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북유럽 동유럽

터키 파묵칼레·카파도키아를 가다

향기男 피스톨金 2006. 4. 22. 11:17

 

         터키 파묵칼레·캉갈,카파도키아

 

세상의 수많은 온천 중에서 터키의 파묵칼레만큼 경이로운 온천도 없을 것이다. 터키 관광엽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파묵칼레 온천은 터키의 서남부 지방에 있다. 일단 데니즐리란 중소 도시까지 가서 돌무슈(미니버스)를 타고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창 밖의 야자나무들을 바라보면 마치 열대지방에 온 것 같은데, 20분쯤 지나면 난데없이 남극의 거대한 빙산처럼 하얀 얼음으로 뒤덮인 듯한 산이 나타난다.
 

원래 파묵칼레는 ‘목화’란 뜻으로 예전에는 하얀 산이 목화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무더운 여름임에도 빙산처럼 보여 서늘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그 묘한 풍경은 바로 자연의 경이로운 연출에서 왔다. 산을 흘러내리는 온천수에는 석회질이 많고 긴 세월 석회가 침전돼 하얀 석회가 산을 뒤덮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석회암은 크고 작은 계단을 만들었고 그 사이사이 온천수가 괴었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섭씨 35도의 탄산수로 특히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로마 황제들도 이곳을 종종 방문했다고 한다.

 

파묵칼레에는 온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꼭대기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있다. 이곳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리아와 페르가몬 왕국의 지배를 잠시 받다가 로마 치하에 크게 발전했는데, 지금도 서기 2세기에 만들어진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원형극장이 잘 보존돼 있다.

 

히에라폴리스는 한때 인구 8만명에 이르는 도시였으나 오스만투르크와 비잔틴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12세기부터는 폐허로 변했고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발굴됐다.

 

아쉬운 것은 온천수의 양이 점점 적어져서 야외 계단에 고여 있는 온천의 깊이가 무릎 정도밖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온천욕을 하고 싶으면 산 정상의 호텔로 가면 된다.

이 호텔에서는 유적지의 무너진 대리석 기둥을 그대로 두고 온천탕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대리석 기둥 사이를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며 옛 로마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터키는 온천이 많다. 전국에 300여개의 온천이 있는데 아주 신기한 온천이 또 있다.

 

터키 중부의 캉갈이란 소도시 근처에 있는 물고기 온천의 정식 명칭은 ‘발리클리 카플리자’. 발리클리는 물고기란 뜻인데, 이곳은 섭씨 30여도의 온천물에 사는 물고기가 사람들의 피부병을 고쳐준다 해서 매우 유명하다. 이곳은 별로 화려하지 않고 관광객보다는 피부병 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다.

숲이 우거진 넓고 아늑한 단지를 지나 허름한 건물로 들어가면 샤워장이 나온다.

 

일단 이곳에서 샤워를 하고 통과하면 탕이 나오는데, 모두 6개가 있다. 관광객을 위한 수영장이 있고, 피부병 환자들을 위한 남탕·여탕이 두 개씩 나뉘어 있다. 한 개의 탕에는 송사리 같은 조그만 물고기들이 있고, 또 한 개의 탕에는 손가락만한 조금 큰 물고기들이 있다.

 

물고기들은 사람들이 키운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이 온천수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한 한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 되는 몹시 심한 마른버짐을 앓았는데, 이곳에 와서 이틀 만에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캉갈의 물고기 온천에서 피부병을 치료하는 사람.

 

“와, 처음에는 조그만 물고기가 있는 탕에 들어갔는데 한 300마리가 내 몸에 모여들어 상처를 쪼았어요. 그런데, 묘하게도 효과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며칠이 지난 뒤 조금 큰 물고기들이 있는 탕으로 왔는데, 요놈들은 상처 부스러기를 살살 핥아먹어서 간지럽고요.”

 

그는 하루 8시간씩 온천 안에 있는데 3주일 정도 더 있다 갈 예정이라며 건성피부염에 효과가 좋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환자가 오는데 이란에서 온 피부과 의사는 자기 피부병을 못 고쳐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허허, 의사가 물고기 의사한데 치료받고 있소이다.” 피부과 의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용한 온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로마시대의 원형극장.

