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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夏! 100배 즐기기-이색 바캉스 10選>판에 박힌 피서는 그만

향기男 피스톨金 2007. 7. 16. 11:36

 

  2007 夏! 100배 즐기기-이색 바캉스 10選>

 

               판에 박힌 피서는 그만

 

               나만의 휴가 꿈꾼다면…

욕심을 버리고 쉬엄쉬엄 가는 지리산 종주도 나만의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이 될 수 있다. 사진은 지리산 세석 촛대봉에서 바라본 해돋이. 김선규기자

올 여름 피서는 어디로 가볼까. 이제 장마만 끝나면 본격 휴가시즌이 시작된다. 피서지로 이름난 곳에는 어느 곳이나 인파들로 가득 메워지리라.

 

휴가 때 ‘잘 놀고, 잘 쉬고 싶다’는 욕구야 누구나 똑같은 것. 그러나 잘 노는 것은 말처럼 쉽지않다. 먼저 남보다 부지런히 목적지를 알아보고 일찌감치 숙소예약을 끝내야 한다. 가족들의 저마다 다른 취향과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함은 물론이다.

 

이 것만으로 ‘만족할 만한 휴가’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목적지로 출발하는 차 안에서부터 온통 밀리는 차량의 홍수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고, 간혹 새치기 하는 차량 탓에 부글부글 스트레스도 받는다.

 

피서지에 도착해서는 ‘내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이런 휴가는 피곤하지만, 그렇다고 가족과 혹은 친구와의 알토란같은 휴가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

 

문화일보 레저팀이 10가지 피서여행을 제안한다. 저마다 취향이 다르니 ‘꼭 이곳으로 떠나라’고 권유할 목적은 아니다. 레저팀의 10가지 제안은 휴가의 목적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휴가를 누리는 방법’을 귀띔해주는 쪽에 더 가깝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1. 강원도 고성 ‘수성반점’

# 입이 즐거워야 진짜 휴가.… 바닷가에서 땀 뻘뻘 흘리며 먹는 해물짬뽕의 맛 = 휴가철 최고의 목적지는 동해안. 남도나 서해안쪽이야 워낙 맛집들이 많지만 여름 동해안쪽에는 이렇다할 먹을거리가 없다. 생선회를 내놓는 횟집들은 흔하지만, 바닷가 횟집들의 회의 선도야 다들 흠잡을 데 없고, 회맛도 다 거기서 거기다.

 

다만 곁들이 음식이 얼마나 푸짐하게 나오는지 정도로만 우열을 가를 수 있을 뿐이다. 어차피 피서지에서 맛보는 회야, 음식 맛보다는 바다를 보는 기분으로 먹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동해안에서 만난 의외의 맛집을 추천한다. 강원 고성의 공현진리의 중국음식점 ‘수성반점’의 해물짬뽕(4500원). 짬뽕이란 ‘족보없는’ 음식이 뭐 그리 맛의 우열을 드러낼까 싶기도 하고, 자그마한 포구의 허름한 중국음식점에서 별 맛을 낼까도 싶지만 그건 이곳의 짬뽕을 먹어보지 않고 하는 얘기다.

 

 ‘고성사람들 중에 수성반점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짬뽕의 맛을 내는 것은 싱싱하고 푸짐한 해물. 여기다가 야채도 듬뿍 들어간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돼지고기와 계란, 당면이 들어간 짬뽕밥(5000원)도 좋다. 점심시간 무렵이면 인근의 택시기사들이 몰려들고, 한창 여름철 성수기 때는 줄서서 먹는 것쯤은 기본. 오후 2~3시쯤 재료가 떨어졌다며 문을 닫아거는 일도 많아 이른 점심시간에 찾아가는 게 낫다.

 

공현진은 짬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현진 해수욕장은 인근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만2000여평에 이르는 백사장의 희고 고운 모래가 인상적인 곳. 얕은 수심으로 가족단위 피서지로는 손꼽을 만하다. 얕은 바닷가에서는 조개도 잡을 수 있고, 갯바위에서는 낚시도 할 수 있다.

