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이야기들/재밋는 동남아 섬

발리 문화기행

향기男 피스톨金 2006. 8. 14. 11:42

 

                     발리 문화기행


발리 섬의 이미지는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한적한 백사장과 낭만적인 해변 아닐까.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발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쿠타 비치(Kuta Beach)에 가서도 그 풍경에 조금 실망할 수 있다.
 
백사장은 넓고 파도 타기에 좋지만 해변의 아름다움은 한국의 동해안, 남해안을 능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쿠타 비치의 매력은 주변의 흥청거리는 분위기다. 배낭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3K라 부르는 곳이 있다. 원래는 네팔의 카트만두, 발리의 쿠타 비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이었다가 카불이 전쟁 때문에 빠지고 대신 방콕의 카오산 로드가 추가되었다.

 

값싼 숙소, 음식점, 술집 등이 몰려 있는 쿠타 비치의 자유롭고 흥청거리는 분위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해방감을 느끼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이 근처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 명성이 빛을 바랬다.

 

 

그러나 발리 섬에 해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리 섬의 중심 도시인 덴파사르(Denpasar)에서 북쪽으로 약 30㎞ 정도 올라가면 우붓(Ubud)이란 도시가 나오는데, 이곳은 휴양지가 아니라 문화 관광지다.

 

주변에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고, 돌집들 사이로 고즈넉한 분위기의 좁은 골목길들이 이어지며 힌두교 신상 앞에서 절을 하고 기도하는 여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역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 섬만은 특이하게 힌두교를 믿는다. 5세기경 인도네시아에 인도 세력이 들어오면서 불교와 힌두교가 전파되었고, 크고 작은 왕국이 번성하다가 13세기경 자바섬에서 마자파힛(majapahit) 왕국이 일어나 힌두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16세기 초에 밀려오는 이슬람 세력을 피해서 발리 섬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발리에는 힌두교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졌다.

 

발리 섬에는 약 2만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고 크고 작은 축제가 벌어지는데, 우붓에서는 바롱 댄스라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초자연의 힘을 지닌 성스러운 짐승인 바롱은 선의 상징이고, 그에 대항하는 악의 상징인 마녀 란다가 등장하여 무서운 싸움이 전개된다.

 

이 선과 악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붓 근처에서는 ‘케착(kecak) 댄스’도 공연된다. 수십명이 원을 그리고 횃불을 에워싼 채 ‘케착’ ‘케착’ 하는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내서 원숭이 합창(라마나야 몽키 챈트)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것은 전염병의 유행이나 천재(天災)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 최면 종교의식이었다. 초경 전의 소녀가 최면 상태에서 춤을 추고 그에 맞춰 남성들이 합창을 하는데, 1930년대 이곳에 살던 네덜란드 화가 올터 슈피스가 인도의 힌두교 서사시 라마야나의 얘기를 합하여 현재의 케착 댄스를 창안하고 초연했다고 한다.

 

또한 우붓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살면서 미술품과 목공예품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미술관들은 우붓 시내에, 힌두교 사원들은 근교에 많다.

 

힌두교 시바신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남근의 상징인 링가가 모셔져 있는 고아 가자(Goa Gajah·일명 코끼리 동굴 사원), 힌두교 성역으로 묘비들이 들어선 구눙 카위(Gunung Kawi)가 있다.

 

이 사원의 샘은 힌두교의 천둥과 번개의 신인 인드라신이 불멸의 영약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어 많은 사람들은 만병통치약이라 믿고 있다.

 

또한 16세기에 자바 섬에서 건너온 고승이 바다 위의 섬에 만든 타나 롯 사원(Pura Tanah Lot)에는 지금도 바다신의 화신인 하얀 뱀이 살고 있다는데, 전설을 믿지 않는 관광객들도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석양과 파도의 모습 앞에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또한 발리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반복적이고 몽환적인 가믈란(gamelan·전통타악합주) 음악을 듣는 것이다. 발리섬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 전통적인 음악을 듣다 보면 문득 먼 과거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발리 섬에서 비치를 넘어서서 그들 고유 문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 듣고, 느낀다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의 향기 때문에 장기 체류하는 여행자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발리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섬이다.

여행작가(blog.naver.com/roadjisang)

 

■여행 정보

쿠타 비치나 우붓의 배낭여행자 숙소는 하룻밤에 5∼10달러 정도고, 수영장이 딸린 쾌적한 중급 숙소는 30∼40달러 정도다. 물론 고급 호텔도 많은데 한국에서 예약하면 싸게 구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관광하는 데는 차를 전세내는 것이 편리하다. 숙소나 현지 여행사를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각종 공연은 우붓에서 많이 하는데, 인포메이션센터에 가면 자세한 안내를 받아 쉽게 즐길 수 있다.

■■여행 정보

 

쿠타 비치나 우붓의 배낭여행자 숙소는 하룻밤에 5∼10달러 정도고, 수영장이 딸린 쾌적한 중급 숙소는 30∼40달러 정도다. 물론 고급 호텔도 많은데 한국에서 예약하면 싸게 구할 수 있다.

 

현지 가이드의 소박한 꿈''물질 만능'' 우리 돌아보게 해

■여행 에피소드

우붓 주변의 관광지를 돌아보기 위해 봉고차와 함께 가이드를 고용했는데, 가이드는 자꾸 기념품 상점이나 보석 상점을 가도록 권유했고, 그런 것에 관심 없는 나를 껄끄럽게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다.

 

먼저 그 당시 어려웠던 나의 가정에 대해 얘기하자 그 역시 자신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자기 위로 누나가 셋인데 모두 시집을 갔고, 동생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기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미혼이었는데 그의 꿈은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사는 것이고, 아이 둘을 낳는 것은 정부의 권장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서로 옆집과도 잘 모르고 살며 이름만 대서는 사람을 못 찾는다는 등의 얘기를 하자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발리 사람들의 주요 화제는 집이 크냐, 비싸냐보다도 아이가 몇이냐, 잘 크느냐라고 했다.

 

삶에서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으냐고 묻는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역시 예전에는 그랬으나 지금은 교육비, 주거비 문제로 출산율이 줄어드는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했다. 글쎄, 발리 사람들도 앞으로 경제가 발전해서 우리처럼 되면 의식도 그렇게 변할까.

[세계일보 2006-08-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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