겹친다. 전쟁과 전쟁을 야기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신념은 국가적·사회구조적 측면의 변화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전쟁과 기타 폭력적 상황에 가담하지 않고 비폭력적인 실천을 할 것을 강조한다.

 

또 평화는 부정의와 압제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과정과 경향이라 보기 때문에 인간의 선한 본성과 삶 자체를 믿으며 이에 호소한다. 그래서 평화주의자들은 전쟁을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저항함과 동시에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성찰한다.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는 이러한 평화주의자들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나 또한 혹시 내가 알게 모르게 이런 행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게 됐고 이를 인식한 뒤에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2004년 봄엔 자전거도 한 대 마련해 굴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주위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리 괴롭지 않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목적만큼이나 과정과 수단에 주목

 

흔히 평화주의자들을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들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폭력적 방법을 선호하는 이들의 투쟁에 대해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 ‘식물을 먹는 것은 괜찮냐’고 채식가들에게 되묻는 경우도 비슷한 사례다.

 

우리는 어떠한 생명도 죽이지 않고 1분 1초도 숨을 쉴 수 없다. 완전무결한 근본적 채식주의는 죽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 지구에서 가능하면 무해하게 살다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평화주의자들, 채식가들이야말로 누구보다 현실주의자들이라 할 수 있다.

 

목적이나 결과만큼이나 그에 이르는 과정과 수단에 주목하는 평화주의자들이 육식을 멀리하는 삶을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고 평화가 바로 길”(A. J. Muste)이라 믿기 때문이다.

 

 

JennyFlute(젤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