■에피소드

 

목욕탕선 수영복 입어… 누드로 들어간뒤 ‘아뿔싸’

한때 ‘터키탕(증기탕)’이 퇴폐적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원래 터키의 하맘(목욕탕)은 뜨끈하게 달궈진 대리석으로 만든 단에 누워서 피로를 풀고 목욕하며 휴식을 취하는 건전한 곳이다. 처음 하맘에 갔을 때 나는 옷을 훌훌 다 벗고 수건 하나만 갖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사람들은 대부분 수영복을 입었거나 커다란 타월로 치부를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황급히 조그만 수건으로 가릴 곳을 가리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대충 씻을 수밖에 없었다. 터키에서는 온천이든 하맘이든 대개 수영복을 입는다. 터키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나라의 목욕탕에서 그러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이 아닌 전통적인 하맘은 남탕과 여탕이 구별돼 있지 않고, 같은 탕을 이용하되 대략 2시간씩 교대로 입장시킨다. 처음에 이런 사정을 모르고 여탕 시간대에 갔다가 못 들어가게 해서 몹시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정보

 

데니즐리에서 파묵칼레까지는 돌무슈로 약 20분 소요. 데니즐리는 주요 도시에서 장거리 버스가 많이 왕래한다. 파묵칼레의 여행자 숙소들은 깨끗하고 조그만 온천 수영장도 딸려 있어 권할 만하다. 2인실이 대략 8∼12달러. 산 정상의 호텔에 있는 멋진 온천수영장은 입장료가 6달러 정도.

 

캉갈의 물고기 온천을 가려면 먼저 시바스로 가야 한다. 시바스는 버스로 앙카라에서 7시간, 이스탄불에서는 13시간 정도 걸린다. 시바스에서 캉갈까지는 미니버스로 약 1시간 걸린다. 캉갈에서 택시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발리클리 카플리자가 나오는데 택시비로는 왕복 14달러 정도 요구한다.

 

 온천 입구의 사무실에서 피부병 상담도 받을 수 있고 일반관광객은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된다. 온천 주변에 숙소가 있는데, 만약 당일치기 방문이라면 시바스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 편하다.

여행작가

 

 

 

 

     터키 파묵칼레·카파도키아를 가다

[서울신문 2006-04-20 08:57]

 


[서울신문]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아직도 하얀 모자를 눌러 쓴 채 위엄있는 눈초리로 내려다 보고 있는 거대한 산,

인간의 유한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 천년을 넘게 버티고 있는 신전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푸른 밀밭위에 한가로이 거니는 목동과 양떼들…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고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랫동안 공존해온 터키.6·25 참전, 또 2002년 월드컵때 한국과 3,4위전을 치르며 ‘형제의 국가’로 인식되는 친숙한 나라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와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카파도키아’로 떠나 보자.

 

석회질 사이로 생명수 꿈틀꿈틀

 

화산 폭발과 지진이 많았던 터키는 전국에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온천이 산재해 있는 화산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발전했던 목욕 문화가 이어져 역사 깊고 물 좋은 온천들이 많다.

고대시대에는 온천이 휴양보다는 치료의 개념으로 쓰여 유명하다는 온천에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남서부에 있는 휴양도시 데니즈리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묵칼레’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온천과 유서 깊은 고대도시 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 신이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10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파묵칼레. 갑자기 하얀 눈으로 뒤덮인 듯한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나라의 봄처럼 따뜻한데 눈이 쌓여있다니 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제일 먼저 산이 보이는 곳을 달려갔다.

 

산 밑에는 하얀 산을 그대로 담고 쪽빛 호수와 퍼런 물이 밸 듯한 하늘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여행의 고단함이 말끔히 사라진다.

도대체 저 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수 천년 동안 지하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온천수가 산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면서 지표면에 수많은 물웅덩이와 종유석, 석회동굴 등을 만들었으며 물에 포함되어 있는 미네랄 성분이 지표면을 부드러운 백색 석회질로 덮어 버려 이렇게 특이하고 아름다운 지형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또한 멀리서 보면 꼭 목화에 덮인 산 같다고 해서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란 뜻의 파묵칼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 버스를 타고 파묵칼레의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거대한 하얀 산을 내려보았다. 마치 고행을 떠나는 수도자 행렬처럼 맨발의 여행객들이 줄을 지어 하얀 산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그들과 함께 했다.