 

2. 전북 장수 하늘내 들꽃마을

# 외갓집에 가볼까나 =

 

여름 휴가 때 ‘시골 외갓집’ 같은 곳을 찾아가 냇가에서 천렵을 하거나, 수박을 쪼개놓고 원두막에서 책을 읽으며 지내면 어떨까. 전북 장수군 천천면의 ‘하늘 내 들꽃마을’이 바로 그런 외갓집과 같은 곳이다.

 

사실 이곳은 폐교를 개조해 지은 숙박시설도 그리 고급스럽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도 다른 마을들에 비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도시민들과 농촌 주민을 끈끈하게 잇는 정이 있다. 돈으로는 거래되지 않는 진짜 시골마을의 정을 만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농작물 수확하기부터 냇가의 천렵, 경운기 타기, 별관찰하기, 두부만들기, 천연염색하기, 감자 구워먹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은 체험용으로 따로 가꿔놓은 농장이 아니라, 실제 마을주민들의 삶의 터전에서 이뤄진다. 체험을 이끄는 것은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곳을 찾은 도시민들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꾸벅 꾸벅 인사를 하고, 막걸리를 받아다가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면 할아버지들은 족대를 들고 개천으로 나가 함께 첨벙거리며 물고기 잡이를 하고, 할머니들은 호박과 고추, 가지를 따서 슬그머니 문앞에 밀어놓고 가기도 한다. 할머니들은 국수를 말아 내거나 호박죽을 쑤어내오기도 하고, 함께 힘을 합쳐 두부를 만들기도 한다.

 

휴가를 온 도시사람들과 농촌의 노인들이 합세해 흡사 마을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도시민들은 이곳에서 고향을 만나고, 노인들은 적막한 시골마을에서 젊은이들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하루 이틀동안의 생활에도 서로에 대한 정이 새록새록 다져진다. 짐을 꾸릴 때면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단 이런 정을 느끼려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이곳에서는 매사를 돈으로만 환산하려는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이나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여유를 갖는 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는 여행은 가치있다. 063-353-5185

 

3. 힐튼 남해리조트

# 나는 최고급으로 즐긴다 =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나 보던 풀 빌라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고급스러운 시설과 탁월한 전망 등으로 이름이 알려진 힐튼 남해리조트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방이 바로 풀빌라인 ‘그랜드빌라’다. 2층의 독채건물 하나가 빌라 객실 하나다. 전체 면적은 257㎡(78평). 방이 모두 4개로 8명이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인 8월초의 1박 숙박비는 조식을 포함해 104만원. 호되게 비싼 가격이지만, 4가구가 함께 움직여 비용을 분담한다면 넘겨다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거실의 큰 창으로 남해의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테라스쪽에는 작은 정원과 함께 전용 풀장이 있다. 비싼 만큼 아직 성수기에도 객실의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빌라가 아닌 객실은 모던한 형태. 리조트라지만 지중해풍이나 열대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직선으로 이뤄진 현대적이고 도회적인 느낌의 시멘트 건축물이 독특하다. 객실은 모조리 스위트룸이다. 거실과 방, 욕실이 일렬로 배치된 5베이구조로 설계돼 어떤 객실에서건 바다와 골프코스가 한눈에 조망된다.

 

가장 작은 방인 스튜디오 스위트는 115㎡(35평)으로 조식포함 50만원선이다. 침실이 2개로 4인기준인 148㎡(45평) 디럭스 스위트와 172㎡(52평)짜리 디럭스 플러스 스위트는 각각 60만원, 70만원대다. 각 객실마다 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비롯해 고급스러운 집기 등이 갖춰져있다.

 

리조트를 둘러싸고 18홀 골프장이 들어서있는데 모든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서 필드에 서면 마치 바다에 떠있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바다를 가로질러 골프공을 넘기는 4개 홀이 매력적이다. 비회원 그린피는 16만원선. 055-863-4000

 

4. 지리산

# 지리산을 넘어볼까 =

 

지리산 종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다. 이 로망에는 ‘졸업’이 없다. 어찌어찌 시간을 내서 지리산 종주를 해봤다고 해서 그 로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어둑어둑한 새벽 성삼재에서 첫발을 내딛을 때의 긴장감이며,

 

세석산장에서의 쏟아질 듯한 별들과 함께 한 밤, 우의를 입고 청정한 숲을 걷던 걸음, 또는 천황봉에서 마주친 펄떡거리는 일출에 대한 영상이 시도때도 없이 선명하게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가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장딴지의 근육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이다.

