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마시는 이야기들/세계와인 이모저모

"와인 광? 처음엔 시큼해서 상한 줄 알았지…"`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7. 16:50

 

                        "와인 광?

 

      처음엔 시큼해서 상한 줄 알았지…"`

 

“매일 맥주랑 소주만 마셨으니 와인이 뭔지도 몰랐죠. 와인 맛을 처음 봤을 때 상한 술인 줄 알았어요.”

국산 와인 1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59)씨도 처음부터 ‘와인 광’이었던 것은 아니다.
 
OB맥주 회사에서 일한 덕에 거의 맥주를 달고 살았던 김씨는 입사 1년차였던 1974년 포도주 건설 본부인 경북 경산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와인 개발 프로젝트’를 지시 받았다. 와인이라고는 진로 포도주 밖에 모르던 그는 팀원들과 각종 외국 서적에서 정보를 취합해 무작정 실험을 했다. 맥주통을 변형해 와인통으로 만들고 열악한 상황에서 포도주를 얼기설기 만들어 계속했고, 1976년 고대하던 ‘마주앙’이 탄생됐다.

“처음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와인 맛을 봤는데 어찌나 시큼시큼 하던지…. 어휴, 망친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시큼한 맛이 바로 제대로 된 ‘와인’의 맛일 줄이야. 하하.”

마주앙은 숙성 과정을 거쳐, 77년 제품으로 대량 생산됐다. 그렇게 마주앙을 만든 후에도 김씨에게 와인은 ‘가까이 하기에 먼 술’이었다. 일단 맛이 없으니 손이 가질 않았다. 적당히 취하는 소주, 꿀꺽꿀꺽 마시는 맥주 등이 환영 받던 당시 술자리 문화도 와인 생각을 말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일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맛을 봐야 했던 와인은 마실수록 끌렸다. 5년쯤 지나자 병마다 다른 맛을 비교하고 음미하는 재미까지 생겼다.

“와인은 최소 2~3년은 마셔봐야 맛을 조금 알게 돼요. 인내심이 필요한 술이죠.”

와인에 욕심이 생기자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 있는 포도주 공장에서 5개월간 연수를 하고 독일 가이젠 하임 포도주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며 와인 제조 실무를 익혔다.
 
더 욕심을 부려 프랑스 카파 와인스쿨에서 소믈리에 과정도 수료했다. 자격조건이 안돼 자격증 취득은 못했지만 와인 서빙법부터 맛보는 법, 음식과 매치시키는 법 등을 상세히 배울 수 있었다.

와인에 취하면서 96년 서울 대치동에 와인 숍 ‘JC와인셀러’와 청담동에 와인바 ‘살롱 뒤뱅’을 내고 2004년까지 직접 운영했다. 97년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 배로 즐겁다’ 란 책을 냈고 JC와인스쿨(www.jcwine.com)도 열었다.

“한번 욕심이 생기니까 와인문화를 확대시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와인 강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와인을 만들어도 보고, 소매로 판매도 해보고, 업소도 경영해보고, 가르쳐도 보니까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이 와인이란 놈이 친해지는 데 아주 오래 걸리더군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와인에 대한 진한 애착이 묻어났다. 그는 30여년간 눈과 코와 입으로 경험한 와인 지식을 총동원해 와인 전문가나 마니아들을 위한 세계 와인 백화사전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을 펴냈다.
 
포도 재배부터 세계 산지별 와인 소개, 와인 전문 용어 해설, 와인 선택 및 시음법까지 와인의 모든 정보를 담아냈다.

“몇 년 사이 와인 애호가가 엄청 늘었죠? 제가 마주앙을 만들 때만 해도 와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죠.
 
지난 4년간 와인 수입량이 매년 35%씩이나 증가했다네요. 와인, 알면 알수록 더 매혹적인 술이랍니다.”

▲ 와인 바로 알기

▦ 단맛이 많이 나는 와인은 싸구려 와인이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단맛은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와인 맛의 가장 기초적인 구분법은 '드라이'와 '스위트'.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알코올과 산도가 균형을 이룬 것이 좋은 것이고 스위트 화이트 와인은 알코올, 신맛, 단맛이 중요하다. 레드 와인은 부드러운 맛, 신맛, 쓴맛이 적절하게 섞일수록 균형 있고 좋은 와인으로 친다.

▦ 잔은 채워야 제 맛이라고?

와인은 종류별로 잔 모양도 다르고 잔의 크기별로 따르는 양도 다르다. 작은 잔은 절반에서 2/3 정도, 중간 잔은 절반, 큰 잔은 1/3이하로 따르는 것이 향도 적절히 남게 되고, 외부 온도의 영향을 덜 받아 맛이 변하지 않는다.

▦ 생선에는 화이트, 육류에는 레드 와인?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소믈리에(포도주를 전문적으로 관리, 추천하는 사람)의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 지방에서 생산된 음식에는 그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을 같이 마시고 고급 요리는 그에 맞게 와인을 매치하는 것이 좋다.

신맛이 느껴지고 타닌 성분이 많은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은 소스를 얹은 가자미 요리 등에 잘 어울리고 레드 와인으로 소스를 만들어 요리한 생선 요리에는 레드 와인을 함께 마셔야 음식 맛이 제대로 난다.
 
미네랄 성분이 많은 화이트 와인에는 조개류 요리, 그라한 화이트 와인에는 소스를 많이 얹은 물고기 요리가 궁합에 잘 맞는다. 음식과 와인의 매치에는 향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음식의 어떤 부㎏?사용하고 어떻게 요리했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과 촉감이 달라진다.

▦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실 땐 어떻게?

기본적으로 약한 와인에서 강한 와인, 화이트 와인에서 레드 와인,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 순으로 마신다. 레드 와인은 쓴맛이 적은 것에서 많은 것 순, 화이트는 단맛이 없는 것에서 많은 것 순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 와인은 아무때나 마셔도 상관없다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는 피하고 식사 직후나 커피를 마신 후에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시간대는 하루 중 오전 10~11시가 가장 적당하다. 짙은 화장이나 향수도 피해야 와인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한국일보 2006-08-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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