 

발바닥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정말 온천수가 흐르고 있다. 아니 딱딱하게 굳어 버린 하얀색의 석회질 사이로 파묵칼레의 생명수가 수 천년을 이어 아직도 그 숨을 쉬며 이어졌다. 여기에 온천이 생긴 것이 문헌상 B.C 2세기이니까 족히 2000년을 넘어 흐르고 있는 셈이다.

 

수 천년 동안 고대 로마시대의 황제들과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그 곳에, 그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시대를 넘어선 감흥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한다. 이런 파묵칼레의 모습은 낯선 이방인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쳐 준다. 너무도 신비하다, 자연의 힘이. 그리고 그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80년 후반까지 수영복을 입고 신이 만든 온천에서 직접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88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보존때문에 목욕을 금지시키고 신발도 벗고 걷게 만들었다.

 

# 터키에서 맛보는 터키의 목욕탕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퇴폐 문화의 상징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 터키탕이 정말 터키에 있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의 궁금해 할 것 같아 ‘터키탕’을 찾아 보았다.

 

결론은 중국에 자장면이 없고, 인도에 카레가 없듯 터키에도 터키탕은 없었다. 다만 ‘하맘’이란 공중목욕탕이 있다. 목욕 문화가 발달한 로마를 거쳐 오스만제국에 이르러 절정에 맞았다는 터키의 하맘은 우리의 목욕 문화와는 좀 달랐다.

 

일단 대리석 벽돌로 웅장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에는 탈의실과 넓은 휴게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우리나라 목욕탕과는 격이 달랐다.

‘옷을 다 벗고 나가야 하나.’며 터키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노라니 그들은 커다란 수건을 몸에 두른다. 나도 재빨리 따라하며 하맘으로 들어서려 하자 터키말로 뭐라 뭐라 하며 제지를 한다. 뭐 여자들이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것 같다. 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라 시간을 정해서 남·여가 돌려쓰는 것 같았다.

 

10여분 흐르고야 들어섰다. 그런데 ‘에이 이게 뭐야.’ 겉모습은 무엇인가 근사한 시설이 있을 것 같았는데 정작 내부에 들어서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목욕탕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이 없고 대신 대리석으로 50㎝정도 쌓아 올려 만든 4∼5평 정도의 평상 같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누워 땀을 낸다. 샤워기도 몇 개 되지 않고 말이다.

나도 중요 부위는 가리고 누웠다. 우리 찜질방처럼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신기하네.

 


갑자기 건장한 청년이 들어오더니 옆에 누워 있는 터키인의 때를 민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짧은 영어로 그를 불러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재미(fun)와 기술(technology)을 모두 잡은 ‘퍼놀로지(funology)’는 떨쳐버리기 힘든 문화 코드다.

 

재미를 추구하는 감성에 딱 들어맞으면서 기능을 놓치지 않는 상품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봄 햇살이 짱짱하게 내리쬐는 상쾌한 날에는 더욱 경쾌하게, 황사가 불어와 하늘이 뿌옇게 되면 마음이라도 신나게, 재미있는 소품으로 패션에 즐거움을 더해 보자.

 

 


 

       [터키의 중원] 카파도키아

 

[한국일보 2006-04-20 15:36]    

 


카파도키아(Cappadocia). 딴세상이다.

떠돌이 행성 위를 거니는 듯, 꿈속이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한 들판 위에 섰다. 공상 속의 풍경이다. 버섯 모양의 바위가 불쑥 솟았고 아이스크림콘 같은 바위가 떼를 이뤘다. 그 기암마다 스위스 치즈 같은 구멍이 나있는데 이는 창문이고 대문이고 테라스다. 누가 만든 작품이고, 그곳에 살던 이는 또 누구인가.

문명의 교차로인 소아시아, 터키의 땅 한복판에 카파도키아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기괴한 풍경은 1,000만년 시간이 빚은 예술.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흐르고, 또 다른 화산의 새 용암이 덮고 또 덮어 땅으로 굳어진 것을 바람이 깎고 빗물이 훑어내며 만들어내 조각들이다. 그 공상의 바다 위로 풍선을 타고 날아올랐다.