 

지리산 종주는 사실 한 여름을 살짝 비낀 때가 좋긴 하지만, 그나마 바쁜 도회지에서의 삶에서 놓여나는 휴가시즌에야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다. 지리산을 종주한다는 것은 사실 ‘산을 타는 일’만은 아니다.

 

지리산 주릉 종주는 이른바 ‘산꾼’으로서 거듭나는 통과의례적 과제로 여기기는 한다. 하지만 종주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 누구에게는 자신 안의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일이기도 하고, 또 누구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용기를 얻는 길이기도 하다.

 

뱀사골이나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종주코스는 등산경험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코스. 보통 오전 6시이전에 출발해야 1박 2일 코스로 마칠 수 있다. 산행경험이 짧다면 음정에서 벽소령-세석-장터목까지 가서 산장에서 1박을 하고, 천왕봉을 올랐다가 장터목-백무동 쪽으로 내려오는 다소 여유있는 코스를 택하는 편이 좋다.

 

음정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욕심내서 무리한 계획 세우지 말고, 편하게 즐긴다고 생각하고 다녀오는 것이 좋다. 지리산 지역에는 여름시즌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 일기예보는 꼭 체크해야 한다. 산중의 날씨는 급변하므로 보온을 위한 재킷과 우의와 렌턴 등 필수장비는 꼭 갖춰야 한다. 또 야간산행이 되지 않도록 되도록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5. 전북 군산 선유도

# 개펄에서 뒹구는 맛…

 

선유도의 조개잡이 혹은 보령의 머드체험 = 한 여름의 개펄 체험. 얼핏 낭만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한여름 뙤약볕에 그런 고생이 없다. 푹푹 빠지는 뻘의 진득한 느낌이야 그렇다고 쳐도, 햇볕에 개흙이 말라서 옷섶으로 흘러들어 푸석거리는 느낌이라니…. 어촌마을의 아낙들은 낙지도 잡아내고 조개도 잘도 캐내지만, 외지인들은 개펄에서 반나절쯤을 뒹굴어도 소득이래야 달랑 조개 몇 개 뿐이다.

 

무더위에 지친 이들을 활짝 반겨주는 강원 태백 구와우 마을의 명물 해바라기밭. 박경일기자


하지만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에서의 맛조개 잡이는 다르다. 선유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선유1구 마을에서 망주봉으로 마치 길처럼 이어져있다. 길 한쪽은 푸른 바다이고, 다른 쪽은 개펄이다. 백사장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서면 뒤쪽이 개펄이 되는 셈이다. 개펄에서 뒹굴며 맛조개를 잡다가 더워지거나 지루해지면 곧바로 반대편 바다로 들어가면 그뿐이다.

 

맛조개는 물이 밀려간 개펄에서 잡는다. 준비물은 호미와 잡은 조개를 담을 봉투, 그리고 맛소금이 필요하다. 맛소금을 개펄에 동그랗게 뚫려있는 맛조개 구멍에 솔솔 뿌리면 숨어있던 맛조개가 연한 조갯살을 구멍위로 불쑥 내민다.

 

이때 재빨리 조갯살을 잡아 살살 당기면 쏙 뽑힌다. 가족들이 맛소금을 나눠갖고, 몇시간만 개펄에서 뒹굴며 잡아내도 수확이 풍성하다. 이렇게 잡은 맛조개는 구워먹어도 쫄깃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국물을 내서 칼국수를 끓여먹어도 별미다. 가족들과 직접 잡은 것이라 맛이 더하다.

 

6. 미천골 휴양림

#자연과 가까이-텐트생활 어때요 =

 

푸른 숲과 맑은 물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휴가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야영’이다.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자는 일’은 지루한 일상에서 독특한 경험을 안겨준다. 휴가 때 텐트 생활을 택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가지 중의 하나다. 하나는 야영의 매력과 운치를 위해 텐트를 치고, 자연에서의 경험을 만끽하는 경우다.