신새벽 잠에서 덜 깬 몸을 추스려 호텔 문을 나섰다. 열기구 업체에서 마중 나온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니 너른 벌판이다. 여명이 카파도키아 기암 능선을 평면의 수묵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열기구 불꽃이 굉음을 쏟으며 타오르자 축 늘어졌던 거대한 풍선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20분가량 지났을까. 풍선은 하늘로 곧추 섰고 태양도 그에 맞춰 땅 위로 몸을 드러냈다.

기구에 몸을 싣고 드디어 둥실. 기구는 땅을 떠났고 몸은 하늘로 날았다. 발아래 펼쳐지는 기암의 풍경. 같은 시간 앞서거니 뒷서거니 뜬 열기구들이 잿빛의 카파도키아 고원 위에 알록달록한 빛으로 생기를 넣고 있다.

기암의 바다를 굽어보며 벌어진 턱 사이로 ‘어허’ 탄성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오는데 함께 탄 중년의 여인인 스위스 관광객들도 연신 “울랄라(Oh lala)”를 외쳐댄다.

머리 위 풍선에 열을 뿜는 발화장치 굉음이 장엄한 음악으로 귓전을 울린다. 마치 록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처럼. 올록볼록한 기암들 위로 일행을 태운 열기구의 그림자가 유유히 지나간다. 감탄에 빠진 채 한시간쯤 흘렀나, 이제부터 고민이다. 아니 저 풍경을 어떻게 글로, 말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ㆍ자연 복합유산인 카파도키아의 기암 풍경을 둘러보는 중심지는 괴레메다. 이곳을 중심으로 위르굽, 아바노스 등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관광코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기암의 모습도 볼만하지만 그 안에 꾸며진 암굴 교회로 유명한 곳. 기암속 교회만도 10여 개에 달한다.

그 모양 등에 따라 애플교회, 뱀교회, 다크교회 등으로 불린다. 겉모습과 달리 실내에 장식된 화려한 프레스코화들이 당시 교인들의 신심을 짐작케 한다. 괴레메의 우치사르언덕과 비둘기계곡은 기암을 펼쳐놓은 풍경이 장쾌하고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파샤바흐의 기암은 꼭 거대한 남근석을 닮아 민망할 지경이다.

카파도키아는 전략적 요충지로 고대부터 잦은 싸움이 일어났던 곳이다.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이 기암들이었다. 바위는 사암보다 부드러워 속을 파내기가 수월하다. 깊은 우물(deep well)이란 뜻의 데린쿠유에 가면 벌판 아래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난다. 기암 속이 아닌 땅속에 꾸며놓은 피란처다. 지하8층 구조로 50m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피란민들과 종교의 박해를 피해 숨어든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취가 남아있다.

 



      여기는 우주의 낯선 별이다 오버

 

[한겨레 2006-04-19 22:57]    

 


[한겨레] 터키 카파도키아

 

황혼 무렵에 카파도키아의 고원마을 우치사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붉은 빛에 물든 거대한 벌집 모양의 바위군들이 불쑥 눈 앞에 나타났다. 죽순 모양의 바위들이 예전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았던 고난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고원의 협곡에 늘어서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자 또다른 모습을 띤 괴르메의 우람한 기암 능선이 저 멀리로 펼쳐졌다. 우주의 어느 낯선 별에 떨어졌을 때의 느낌이랄까. 낯선 이질감과 함께 자연의 경이감에 숨이 막혔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의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카파도키아는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조각가인 대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깨닿게 한다. 그런 까닭에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리라. 조지 루카스는 카파도키아의 절경에 반해 젤베에서 <스타워즈1>을 촬영했다.

 

현지 가이드 아사트는 “옛날 카파도키아 왕국이 있었던 이곳은 선사시대부터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퇴적된 응회암층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침식되고 풍화하면서 버섯이나 죽순 모양 등의 기암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치사르와 괴레메, 위르굽, 데린쿠유, 이와노스, 카이마클르 등에는 수백만년에 걸쳐 다듬어져온 대자연의 조각품들이 여전히 미완성인 채 전시되어 있다.

 

이튿날 괴레메에서 열기구를 타고 우치사르와 괴레메, 위르굽, 젤베의 하늘 아래 동화의 마을을 찾아갔다. 카파도키아의 하늘 위에서는 오랜 세월 에르지예스(3914m)와 하산다, 귤류다 등 3개의 활화산과 비바람이 공들여 만든 자연의 불가사의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동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원뿔형, 송곳형, 원통형, 버섯꼴, 모자 쓴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위르굽과 아바노스 사이의 데브렌트 계곡은 ‘상상의 계곡’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자연의 조화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스위스에서 온 카트리나는 연방 “울랄라, 울랄라”하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특히 버섯 모양의 바위집들은 개구장이 스머프 마을을 닮았다.

 

사다트는 “카파도키아는 예로부터 실크로드 등 중요한 무역루트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거쳐갔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말했다. 카파도키아에 살았던 히타이트인들이 교역품들과 자원들을 외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바위를 파서 거주지로 삼았다.

 

카파도키아는 또한 초기 기독교 성지로 많은 순례객들이 찾는다. 초기 기독교시대인 1세기께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쳐온 기독교인들이 바위를 파내어 예배당과 교회, 수도원으로 꾸몄다.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는 지상의 바위 속에 교회를 만들고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 성인들의 모습과 생애를 프레스코 그림으로 꾸며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괴레메에는 약 200개의 바위동굴 교회가 있는데, 괴레메 야외박물관에는 어둠의교회와 토칼리교회, 사과교회, 뱀교회, 샌달교회 등 주요 교회 10곳이 보전되어 있다. 박해가 더 심해지자 이들은 지하 수십미터를 파내려가 현재 발굴된 36개의 암굴도시와 동굴교회들을 세워 신앙생활을 지켜왔다.

 

데린쿠유가 대표적인 것으로 개미집과 같은 미로로 뻗어 내려간 지하도시에 침실과 주방, 배수시설과 통풍시설, 식료품 창고, 예배당 등을 마련해 공동생활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이겨냈다고 한다. 1271년 카파도키아를 방문했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독특한 자연풍광을 극찬하면서 많은 기독교도들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파도키아는 대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며 꾸며놓은 낙원이다.

카파도키아(터키)/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여행 정보

 

터키는 봄과 가을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최근 터키가 성지순례 코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도 터키 전문여행사들이 많이 늘어났다. 특히 카파도키아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므로 여행 전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교통=인천 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이스탄불에 가서 국내선 항공편으로 카이세리에 간다.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 터키항공과 대한항공이 주 3회 운항한다.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이스밀 등에서 패키지 관광으로 카파도키아 관광도 가능하다. 개별여행일 경우 영어 회화가 가능한 가이드를 구하는 것이 좋다.

 

◆숙박=우치사르, 괴레메, 위르굽 등에 호텔과 일반 여관이 있으며,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면 동굴 여관을 권한다.

 

◆음식=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양고기나 쇠고기 등을 구워 빵에 싸 먹는 케밥과 빵을 몇겹으로 겹쳐서 구운 피데 등이 있다. 물이나 음료수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사용료를 낸다.

 

◆특산물=아바노스의 전통도기와 마노, 요정의 굴뚝 모양 기념품 등이 있다. 기념품을 살 때는 반드시 값을 흥정해서 최대한 깎는다. 터키 최대의 시장인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에는 각종 터키 특산물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이때도 절반쯤 깎아볼 것.

 

◆기타=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이 늦다. 1터키리라(예테르 YTL)는 약 900원.


 

 

          요정 살았다는 '뿔 바위' 바다

 

[중앙일보 2006-04-21 06:21]    

 


[중앙일보 성시윤] 이곳은 터키 중앙부에 자리 잡은 카파도키아의 상공. 관광객을 태운 20인승 열기구 아래로 버섯을 닮은, 혹은 쇠뿔처럼 생긴 기암의 바다가 펼쳐진다. 발 아래부터 저 멀리 까마득한 지평선까지 기묘하게 생긴 바위의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창공에서야 조그맣게 보이지만 바위 중 높은 것은 키가 40여m에 달한다. 카파도키아 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도대체 자연은 어떻게 이런 신기한 풍광을 연출했을까.
 