 

이쪽의 경우는 대체로 텐트를 비롯해 그늘을 만드는 멋진 모양의 6각 타프며, 알루미늄테이블, 가솔린램프 등 갖가지 야영장비를 고루 갖추고 있다. 두번째는 마땅한 숙소를 예약하지 못했거나, 휴가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기꺼이 텐트생활을 감수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달랑 텐트 하나에다가 돗자리 하나 펴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둘 중 어느 쪽이던 자연 속에서 보내는 며칠동안의 텐트생활은 지친 폐부에 상쾌한 산소를 공급해준다.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여름철 야영의 매력을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강원 양양군 서면 미천리의 미천골 휴양림을 들 수 있다. 태백산맥의 줄기 동쪽에 자리잡은 이곳은 천연림들이 짙게 우거졌다.

 

마치 원시림과도 같은 숲 사이의 7㎞에 달하는 미천골 계곡에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내며 흘러내린다. 미천골 휴양림의 또하나의 강점은 뛰어난 입지. 강원 양양까지는 불과 30분이면 가닿는다.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설악산이며 동해안 해수욕장을 다녀오기에도 딱 알맞다. 033-673-1806

 

7. 경북 영양 죽파리 마을

#나는 사람이 싫다…오지로 가는 길 =

 

휴가시즌에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들끓는다. 차는 밀리고, 사람들은 거칠어진다. 그렇다면 유순한 ‘오지의 마을’에서 보내는 휴가는 어떨까. 전쟁을 치르듯 ‘잘 놀고야 말겠다’며 전투적으로 떠나는 휴가가 싫다면 때묻지 않은 자연과 진솔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오지로의 여행은 어떨까.

 

대한민국에서 오지로 꼽자면 경북 영양만큼 한적하고 깊은 곳도 드물다. 영양군의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1.3배. 그러나 영양군의 인구는 2만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영양군 일대는 쓸쓸할 정도로 조용하다.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마을.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이곳에 정착해 마을을 개척했는데 언덕에 대나무가 많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죽파리에는 거울같은 장파천이 흐른다. 장파천은 백암산의 서쪽 기슭에서 발원한 물줄기. 여기다가 검마산이며 오십봉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들이 합쳐져 깎아지른 벼랑사이로 굽이쳐 흘러간다. 물 속에는 꺽지며 버들치들이 미끄러지듯 헤엄친다.

 

오지로 들어서 한적한 물가에 자리를 잡자면, 영양의 수하계곡을 찾아가면 된다. 왕피천의 최상류인 수하계곡은 워낙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인근 마을 주민 외에는 피서객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수하계곡에서 물을 이쪽 저쪽으로 몇 번씩 건너 더 깊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인적조차없는 물가를 만날 수 있다. 수하계곡 입구에는 오지마을인 송방마을이 있다.

 

8. 통영 다찌집

#가족과 함께 안 가는 휴가 =

 

올해는 배포 좋게 친구들과 휴가를 떠나볼까. 젊은 시절에는 여름철이면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산이며 바다를 찾았지만, 결혼 후에는 가족을 챙기느라, 친구들과의 휴가는 엄두도 못냈다.

 

올해는 여름휴가를 쪼개서 친구들끼리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보면 어떨까. 친구와 여행을 떠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술집에 마주앉아,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추억을 되돌아보는 일. 또는 서로를 위안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일.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남자들끼리의 여행이라면 목적지 순위에서 경남 통영을 첫번째로 꼽는다. 좀 멀긴 하지만, 어차피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 목적일진대, 좀 멀거나 좀 늦어져도 어떠랴. 항구가 아름다운 도시 통영에는 무엇보다 ‘다찌집’이 있다. 다찌집이야 말로 통영의 독특한 술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술집이다.

 

‘실비집’으로도 불리는 ‘다찌집’은 통영의 대표적인 선술집이다. 다찌집은 통영 여객선터미널 부근에 밀집해 있는데, 이곳에는 독특한 주문법과 계산법이 통용된다. 메뉴판에는 안주는 없이 술의 종류와 가격만 적혀있다.

 

소주 1병이 1만원. 비싼 술값에 한번 놀란 외지인들은 ‘공짜 안주’가 나오면 두번 놀란다. 술을 시키면 해산물 안주가 나오기 시작한다. 조개, 돌미역, 새우, 가재, 멍게, 생선미역국, 꽁치구이 등이 하나 둘씩 상위로 깔린다. 술이 추가될 때마다 성게알이며,

 

관자며, 해삼, 생선회, 산낙지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안주가 차려진다. 해물의 신선함은 더할 나위없다. 일렁거리는 통영항을 내려다보며 술잔을 권커니 자커니 하다보면, 이루지 못한 젊은 시절의 꿈에 대한 회한과 그래도 소박하게 나마 ‘이뤄온 것’들에 대한 안도가 함께 밀려온다.