카파도키아는 네브셰히르.위르굽.괴레메 등 몇 개의 군(郡)을 포함하고 있는 넓이 300㎢의 터키 중앙부 지역을 일컫는 이름이다. 트래킹.승마.SUV.열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려는 여행자들이 사계절 찾아온다.

 

카파도키아의 기암을 빚어낸 것은 화산과 비.눈.바람, 그리고 기온의 변화였다. 3000만 년 전 아나톨리아 반도(현재의 터키 지역) 중앙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수차례 폭발이 거듭 될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각각 성분과 빛깔이 다른 용암층에 뒤덮였다.

 

용암층은 빗물과 눈.바람 따위에 쉽게 침식되는 성분이다. 특히 비바람에 약한 용암 성분들이 씻기고 날리면서 지금처럼 굴뚝같이 솟거나 협곡처럼 깊게 파이며 기암 지대를 이룬 것이다. 이 중 가장 흔한 모습은 '요정의 굴뚝'이라고도 불리는 원통형 바위들이다. 땅 밑에 요정들이 산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드물지만 그래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다. 용암 성분에 포함돼 있던 현무암 덩어리가 버섯의 갓처럼 보호막 역할을 해서 생겼다. 이후 침식이 더 진행돼 갓이 떨어져 나간 게 현재 원뿔 모양으로 남은 바위들이다.

 

그런데 카파도키아인들의 믿음 대로 용암층 지하에 요정들이 살았던 게 아니라 1950년대까지 이들 바위 속에 사람들이 살았다. 무른 재질로 깎아내기 쉬운 응회암 덩어리 속에 굴을 파고 그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 중 일부는 현재 펜션 또는 카페 등으로 변모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상은 물론 지하에도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이다.

 

화산재로 뒤덮인 카파도키아의 대지는 매우 비옥했다. 포도.올리브 등 과일과 밀.보리.콩 등 곡식이 잘 자라는 풍요의 땅이었다. 상업이 번성하면서 카펫.도자기 등 특산물 생산도 활발했다. 카파도키아가 극동아시아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이스탄불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에 자리 잡은 것도 한몫했다.

 

전략적 요충지다 보니 당연히 외부의 침략과 점령.약탈이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외부인이 쳐들어 왔을 때 몸을 피할 만한 은신처를 확보해야 했다. 그게 바로 퇴적된 용암층 밑의 지하도시였다. 지하도시에는 공동으로 이용하는 식당.창고를 확보하고 가가호호를 위한 별도 방도 확보했다.

 

세월이 흐르고 인구가 많아지면서 지하도시는 커지기 시작했다. 세월을 따라 한층 한층 밑으로 파내려 가기를 거듭해 깊은 곳은 지하 80m까지 내려가야 했다. 이 중 데린쿠유 마을의 지하도시는 관광 명소로 바뀌어 여행자들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여행자들은 허리를 굽히고 좁은 통로를 힘겹게 지나면서도 땅 속에 숨어 있는 지하도시에 혀를 내두른다.

 

이곳에 주거지를 형성한 것은 원주민들만이 아니었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 로마 제국의 박해를 받던 기독교인 상당수도 이곳에 찾아들었다. 피난처를 찾아 카파도키아로 온 이들은 이곳이 굴을 파기 쉬운 지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기암으로 뒤덮인 깊은 골짜기에 동굴식 예배당이 하나둘 만들어졌다.

 

이런 교회가 카파도키아에만 수천 개가 넘었다 한다. 그중 원래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괴레메 계곡의 '괴레메 야외 박물관'이다. 동굴 형태의 초기 기독교 예배당 30여 개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동굴 벽면에는 고대의 초보적 양식에서부터 13세기의 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벽화를 구경할 수 있다. 벽화의 내용은 예수의 일생이나 성인의 위업 등을 주로 묘사한 것이다. 초기의 것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성직자들이 직접 그린 것이라 한다.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에는 성직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금욕적이며 검소한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갔다. 이들 초기 교회는 이슬람이 아나톨리아의 주인이 된 뒤에도 그 모습을 원형대로 유지했다. 현재 카파도키아 일대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자연 및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아나톨리아 반도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역사를 겪었다. 이 때문에 히타이트.페르시아.마케도니아.그리스.로마.비잔틴, 이어 셀주크 투르크와 오스만 투르크 등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융합됐다. 아나톨리아라는 이름이 '어머니 태양의 땅'이라는 뜻이라 했던가.

 

아나톨리아가 모든 문명을 포용하게 될 숙명을 예감한 이름이었나 보다. 동서의 문명이 만나는 이스탄불로부터 720㎞,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290㎞ 떨어진 카파도키아. 그곳에 이르는 길 내내 고대에서 중세로 이어지는 세계의 문명을 만날 수 있기에 지루함이란 잠시도 찾아오지 않았다.

 


◆ 여행정보

 

■ 카파도키아에 가려면 이스탄불까지 가서 카이세리 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게 편하다. 인천~이스탄불 구간은 터키항공이 매주 월.목.토요일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이스탄불은 11시간30분, 이스탄불~카이세리는 1시간이 소요된다. 터키 여행 전반에 대한 정보는 터키 정부 문화관광부 홈페이지(www.turizm.gov.tr) 참고. 터키항공 한국지사(www.turkishairlines.co.kr)를 통하면 인천~이스탄불~카이세리 구간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02-777-7055.

 

■ 카파도키아 현지 열기구 투어는 오전 6시30분 이륙해 한 시간 가량 진행된다. 요금은 1인당 미화 200달러 정도. 자세한 정보는 www.goremeballoons.com 사이트 참고.

 

■ 터키 정부에서 한국 여행자를 위한 터키 여행 한글 안내서 17종을 최근 펴냈다. 현재 터키항공 한국 지사에서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02-757-0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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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의 중원] 문명의 바다

지중해, 에게해, 마르마라해 그리고 흑해. 소아시아라 부르는 터키를 감싸고 있는 바다들이다. 이중 터키의 서남부 해안은 그리스, 로마의 문화권으로 신화처럼 찬란한 문명이 지금껏 살아 숨쉬는 곳이다. 나른한 봄볕을 받으며 ‘문명의 바다’ 지중해와 에게해의 해변을 따라 내처 달렸다. 쪽빛의 바다와 쪽빛의 하늘은 가슴을 뛰게 했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아름다운 역사를 노래하고 있었다.

안탈랴(Antalya)에서 맞이한 아침. 지중해와의 첫 만남은 그저 그랬다. 쪽빛 바다에 쏟아진다는 그 강렬한 햇살이 구름에 가렸다. 활처럼 굽은 해안선과 급한 물결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도시를 감싸고 있다. 3,000m가 넘는 큰 산 위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있다. 높은 곳은 4월까지는 눈이 쌓여 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와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고.

올림포스(Olympos)까지 해변을 끼고 내처 달리는 길, 정오가 가까워 오자 태양은 구름을 벗어났고 코발트빛 지중해가 드디어 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올림포스는 산과 계곡,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호젓한 곳. 한적한 백사장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가니 바실리카 등 로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로마시대에는 귀족들의 인기 있는 휴양지였던 곳으로 지금은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트레킹을 하려 많이 찾는다.

눈부신 해변과 야생화 가득한 들판을 번갈아 가며 도착한 미라(Myra)는 산타클로스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의 교회로 유명한 곳. 로마식 원형극장과 바위절벽에 굴을 깎아 만든 암굴묘가 볼만하다. 원형극장의 꼭대기에 서면 멀리 마을과 전원의 평온한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리키안족들의 바위무덤이 떼를 이룬 게코바(Kekova)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시메나(Simena)는 비잔틴 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도시다. 바다 물빛 만큼 아름답고 조용한 포구는 마냥 이곳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바닷물 속에는 수 차례 지진으로 가라앉은 수중 도시가 어른어른 그 흔적을 비친다.

넬슨 제독이 프랑스를 공격할 때 선단을 꾸렸던 마르마리스(Marmaris)를 지나며 바다는 지중해에서 에게해로 바뀐다. 그리스 문명을 잉태하고 그리스 신화를 노래한 바다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투스가 태어난 보드룸(Bodrum)을 지나 도착한 디딤(Didim)은 신탁의 장소인 아폴로 신전이 있는 곳이다. 120개 되던 돌기둥은 이제 3개 밖에 남지 않았지만 당시 신전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신전의 대리석 기둥에 쫑긋 세운 귀를 대보았다. 혹시나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웅~ 웅~’. 깊은 울림만 느껴졌다.