 

9. 강원 태백고원휴양림

#난 시원한 게 좋아 =

 

유난히 오래 무더위가 계속됐던 지난해 여름, 최고의 피서지로 떠올랐던 곳이 강원 태백시다. 무더위에 지친 도시사람들이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19도에 머무는 태백을 찾았던 것. 태백은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지난해 문을 연 태백고원휴양림을 찾은 피서객들은 밤이면 뚝 떨어진 기온 탓에 긴팔을 챙겨입고, 이불을 끌어 덮었다. 도회지의 수은주가 33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때도 이곳 휴양림의 숙소는 아침 저녁으로 난방을 한다. 휴양림에는 계곡물을 담아놓은 작은 물놀이장이 있지만, 물이 차서 웬만해서는 몸을 담글 엄두가 안난다. 한 낮에 잠깐,

 

그것도 아이들만 새파란 입술로 물장구를 칠 뿐이다. 함백산, 연화산, 백병산, 상방산, 면산…. 태백을 둘러싸고 있는 해발 1100m를 훌쩍 넘는 산들이 품고있는 울창한 계곡은 들어서기만 해도 오슬오슬 몸이 떨릴 정도다. 태백에서 봉화쪽으로 20㎞쯤 국도를 따라가다 만나는 대현리의 계곡은 인근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곳.

 

피서의 최고 절정기에도 이 계곡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 한적한 곳을 찾자면 봉화쪽으로 향하다가 삼척의 가곡휴양림이나 덕풍계곡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쪽의 이름없는 계곡들은 인적도 뜸하고 지나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다.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펴면 그곳이 바로 특급 피서지다.

 

태백에서는 더위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백 시내를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황치천에는 절경으로 꼽히는 지상동굴인 구문소며, 삼형제 폭포가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다가 8월 중순쯤이면 태백의 명물로 꼽히는 구와우 마을의 해바라기밭에 꽃이 만발한다.

 

태백일대에서는 하이원리조트의 고급스러운 콘도가 숙소로 최고지만, 예약이 어렵다면 일대의 모텔이나 여관에 묵어도 좋다. 태백의 검룡소나 태백산 입구쪽에 민박을 하는 집들도 많다.

 

10. 강원 삼척 환선굴

#오싹한 천연 냉장고에 들어가본다 =

 

올해 최고의 히트 관광상품으로 꼽힐만한 곳이 강원 삼척의 대금굴이다. 다른 동굴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5억3000만년동안 생성돼 온 동굴의 생태가 가장 잘 보존돼 있어 관람객들의 경탄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6월3일 문을 열고 관람객을 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개방 한달 보름 남짓.

 

동굴생태 보호를 위해 하루 720명씩 입장객을 제한해 운영하고 있는데,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예약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미 휴가철의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황. 간혹 이른 아침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 한 두 자리가 비긴 하지만, 가족단위 예약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환선굴은 어떨까. 갓 개방된 대금굴에 밀리고 있지만, 환선굴은 여전히 ‘최고의 동굴’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환선굴은 모노레일로만 접근이 가능한 대금굴과 달리 걸어서 계단을 따라 입장할 수 있다. 입장객 숫자 제한도 없어 삼척일대를 들렀다가 불쑥 찾아가도 관람할 수 있다.

 

환선굴에 들어서면 동굴의 규모부터 입이 딱벌어진다. 높이 30m, 폭 100m의 동굴 속 광장을 만나는데, 탁 트인 공간과 물소리로 동굴이 아니라 깊은 산중 계곡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꿈의 궁전’‘지옥계곡’‘생명의 샘’‘참회의 다리’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동굴속의 경치에 넋을 잃게 된다. 동굴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통일광장’에 서면 마치 호화로운 백화점의 로비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환선굴 관람에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7-16 10:02 | 최종수정 2007-07-16 10:32 기사원문보기

                              yoshikazu mera, counter-tenor
                    
 
 

 

            

                                           

                                          향기男