수많은 섬들을 품고 있는 에게해는 이즈미르(Izmir)까지 호수처럼 고요한 모습으로 이방인을 맞았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쓴 호메로스의 고향 이즈미르는 터키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해변의 공원은 자유롭게 연애를 즐기는 청춘들로 뜨거웠다.

이즈미르 남쪽의 에페소(Ephesus)는 지중해와 에게해 투어의 정점. 알렉산더의 휘하 장수 리시마쿠스가 BC 3세기에 세운, 수천년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고대도시다. 로마 보다 더 로마답고, 그리스 보다 더 그리스 다운 곳이다. 원형극장만도 귀족용과 서민용 2개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유적이다.

도미티안 황제의 신전을 지나 헤라클레스 문을 나서면 공중목욕탕과 목욕탕의 물을 이용한 고대 수세식 화장실을 만난다. 하드리안 신전과 테라스를 갖춘 귀족 빌라를 지나면 에페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켈수스 도서관. 이날은 도서관 앞에서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현악 3중주의 공연이 펼쳐졌다. 에페소의 찬란한 역사를 노래하고, 지금껏 그 역사가 살아있다는 자부심을 음률에 실어보내고 있었다.

대원형극장 앞 열주가 늘어선 하버 스트리트는 관광객이 적어 호젓하게 역사와의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곳이다. 길의 끝에 대형 목욕탕 유적이 있고 그 옆에 성모 마리아의 교회 더블 처치가 있다. 에페소는 예수가 죽은 뒤 사도 요한이 마리아를 모시고 와서 머물렀고, 사도 바울이 은세공업자들로부터 핍박 받았던 대표적인 성지다.

안탈랴ㆍ에페소=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여행수첩] 터키

아시아 대륙 서쪽 끝의 터키는 동으로는 이란 아르메니아 그루지아와, 남으로는 이라크 시리아, 서쪽으로는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도는 앙카라. 공용어는 터키어를 쓴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5배 정도로 인구는 7,100만명.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데 종교적 규율은 상당히 느슨한 편이다. 한국전쟁 참전과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인을 ‘코렐리’라고 부르며 우호적으로 대한다.

통화는 뉴 화폐는 ‘뉴 터키 리라(YTLㆍ Yeni Turk Liras)’. 최근 환율은 1 YTL이 800~850원가량. 공항이나 호텔, 관광지의 환전소에서 환전할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지만 3월말~10월말은 서머타임을 적용, 6시간 차이가 난다.

서울-이스탄불 직항은 터키항공이 월,목,토요일 일주일에 3번 띄운다. 대한항공도 최근 항공운항권을 얻어 조만간 주3회 정식 취항할 예정. 비행시간은 11~12시간 걸린다. 3개월간은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터키의 음식은 중동 음식의 결정판이다. 비옥한 토양과 함께 강력한 오스만 제국 왕실에서 600년간 계승된 음식문화가 고루 퍼져있다. 대표적 음식은 케밥으로 불에 굽는다는 뜻이다.

우리의 떡갈비 같이 다진 고기를 구워내는 쾨프테(미트볼)도 유명하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에드먼드가 형제를 배반하면서까지 집착했던 터키젤리(Turkish Delight)는 대표적인 디저트. 찰떡을 씹는듯한 질감에 초콜릿같이 단 음식으로 선물용으로 좋다.

터키 전통주로는 허브를 이용해 만든 라크가 있다. 진과 비슷한 맛으로 허브향이 진하다. 무색인 이 술은 찬물이나 얼음을 만나면 뿌옇게 변해 터키인들은 ‘사자의 젖’이라고 부른다.

터키의 카페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 카페트와 다른 점은 2중 매듭이라는 점. 그만큼 단단하고 촘촘하다. 터키의 카페트 중에서도 헤레케의 것을 최고로 친다.

최근 배낭여행객의 사망 사건으로 터키 여행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터키 정부는 이번 일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관광객 안전 확보를 위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는 여행객들도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거나 혼자 외진 곳을 다니지 말고,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경계하고, 히피 스타일의 눈에 띄는 복장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JennyFlute(젤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